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무부에서는 매년 전세계 각국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에 대한 현황을 담은 인신매매 보고서 (Trafficking in Persons Report, TIP Report)를 발간합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지난 2월, 2020 TIP 보고서에 한국의 인신매매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어필에서 지원하고 있는 E-6 예술흥행비자 소지자와 한국 연근해 및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인신매매 문제의 심각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6월 26일, 2020 TIP 보고서가 발간되어 그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대한민국은 TIP 보고서가 처음 발간된 이래 꾸준히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아왔고, 올해에도 “대한민국의 정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노력의 최저기준을 충분히 충족” 시켰다며 1등급을 유지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는 1) 어선에서의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수사 1 건, 2)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에 대한 교육, 3) 검찰과 경찰에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 배부, 4) 어선에서의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에 대한 정부 부처간 회의 주재, 5) 예술흥행비자 소지자의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에 대한 취약성 감소를 위한 개선안 발표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적 권고 사항> – 2000 UN 인신매매 의정서의 인신매매 정의와 부합하는 포괄적인 인신매매 법을 입법하여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를 범죄화하고, 충분히 엄중하고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의 경우 다른 중범죄에 선고되는 형과 상응하는 형을 규정할 것. – 피해자가 인신매매자에 의해 불법적 행위를 저지르도록 강요받은 경우 그러한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받지 않도록 할 것. – 유죄가 선고된 인신매매자 과반수에 상당한 기간의 징역형을 선고할 것 – 경찰, 출입국, 노동 및 복지 관련 공무원들이 성 및 노동 착취 목적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지원 서비스에 인계할 수 있도록 하는 공식적인 절차를 수립 및 시행할 것 – 한국 어선에서 강제노동을 사용하는 이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확대할 것 등.
<처벌>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자를 기소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은 미흡했습니다. 형법 제31장의 여러 조항들은 성착취 및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에 최고 15년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제289조는 인신매매의 정의를 국제법과 어긋나게 설정하여 그 범위를 착취를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경우에만 한정하고, 강박(demonstration of force), 사기 및 강요(coercion)를 해당 범죄의 근본적인 요소로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국제법에 따른 인신매매의 정의를 반영한 포괄적인 법의 부재는 인신매매죄에 대한 정부의 이해 부족으로 나타났으며 공무원들은 종종 인신매매를 관련 범죄인 성매매, 약취, 가정폭력 및 기타 형태의 성적 학대와 혼동하였습니다. 2019년 인신매매와 연관된 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을 받는 데에 그쳤으며, 이렇게 가벼운 처벌로 인해 이미 유죄선고 받은 바 있는 이들이 인신매매를 계속해서 행하는 경우도 보고되었습니다. 해양경찰은 어선에서의 노동 착취 목적 인신매매 사건을 한 건 수사하였지만 시민단체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어업에서의 인신매매를 수사할 때에 피해자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에서 인터뷰하는 등 그 방법이 비효과적이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잠재적인 인신매매 사건을 단순히 노동법이 위반된 행정적 사건으로 여겨 형사 소추를 위해 법집행기관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몇몇 시민단체에서는 채무에 기반한 강요가 동원된 사건의 경우 송출과정이 주로 피해자의 본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사법권이 없다고 여겨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피해자 보호> 한국 정부는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였지만 노동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위한 보호노력은 불충분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를 만들어 경찰과 검찰에 배부하였고, 여성가족부 또한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를 만들어 법무부와 경찰청에 배부하였습니다. 착취 당한 피해자가 정부 핫라인 또는 이주민 지원 센터에 연락을 할 때에 일부 공무원들은 잠재적 인신매매 사건을 식별하기 위한 절차를 밟지 않거나 피해자들을 관련 서비스에 연계하지 않았으며 그 대신 피해자들의 고용주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라고 근로자에게 권장하였다고 보고되었습니다. 2020년 법무부는 예술흥행비자 소지자와 출입국 직원들이 접촉할 기회를 확대하고 예술흥행비자 소지자들이 체류자격을 연장할 때에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식별지표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는 개선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는 이러한 정책은 피해자들에게 스스로 식별을 해야하는 부담을 지우며 처벌과 강제출국에 대해 피해자들이 가질 합리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식별지표로써 그들이 당하는 착취가 밝혀질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피해자 식별 실패와 착취자로부터 강요 받아 한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이 처벌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정부는 외국인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인신매매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들을 구금하였고 수사가 종료되자 그들을 강제출국시켰습니다. 경찰청, 해양수산부, 법무부는 299명의 피해자들을 이와 같이 강제출국시켰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정부는 자발적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 피해자들의 경우 송출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는 등의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피해자들이 인신매매자에게 착취당하였을 때 피해자를 체류자격위반으로 처벌한 일이 있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예방> 2020년 1월, 법무부는 예술흥행비자 소지자의 체류자격을 6개월로 제한하고 근로자들이 외국인등록증을 본인이 소지하도록 하기 위해 유흥업소 업주가 체류자격 관련 행정업무를 대신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여성가족부는 13개 언어로 접근 가능한 핫라인을 운영하여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이용가능하도록 하였으며 해양수산부 또한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들을 위한 핫라인을 운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주민들이 핫라인에 전화했을 때 통역이 부재한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해양수산부의 핫라인의 경우 2년 동안 상담이 전혀 없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는 모든 원양어선에 대하여 2022년까지 선원들에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의무화하였습니다. 정부는 예술흥행비자 소지자가 일하는 업소와 이주민 및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을 여러 곳 감독하였으나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지 않았으며 고용노동부는 감독이 이루어지기 전 고용주에 미리 알려 인신매매자들은 인신매매가 의심될 수 있는 것들을 숨기거나 피해자들에게 공무원과의 인터뷰 연습을 시키는 등의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고용노동부는 어선에의 근로감독을 하였으나 해양수산부의 근로감독은 보통 선사와 함께 이루어졌으며 감독관이 배에 승선하여 근로자와 직접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선원법의 송출비용 금지 조항이 충분히 이행되지 않아 송출과정에서 이주어선원에게 높은 송출비용을 요구해 이주어선원들이 채무노동(debt bondage)에 빠지는 일이 계속되었습니다. 해양경찰은 2019년 해상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수사하여 임금체불, 학대 및 열악한 근로환경과 관련하여 81명을 체포하였으나 근로자를 인신매매 피해자로 식별하였는지는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한 이주노동자의 착취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송입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해양수산부는 송입업체에게 이주어선원을 송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모두 제출할 것을 의무화하였지만 시민단체는 정부의 송입업체 수사가 부실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고용허가제 아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어 착취에 더욱 취약해진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착취나 노동법 위반을 신고하는 근로자에 한해 고용노동부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하였지만 시민단체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그러한 수사는 부실하며 근로자가 수개월에 걸쳐 본인이 당한 착취를 증명해야만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을 착취한 고용주들은 가벼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데에 그친다고 합니다.
<한국의 인신매매 유형> 한국에서는 최근 스마트폰과 채팅앱을 활용한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대부분 필리핀 혹은 태국 출신인 예술흥행비자(E-6-2) 소지자를 항구나 미국 군부대 근처의 외국인전용업소를 포함한 바와 클럽에서 성착취하는 유형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자리 중개업자, 송출업체, 바와 클럽의 매니저들은 외국인 여성에게 가수나 공연자로서의 일자리를 약속하고 데려와 주스와 술을 팔며 장시간 노동과 성매매를 강요합니다. 일부 피해자는 휴일과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괴롭힘과 언어적 및 신체적 학대를 당했으며, 도망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임금을 유보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부 바 매니저들은 피해자의 신분증을 압수하고 외출을 통제하였습니다. 송출업체는 베트남, 파키스탄,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근로자에게 과도하게 높은 송출비용을 부과하여 수천 달러에 이르는 빚을 지게 하는 등, 채무를 지게 하여 강제노동을 하게 하였습니다. 어업, 농업, 축산업, 요식업 및 제조업에 약 40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고용허가제 아래 고용되어 있는데 이 중 일부는 강제노동에 해당되는 근로여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한국인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어선에서 선주, 선장, 일자리 중개업자들에 의한 이주어선원의 착취 또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 또는 선주협회의 감독 밖에서 소형 어선에 승선하여 일하는 이주어선원에 대한 강제노동 또한 주로 채무에 의한 강요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이 연루된 다른 나라에서의 인신매매>
TIP 보고서는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인신매매에 대해서도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국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을 일부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브라질. 인신매매자들이 브라질 여성들을 음악 스타가 되게 해주겠다는 거짓 약속으로 한국으로 유인합니다. 키르기스스탄.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자들은 키르기스스탄인 여성과 여자아동을 국내 및 러시아, 한국, 터키 등의 해외에서 착취합니다. 몽골리아. 인신매매자들은 몽골인 여성, 남성과 아동을 한국을 포함한 여러 해외 국가와 국내에서 강제노동을 시킵니다. 인신매매자는 여성과 여자아동에게 중국과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상업적으로 중개하여 가사노동과 성매매하도록 강요합니다. 또한 일본 및 한국 관광객이 이전 수년동안 몽골에서 아동 성매매 관광을 하였다고 보고되는데 시민사회의 일부는 이러한 일이 아직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베트남. 국제 중개를 통해 결혼이나 취업을 위해 한국으로 포함한 해외로 나가는 베트남 여성 중 일부는 가사노동을 강요받거나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됩니다. 이 외에도 스리랑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한국에 와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여러 나라에서 한국에서 강제노동 혹은 인신매매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TIP 보고서는 올해에도 한국에 1등급을 부여하였지만 어필이 그동안 활동하며 만난 이주어선원과 E-6 비자 소지여성을 생각해보면 TIP 등급이 시사하는 바가 한국이 인신매매 청정국가라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취약한 처지를 남용당하거나 기망당해 한국에서 노동착취 및 성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인신매매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어필은 7월 중 한국의 인신매매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어필의 활동과 한국의 인신매매 문제에 꾸준한 관심으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TIP 보고서 다운로드 / Download 2020 TIP Report 국문 / 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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