2019년 6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사전행사로 ‘전달된 말과 지워진 말’이라는 주제의 강렬한 무언의 퍼포먼스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입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본 행사에서는 재단법인 동천의 권영실 변호사의 난민면접 조작사건에 대한 브리핑 이후에 난민면접 조작사건의 피해자들이 직접 자신의 사례를 증언하였습니다. 다음은 본행사 및 자료집의 내용을 발췌 ·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난민 면접 및 면접 조서의 중요성
난민면접은 난민 신청 과정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루어지는 난민심사절차입니다. 난민면접 내용이 담긴 난민면접조서는 난민 인정여부의 판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난민법은 난민면접과정에서 면접실시의무(제8조 1항), 녹음 또는 녹화에 대한 규정(제8조 3항), 일정한 자격을 갖춘 통역인에 의한 통역 규정(제14항), 면접 조서 내용 확인에 대한 규정(제15조)을 두어 난민면접 과정에 관해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난민면접은 난민신청자가 자신의 박해 사유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모든 진술이 왜곡 없이 정확하게 기재되어야 합니다. 통역인과 공무원의 편견이나 예단이 개입되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자의적으로 허위 내용을 기재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허위면접조서 사건의 개요 (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 )
2017년 여름 아랍어권 난민신청자들로부터 난민면접조서에 본인이 진술하지 않은 내용이 담겨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이후 유사한 사례를 모아보니 난민면접조서가 거의 복사한 듯 똑같다는 점과 통역인의 서명이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2017. 10. 해당 통역인이 진행한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17. 10. 12. 선고 2017구단4294) 재판부는 당사자의 실제 진술과 그 취지가 왜곡되어 기재된 것으로 보이는 등 난민면접이 형해화될 정도로 졸속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난민면접절차를 제대로 거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관련 공무원과 통역인의 사건을 내부적으로 조사하여,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 위주로 난민 불인정결정처분에 대해 직권취소를 하였습니다. 법무부는 2018. 9. 5. 설명 자료를 배포하여 직권취소한 55건에 대해 재면접 조사를 실시하여 그 중 2건 난민인정, 44건 난민불인정결정을 하는 등 현재까지 53건을 처리 완료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어떠한 기준으로 전수조사를 하였고 직권취소할 사건을 선별하였는지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한 유사한 피해사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며 난민업무 전담공무원이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업무 관련 교육을 받았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통역인에 대해서도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통역윤리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였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피해자 증언 1
제 면접은 조작되었습니다. 심사관이 작성한 면접조서에는 제가 난민신청서를 거짓으로 작성했고 이에 대해 자백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한국에 온 이유는 이집트에서 아무 직업이 없었기에 한국에 일자리를 찾아서 왔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면접이 끝날 때쯤, 통역인은 저에게 자신을 동물로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기에 뭐라고 대답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작으로 인해 제 난민신청이 거부되었지만 좌절에 빠져 항소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온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 몇 달 후 출국명령서를 받았습니다.
피해자 증언 2 무나 (가명)
그들은 제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고 적어놓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한국에 온 이유가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적어놓았습니다. 그들이 제게 우리나라로 돌아갈 수 있냐고 물어보았을 때 저는 아니라고 대답했는데, 그들은 그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대답이 “예, 돌아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또 제게 물어보지 않은 질문이 있었는데, 제가 언제 우리나라로 돌아갈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제가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돌아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피해자 증언 3 라힘 (가명)
저의 난민 인정 신청이 처음 거부당한 후 제 변호사가 저의 면접 진술서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알아내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희는 진술서에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여기 왔고 이집트에서는 어떠한 위험에 처하거나 차별을 받은 적이 없으며 나는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라고 심사관은 적어 놓았습니다.
나가며
난민면접조서는 난민인정판단에서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박해의 위험에 처해 있는 난민들에게 난민인정여부는 본인과 가족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들의 증언들을 들으며 본국에 송환될 경우 생명까지 위협당할 수 있는 난민들의 난민면접 과정에서 어떻게 조작이 일어날 수 있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었고 분노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법무부는 최초의 문제제기 때에는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압축적으로 면접조서가 작성된 것일 뿐’이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증언대회 이후 최근 법무부는 해당 공무원 등 3명에 대해 중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난민심사 메뉴얼 제작, 난민전문가 채용 및 유엔난민기구와 공동으로 공무원 교육 등의 조치를 시행중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면접 녹음 녹화 및 통역품질 검증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부의 조치사항을 보면서 결국 행동하는 양심이 변화를 이끈다는 것을 배웁니다. 여전히 유사사례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난민의 현실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이번 피해자 증언대회처럼 용기 있는 행동들과 연대하는 마음들이 결국 난민을 환대하는 사회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실무수습 최갑인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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