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내 송환대기실에서는 난민신청자의 변호인 접견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사실, 알고계셨나요? 어필이 제기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에 대해서 최근, 변호인접견을 허가하라는 가처분결정이 난 이후 변호인접견과 관련된 규정이 새롭게 신설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참고: [판례]송환대기실에 구금된 외국인의 변호인접견을 허가하라). 이에, 김하은 인턴은 통역의 자격으로 이일 변호사와 함께 실제로 접견을 가보았는데요. 최초로 송환대기실에 구금 중인 난민신청자에 대해 접견을 경험해 보게 되었습니다.
[헌법소원 본안결정 전까지 임시로 운영되는 인천공항변호인접견지침] |
신분증과 접견신청서를 제출하고 법무부의 임시출입증을 받아서 ‘인천공항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꽁꽁 숨겨진 길을 통해 입국 심사대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난민인정심사대기실.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굉장히 깔끔하고 새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휑한 기분, 뭘까요? 한국에 처음 온 손님들에게 ‘인천공항은 한국의 첫인상이다’, 혹은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라고 말하는데, 난민신청자로 한국에 온 사람들이 처음 느끼는 한국은 이렇게 딱딱하고 쓸쓸한 곳일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종교 박해를 피해 P 국에서 오신 R씨. 아직 서른도 채 되지 않은 그가 지닌 삶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전화통화를 통해서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박해의 시작에서부터 한국에 온 이후까지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어보아야했습니다. 그는 몸도 마음도 지쳐보였고 벌써 두 번의 조사를 거치며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해야 했지만 짜증나는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감정이 북받쳐 우는 R씨를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고립되고 폐쇄적이며 환경도 열악한 송환대기실에서의 기약없는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위험을 감수한 채 본국으로 돌아가는 신청자들도 많기에, 우리는 R씨에게 우리도 최선을 다해 도울테니 마음 굳게 먹고 강해져야한다는 마지막 당부를 하고 나왔습니다. 하루 세끼 치킨버거와 콜라만 먹고, 아무도 만나지 못하며, 어디에도 나가지 못한 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있는 그가 길면 5개월까지도 갈 수 있는 이 지난한 과정을 잘 버티기만을 기도하는 수 밖에요.
오늘 처음 통역을 맡은 저는 어필이 하는 일들이 만들어진 길 위를 걸어가는 일이 아니라 길을 내고 닦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 하나 고칠 점을 지적하고 싸워가면서 바꿔나가는 긴 여정에 한 걸음 보탤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7.5기 인턴 김하은 작성)
관련 태그
관련 글
- 2014년 7월 2일
- 2014년 7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