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들이 캄보디아에서 취업사기를 당하여 스캠범죄 등에 이용되고 고문을 당하기까지한 사건이 이슈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2026. 3. 17. 국회에서는 이러한 캄보디아 청년 인신매매 사건에 관하여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선임연구원도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의 인신매매 구조에 대해서 발제하였습니다. 2026년 2월 UNHRC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스캠은 연간 약 640억 달러(약 89.6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적 수익을 창출하는 어마어마한 범죄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업 상태인 젊은 남성 청년을 주된 타겟으로 삼아 진행되는 온라인스캠은 온라인 구인 광고를 통해서 스캐머를 모집한 후 조직원에 의해 스캐머의 여권을 압수한 후 스캠 센터로 보냅니다. 중간 관리자가 스캐머를 교육하고 실적을 압박하며 경우에 따라 폭력이나 위협을 통해 사기 행위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패한 경찰관이 단속 과정에서 스캐머를 체포한 뒤 금전을 받고 다시 조직에 넘겨주는 등 공권력과 범죄 조직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며, 해당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무장 단체가 경비와 보호를 담당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김종철 선임연구원은 온라인스캠의 두가지 대표적인 특징으로 ‘기술의 고도화’와 ‘이중적 피해 구조’을 들었습니다. 기술의 고도화와 관련해서 모집단계부터 웹사이트 구인광고가 정교하게 설계되며, 인공지능(AI) 기반 번역・통역 기술, 딥페이크 기술, 심박스(SIM box) 장치 등이 피해자를 기망하는데 사용되고, 자금 세탁 과정에서도 암호화폐 등을 이용해 추적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더 중점적으로 다뤄진 특징은 두 번째 ‘이중적 피해 구조’인데 스캐머가 가해자의 지위 뿐 아니라 동시에 피해자라는 피해자/가해자 이중적 지위(victim-offender overlap)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중적 구조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데 일부는 범죄의 성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고수익 일자리로 오인해 유입되었고, 이후 점차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처음에는 범죄임을 알고 참여했더라도 이동 제한, 채무 구속, 폭력・협박 등으로 인해 탈출이 불가능해져 계속 범죄를 강요당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스캐머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경우 인신매매 또는 강제노동 피해자를 적절히 식별하지 못하거나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팔레르모 의정서라고 하는 유엔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는 인신매매를 ‘착취의 목적으로 폭행, 협박, 강요, 감금, 취약한 지위의 남용이라는 위법한 수단, 모집이나 운송, 은닉 인계 또는 인수의 행위’로 정의하고 있고, 인신매매 피해자의 보호를 강조하면서 피해자가 인신매매 상황에서 강된 범죄 행위로 처벌받지 않도록 고려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작년 대한민국에서 시행된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인신매매방지법’이라 합니다)에서도 이러한 정의를 따라 인신매매를 정의하고 있고, 제4조 제2항에서 “피해자에 대한 인신매매 과정에서 그 피해자가 행한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하여 비처벌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계명대학교 인권센터 김희정 교수는 이러한 피해자 비처벌 원칙이 미국 형법과 영국에서의 형사책임 판단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과 제도가 있더라도 피해자/가해자 이중적 지위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현실에서 원칙과 제도가 적용되지 못한다면 여전히 그들의 피해자성이 가려지고 가해자조직이 아닌 스캐머들만 가해자로 남아 처벌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률사무소 노을의 이지영 변호사는 초기에 본인도 캄보디아에서 탈출했다는 인신매매 피해자이자 보이스피싱 가해자인 피고인의 말을 믿지 못했던 사례를 소개하면서 수사나 재판의 과정에서 이들이 감금, 협박, 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무시되어 문제가 된 사안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범죄가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해자 이중적 지위를 정확히 포착해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북부청 형사기동대 김종욱 경정은 범죄조직이 단속을 피해 범죄를 계속하기 위해 스캐머들에 대한 자유제약을 완화하거나 수익을 분배하는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상황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인신매매방지법상 처벌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인신매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비범죄화(비처벌)되어야 하는 인신매매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그에 대한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인신매매방지법의 피해자식별 지표가 법집행기관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선 기관과 사회에서 인신매매 피해자의 피해자/가해자 이중적 지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식별지표의 활용이 필수화될 때 비처벌 원칙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025년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대한민국에 인신매매와 관련된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처벌조항을 적절하게 추가하고, 법 집행 기관이 인신매매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인신매매 피해자식별지표 사용을 의무화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캄보디아 청년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피해자/가해자 이중적 지위로 인해 그에 대한 평가가 1차원적일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입체적 구조가 잘 파악되고, 보호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 제도와 그 제도의 실질적 적용을 통해 잘 보호될 때에야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김주광 변호사 작성)
관련 글
- 2026년 2월 27일
- 2026년 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