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비나] 혐오에 맞서는 대항표현 후기 – 손예진 인턴

2021년 3월 10일

인터넷에서 게시물과 미디어 콘텐츠를 접할 때, 우리는 게시물뿐만 아니라 다른 인터넷 유저들이 게시물에 답하는 짧은 글, 즉 ‘댓글’도 함께 보게 됩니다. 인터넷 댓글창은 분명 개인 유저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지만, 때로는 개인의 표현이 특정 집단이나 사람들을 향해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내용을 담기도 합니다. 이처럼 소위 ‘악플’이라고 불리는 부정적 댓글의 내용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근거와 주관적 정보로 인해 사실화되기도 하며, 어느 한 사람의 인생이나 특정 집단에 대한 견해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평소 인터넷에 달린 수많은 악플들과 유명 연예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저는 개인 인터넷 유저로서 어떻게 악플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중 사단법인 오픈넷과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주최한 ‘혐오에 맞서는 대항표현’ 웨비나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한국 사회와 인터넷 세계에 비일비재한 혐오표현에 맞서는 방법을 찾고자 웨비나에 참가하였습니다.

‘대항표현의 가능성과 다양한 형식의 대항표현을 살펴보는 자리’로 기획된 웨비나는 총 4개의 강의로 구성되었습니다. 유민석 박사의 ‘대항표현이랑 무엇인가’와 박한희 변호사의 ‘대항표현을 위한 선결조건’이 대항표현의 정의와 혐오표현에 맞서는 법적 조치를 다루었다면 캐시 버거 연구팀장의 ‘성공적인 대항표현을 위한 몇 가지 전략’은 인터넷 대항표현 사례를 분석했고 박지현 디렉터의 ‘기술적 조치를 통한 혐오 표현 대응’은 악성댓글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뉴스 댓글 시각화 시스템을 발표했습니다.

웨비나에 참여하며 가장 충격적으로 배운 사실은 혐오표현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매우 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혐오표현을 접한 사람은 10명 중 6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혐오표현에 위축되고(50.5%), 공포심을 느끼고(53.1%) 혐오표현에 문제가 있다고(87.3%) 느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항표현을 하기보다 혐오표현을 무시하거나 혐오표현 상황을 회피하는 소극적 방식을 택한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또한 연령이 낮을수록 혐오표현 경험률이 높으며, 혐오표현을 접한 청소년의 82.9%가 온라인 커뮤니티, 콘텐츠, 소셜미디어 및 게임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한다는 통계를 보고 우리의 일상에서 학습되고 이미 녹아들어 있는 혐오표현의 심각성을 느꼈습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하지만 대항표현을 하지 않거나 소극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2020년 혐오표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박한희, ‘대항표현을 위해 보장되어야 하는 선결조건’ 발표 자료)

유민석 박사님은 ‘대항표현이란 무엇인가’ 강의에서 개인이 혐오표현이 일어난 자리에서 순간적으로 대항표현을 하기 쉽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혐오표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시간 낭비이거나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혐오표현 피해자에게 대항표현을 바라는 것은 그에게 위축감과 더불어 대항표현을 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부담을 안겨줄 수 있고,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이 다수인 경우 개인이 대항표현을 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집단적 대항표현은 혐오표현의 차별적 정당성을 되받아치고 청원 및 집회 활동으로 혐오표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주최자가 주로 소수자 집단이기 때문에 무시나 침묵을 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 사용자로 접속하는 인터넷에 적용한다면, 다수가 인터넷 댓글창에 혐오표현을 하는 상황에서 한 개인이 대항표현을 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캐시 버거 연구팀장님의 ‘성공적인 대항표현을 위한 몇 가지 전략’ 강의는 그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한 미국인이 트위터를 이용해 “난 인종차별자가 아니지만”으로 시작하여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트윗을 자신의 ‘당신은 인종차별자가 맞습니다 (Yes You’re Racist)’ 페이지에 공유하여 인종차별주의를 비판하는 공간을 만들기도 했고, 스웨덴에 거주하는 이란 출신 미나 데네레트는 페이스북에 ‘내가 여기 있다(JagäRhär)” 그룹을 만들어 시리아 난민을 향한 외국인 혐오발언을 하는 게시물을 공유하고 그룹 멤버들과 그 게시물에 긍정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댓글을 달아 다른 관점을 제공했습니다. JagäRhär 멤버들은 인터넷 댓글창의 첫 댓글이 그 밑에 달리는 댓글의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적용해 서로의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서 자신의 댓글이 댓글창 상단에 올라가게끔 유도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두 사례는 공통적으로 혐오표현을 한 상대의 신념을 바꾸기보다 댓글창이나 페이지를 읽는 다른 인터넷 유저들이 대항표현을 접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두었고, 다른 사용자들도 쉽고 대담하게 대항표현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 JagäRhär 캠페인의 창시자 미나 데네레트와 JagäRhär을 본뜬 다른 나라 캠페인 (출처: 캐시 버거, ‘성공적인 대항표현을 위한 몇 가지 전략’ 발표 자료)

이번 웨비나를 통해 인터넷 혐오표현에 맞서는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의 대항표현 사례를 보며, 저는 혐오표현을 하는 상대보다 토론을 지켜보는 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대항표현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뜻을 함께하는 지인 몇 명과 댓글 몇 개 만으로도 다른 네티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후, 저는 혐오성 댓글을 접할 때 꼭 다른 관점의 댓글을 남겨둘 것을 다짐했습니다. 혐오표현이 표적으로 삼는 사람들도 대화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인터넷과 댓글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코로나 19로 삶의 많은 영역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인터넷 콘텐츠가 우리 삶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인터넷 댓글창에서 접하는 ‘중국 바이러스’, ‘맘충’, ‘똥남아’와 같은 혐오표현에 더더욱 민감해져야 하고, 반응해야 합니다.

손예진 인턴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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