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글로벌 난민포럼은 무엇인가?
2019년 12월 17일, 18일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회 글로벌난민포럼(Global Refugee Forum)이 열렸다. 지난 2018. 12. 17. 난민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지원확대와 난민 수용국의 부담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체결된 난민 글로벌 컴팩트(Global Compact on Refugees)에서 이를 이행하기 위해 4년마다 포럼을 열기로 결정했다. 2018 년 말, 기준으로 7,100 만명이 전쟁, 폭력 및 박해로 인해 강제 이주상태에 놓였고, 국경을 넘어 해외로 피신한 난민도 2,600 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많은 수의 난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개발도상국인 국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불균등한 부담과 이로 인한 갈등이 새롭게 불거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그 배경이다.
포럼의 목적은 난민 글로벌 컴팩트의 방향인 “전 사회적 접근”(Whole-of-Society Approach)을 실제로 구현 하려는 것이다. 이는 난민보호는 특정 국가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며, 정부만이 아니라, 사회 내 모든 단위들 즉, 정부, 난민 당사자, 기업, 국제, 국내 NGO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한다는 접근법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위와 같은 다양한 당사자들이 포럼 전후로, 난민 보호를 위해 각자 어떤 계획을 이행할 것인지, 어떤 약속을 할 것인지를 공약(Pledge)이란 형태로 약속하고, 포럼에서 이를 발표하고 서로 연대를 통해 공약을 실제로 이행하도록 점검을 해가자는 것이다.
▲ 글로벌 난민포럼이 열린, 제네바의 Palais des Nations
글로벌 난민포럼에는 누가 참여하였나?
이번 처음으로 열린 제1회 포럼에서는 약 3,000여명이 전세계 각 지역에서 참여하였다. 유엔난민기구 본부로부터 초청을 받지 않으면 참석할 수 없었고, 이런 절차를 통해 각 단체별 참가자 수를 제한했지만 참가자 수는 계속 늘어났다. 과연 다 같이 한 장소에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던 숫자였지만, 한편 수많은 참가자들의 관심도나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주로 국무총리, 외교부 또는 내무부의 장, 차관급 인사들이 공식 발언을 위해 참석한 123개 정부 대표단, 월드뱅크를 포함한 국제 금융기관, 레고, 보다폰, 이케아와 같은 기업체, 국제 올림픽위원회,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축구협회, AC밀란 및 유벤투스와 같은 70여 스포츠단체, 국제, 지역, 국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다양한 규모와 활동을 하는 난민관련 NGO들, 그리고 난민당사자들이 참석했다.
▲ 포럼 시작전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각국 정부대표단들. 우측 중앙에 한국의 외교부 측 대표단이 보인다
난민 당사자들의 참여가 주목할만 했다. 난민들이 보호의 객체만이 아닌, 의사결정의 의미있는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난민 자문단을 구성하여 포럼 준비과정에 참여하게 하였고, 실제 포럼에서도 중요한 발언의 기회에 난민 당사자들이 직접 발언할 수 있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NGO가 아닌 정부에서 직접 캐나다로 재정착한 시리아 난민 당사자를 아예 대표단으로 참가시켜 공식적으로 경험을 나누고 국가 공식 발언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국내의 난민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 그리고 해외 인도주의 원조사업으로 국외 난민들을 돕는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밀알복지재단,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한국월드비전이 참여하여, 한국 정부의 활동을 감시하고, 좋은 선례를 배우며 한국 및 해외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모색하려 하였다.
제1회 글로벌 난민포럼에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나?
유엔난민기구 대표인 필리포 그란디(Filippo Grandi)는 발언을 통해 “난민들이 처한 상황은 오로지 우리들이 위기가 되게 만들 때만 위기가 된다. 단기적으로만 생각하거나 여러 부문에 걸친 협력을 계획하고 실천해내는데 실패하거나, 그들이 도착한 지역 사회를 소홀히 하는 것이 위기를 만드는 이유들이다.” “이 포럼에서 우리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결정적인 변화를 보았다”라고 말했다.
▲ 발언하고 있는 유엔난민기구 대표 필리포 그란디. 메인 홀에 모든 참가자가 들어갈 수 없어 뱃지(Badge)를 통해 단체별 1명씩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영상으로 회의를 볼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우선 결정적인 변화란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첫째, 다양한 관계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교류하며 난민보호에 관한 공약을 약속해 가게 되었다. 정부와 NGO가 같이 모인다. 매해 개최되는 유엔난민기구 NGO 컨설테이션의 경우 사실 NGO들만 참석하게 되기에, NGO와 정부관계자가 함께 모이는 것은 쉽지 않다. 난민협약의 경우 이행을 감독하는 절차가 다른 인권협약과 달리 없기 때문에, NGO가 같은 국제회의에서 정부를 모니터하긴 쉽지 않은데, 글로벌 난민포럼은 흔치 않은 기회다. 한편 정부들끼리도 같이 모인다. 정부간에도 사실 다양한 정치, 외교적 수사, 이해관계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자리가 마련됨을 통해 적어도 공통의 의제를 갖고 각자의 역할을 발표하면서 다른 정부의 역할을 듣고 비교하게 되고, 포럼 중간에 다양한 고위급 대화가 공식, 비공식적으로 이뤄진다.
둘째, 각 국 정부들이 한 자리에서 약속하게 되었다. 난민을 위한 글로벌 컴팩트의 이행을 위해, 123개의 국가에서 온 장, 차관급 대표단이 각 정부의 현재 난민보호의 현황과 향후의 방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이틀에 걸쳐 각 3분에 걸쳐 밝혔다. 비록 구속력 없는 약속 또는 전망을 밝힌 것에 불과하지만 세계 각국이 공식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난민정책에 관하여 세계 모든 국가의 연대에 의거해 밝힌 것은 역사적으로 중대한 순간이었다. 실제로 다음 기사에서 다룰 것인데, 사실 큰 내용이 없는 공약이지만 대한민국 정부 마저도 국제사회에 난민보호를 위해 약속을 하게 되고 다른 나라의 활동을 듣고 보게 되었다.
▲ 짧은 발표에도 큰 감동을 참가자들에게 안겨준 캐나다 이민난민국적부[Immigration, Refugees and Citizenship Canada (IRCC)]의 Marco Mendicino 장관
실제로 770개 이상의 공약이 제출되었다. 난민이 고용, 교육, 전기 및 인프라에 대해 접근성을 개선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재정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과 노력에 대한 것들이다. 정부나 NGO 뿐 아니라, 한국에선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의 기반을 작동시키는 기업도 난민 보호를 위한 공약들을 내놓았고, 스포츠 기구들도 그렇게 하였다. 돈을 내겠다는 약속들도 따랐다. 유엔난민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월드뱅크(WBG)가 47 억 달러 이상, 미주 개발 은행(IAD)가 10억 달러, 또 그 외의 다수의 주요 재정 공약을 받았다고 밝혔고, 다양한 국가와 다른 단체들도 난민과 수용국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해 20 억 달러 이상을 공동으로 약속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여러 기업이 최소 15,000 개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자금 지원 및 이니셔티브를, 그리고 필넷(PilNet)이 주도하여 세계 각국의 로펌들이 난민들에 대해 연간 약 125,000 시간의 법률 상담을 하도록 하는 공약도 만들었다.
▲ 세계 각국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에 관한 공약을 발표하는 필넷(Pilnet :The Global Network for Public Interest Law)의 Julia Mayerhofer
셋째, 난민이 당사자로서 섰다. 난민들은 그간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졌고, 그간 여타 국제회의에서도 마치 난민들도 모든 논의에 동의하고 참여하는 것처럼 초청하여 발언 순서도 부여하곤 했으나 사실 난민들은 그럴듯한 연출로 소비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글로벌 포럼에는 2년 전부터 아태난민권리네트워크의 주된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조직되고 있는 글로벌 난민 주도 네트워크(Global Refugee-Led Network)의 모토인 ‘당사자성에 기반한 의미있는 참여’를 위한 노력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난민들이 포럼 준비과정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얼마 주어지지 않는 전체 세션에서 중요한 순간에 발언했고, 스팟라이트 세션이라 불린 다양한 부대행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난민들이 배제된 난민 보호 대책논의는 무의미하지만, 대부분의 난민들이 법적 지위의 불안정성과 개별 국가들의 맥락이 매우 달라 연대가 조직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나, 점차 초국적인 연대가 스스로가 난민이지만 난민을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활동가들을 통해 조직되어 왔고 국제사회에 가시화되는 순간이었다.
▲(좌) 사이드 이벤트 중 가장 감동적이고, 난민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이니셔티브를 보여주었던 글로벌 난민주도 네트워크에서 주관한 스팟라이트 세션 (우)난민심사역량지원그룹[Asylum Capacity Support Group (ACSG)]의 발족에 관한 스팟라이트 세션[유엔난민기구의 Ms. Gillian Triggs, Assistant High Commissioner for Protection의 사회에, 프랑스 Office Français de Protection des Réfugiés et Apatrides (OFPRA) 사무총장, 멕시코 Comision Mexican de Ayuda a Refugiados (COMAR) 사무총장등의 발표가 있었다]
넷째, 현재 난민문제에 관해 시의적이고 첨예한 이슈들에 대한 의견 교환과 발표가 이루어졌다. 전체 세션은 유엔난민기구에서 조직한 일부 토의를 제외하곤 이틀 내내 123개 국가의 3분 발표가 이어졌는데, 포럼 전날, 그리고 점심시간 등을 이용하여 스팟라이트 세션이라 불린 사이드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토론이 이뤄졌다. 성과 젠더기반 폭력(SGBV), 역시 서로 협조, 또는 긴장관계에 있는 다양한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구성한 세션이다.
인권활동가의 눈으로 본 글로벌 난민포럼의 한계는?
▲글로벌 난민포럼 메인홀의 정부대표단들 및 NGO들.정부대표단은 1층에 NGO는 2층에 위치했다
앞서 밝혔듯 난민협약은 다른 국제인권협약과 달리 협약의 이행 여부를 타 국가들이 공동으로 감독하고, 권고를 내리며, 권고사항 이행 여부에 대한 보고서를 국가와 NGO들로 부터 받고, 질의 응답을 통해 사실 여부를 파헤치는 리뷰 절차가 없다. 난민협약이 난민의 정의(Definition)를 천명하고 강제송환의무 등 일정 의무를 각 국가에 부여하긴 하지만 구체적 이행을 법률상 의무로 공동으로 강제한다는 것이 난민이슈에 관해서는 간단치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글로벌 난민 포럼은 주로 장차관급 정부대표단이, NGO들이나 민간 부문 관계자들과 함께 모여 일종의 정책방향과 약속이란 의미를 내포한 공약(Pledge)을 발표하고 4년간 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절차가 중핵이다. 그래서, 다양한 관계자, 타국과의 관계속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여 더 나은 공약을 발표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서로 자극, 격려, 비판, 권고를 해 나가는 과정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상 한계 역시 분명한데 실제로 지켜본 포럼의 모습 역시 그러했다. 너무 많은 정부에서 동시에 공약 및 정부 공식 발표 – 이번 포럼에서는 123개국 대표단이 참석하여 미리 제출한 발표문을 읽는 형태로 각 3분씩 발표 – 를 하기 때문에, 내용이 충실하기 어렵고, 그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서로 교차질문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종의 현실성 없는 장미빛 공약만 나열하는 또 하나의 단지 국제행사에 그칠 수도 있는 우려가 있다.
또한 난민을 옹호하는데 있어서 전세계는 결코 입장과 상황, 이해관계가 단일하지 않은데 이를 평면적으로 동등한 발언권의 형태로 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컨대, 123개 정부대표단은 공식 발표를 통해 자국의 난민보호 실태를 강조했지만, 그 중 많은 국가들은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지 않거나 할 수 없어서 난민들을 해외로 피난하도록 하고 있는 국가들인데, 묘하게도 그와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서로를 언급할수도, 비판할 수도 없었다.
▲발언 중인 터키의 Recep Tayyip Erdoğan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이에 평면적인 발언을 통해 유엔총회와 비슷한 형태로 발언권을 얻은 국가들이 3분을 활용하여 자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형태의 고도의 외교행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5개 주빈국 중 하나인 터키의 경우 개회사 형태로 좀 더 길게 발언시간이 부여되어 에르도간 대통령이 직접 발언을 하였는데,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 지역을 공격하여 국제사회에 문제가 된 ‘평화의 샘(Spring of Peace)’ 군사 작전을 옹호하며 평화로운 지역을 만들었으니 자국안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을 그 지역으로 재정착시키는데 함께 하자라고 밝혔고, 약간 엉뚱한 내용이었으나 다양한 곳에서 연출된 것 아닌가 생각되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실제로 터키가 국내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을 가장 많이 보호하고 있고, 그 정도도 결코 낮지 않은 것이 사실이나, 자국의 난민들을 재정착이란 용어로 포장하여 결국 소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다양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그런 반박과 대화는 없었다. 포럼의 형태때문이기도 했고, 그만큼 터키의 난민보호 숫자로 인한 위상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유럽 타 국가들의 빈약한 처지가 노출된 것이기도 했다.
발표 내용이 보고서 형태로 사전 공개되지 않았고, 그 시간도 짧았고 교차 질문이 없었다.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준수를 촉구하는 권고도 나올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소위 국제인권메커니즘의 일환으로 글로벌 난민포럼을 직접적인 옹호의 툴로 사용하는데는 현재와 같은 형태로만 진행된다면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정부 대표단은 국제사회에서는 외교적 수사를 교묘히 동원하여 자국의 활동을 분식하는 것이 통례인데, 이어질 기사에서 보듯 대한민국 정부의 발표 역시 이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난민분야의 특수성, 그리고 위와 같은 태생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국가별 발표를 정례화시키고, 이를 포럼 안팎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레버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분명 평가할 지점이 있다. 정성적인 면에서도, 파키스탄 총리가 갑자기 준비한 대본을 치우고, ‘인도내 무슬림들의 국적을 박탈하는 시민권에 관한 법령이 만들어질 것이니 많은 난민이 발생할 것이다. 난민문제는 치유보다 방지가 우선이다(Prevention is better than Cure)’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다음날 인도 대표단은 이를 극렬 반대했지만, 실제로 포럼이 끝나자마자 위 법령을 반대하는 극렬한 시위가 인도 해당 지역에서, 세계 각지에서 발생했고 지금까지 차별적 법안으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결국 글로벌 난민포럼은 실제로 살아있는 난민의 현장을 국제사회가 함께 외교적으로 맞닥뜨릴 기회, 그리고 그 과정에 정부대표단만이 아닌 NGO가 개입할 수 있는 것. 버릴 수 없는, 버릴 수 없는, 앞으로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밝혀야 할 향후가 주목되는 기회다. 아직 그 가능성이 다 밝혀지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시민사회, 모든 관련 당사자들의 활용이 요청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의 발표는 어떠했는가? 장미빛 내용을 밝혔는가 아니면 감동을 주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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