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휴학하고 어필에서 인턴쉽을 시작한지 두 달여, 봄과 캠퍼스가 그리울 즈음 김종철 변호사로부터 대학에서 특강을 하게 되었는데 함께 가자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는지 물었던 바, 이화여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버선발로 따라나섰습니다. (버선발로 따라나선 것은 캠퍼스가 그리워서이지 절대 여대라서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김종철 변호사는 “지구촌의 사회복지”라는 수업에서 <이주와 난민>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요, 난민뿐만아니라 무국적자, 이주구금, 인신매매에 관련해서 어필이 임하고 있는 멘데이트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교양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주제와 관련해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꽃이 활짝 핀 캠퍼스의 오후에 있었던 이야기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짧은 강의시간으로 인해 네 주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보다는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요. 이야기의 초점은 네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들이 누구이며,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에 맞춰졌습니다.
가장 먼저 난민에 관해서는 무엇보다도 난민들이 처한 상황의 개별성과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난민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그들의 상황을 입증하는 데 현저한 어려움을 겪음에도 우리 정부는 이들의 상황을 특별히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나라 난민인정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난민인정률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또한 인신매매는 단순히 ‘사람’을 물건으로서 거래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취약성을 이용해서 착취를 목적으로 이동과 관련된 행위라는 의미로 넓게 이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구조된 후에도 적절한 법적 도움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 외에 이주구금문제, 무국적자와 관련해서도 이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처우받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출입국관리법과 관련정부부처의 안일한 행정으로 보호소와 송환대기실에서의 무기한 구금 문제, 무국적자에게 해결책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정부의 태도로 사실상 사회적 유령인간처럼 취급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많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어떤 질문들이 있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Q1. 시리아 난민들이 난민인정을 받고 있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난민심사를 받고 있는 시리아 난민은 다른 나라에서 난민신청을 했다면 100% 난민인정을 받을 수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난민을 매우 좁게 해석합니다. 난민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난민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인도적 체류자”라는 애매한 지위를 부여합니다. 인도적 체류자격이란, 난민은 아니지만 본국으로 돌려보낼 여건이 되지 않다고 여겨질 때 정부가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인도적 체류자격은 난민지위와는 누릴 수 있는 것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 이 자격으로 한국에서 살아가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Q2. 인신매매 피해여성들을 위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나요?
: 안타깝게도 여성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이 따로 존재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2000년에 우리나라가 서명한 팔레르모 의정서1에 맞추어 2013년 형법이 개정되었지만 아직 의정서의 내용을 따르기엔 한참 부족한 실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현행법과 현실과의 괴리를 없애기 위해 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아직은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입니다.
Q3. 난민지위를 획득한 난민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 난민지위를 얻었다고 해도 한국에서 살아가기에는 힘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디를 가든 차별적인 시선을 받기도 하구요. 생계를 위한 직업적 측면을 봤을 때, 난민들은 이주노동자와 다르게 어떠한 직종에든 고용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절대다수가 제조업 등 단순 노동을 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난민인정자들 중에는 고등교육까지 받으신 분들이 많이 계신데, 본국에서 일하던 환경과 한국에서 일하는 환경이 달라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한 Case Managing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와 이화여대에서 유명하다는 김밥을 먹고 해만큼이나 밝게 핀 꽃들 앞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강의를 듣고 학생들의 질문을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면, 이렇게 인권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보다 쉽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수단과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어필이 하고 있는 일들이 바로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11기 인턴 김태욱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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