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법 시행 1년 기념 포럼 참석 후기

2014년 7월 2일

법무부ㆍUNHCRㆍ국회 Friends of UNHCR 공동 포럼; 부제-“난민법 시행 1년, 앞으로의 난민정책 100년”을 다녀와서 

 

[난민법 시행 1년 기념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2013년 7월 1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독자적인 난민법이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과 이주민에게 배타적인 아시아 중에서도 소위 단일문화권적 성격을 강하게 띠는 한국에서 난민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는 큰 성과였습니다. 그렇게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시행되기 시작한 난민법이 드디어 그 1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시행 효과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들도 많고 논쟁의 여지도 많았던 1년을 보내면서 현재 난민법은 어디까지 왔는가에 대한 주제로 난민법을 되돌아보는 포럼(법무부ㆍUNHCRㆍ국회 Friends of UNHCR 공동 포럼; 부제-난민법 시행 1년, 앞으로의 난민정책 100년)이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어떤 것들이 재조명되고 비판을 받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법무부 송소영 난민과장과 UNHCR(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스텔라 오군라데 법무관의 기조발표 후, 본격적인 회기로 이어졌습니다. 회기를 둘로 나누어 첫 번째 회기에서는 난민 정책, 법령, 제도 등에 대해 선문대학교 법학과 장복희 교수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의 발표 후 수원지방법원 김성수 부장판사와 IOM(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국제이주기구) 이민정책연구원 정기선 연구실장의 토론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두 번째 회기에서는 조금 더 실증적인 난민 처우, 정착, 인권에 대해 다뤄 봤는데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송영훈 교수와 사단법인 피난처 이호택 대표의 주제 발표 후에,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 이발래 팀장과 대한적십자사 김성근 국제남북국장의 날카로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사회자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인섭 교수였습니다. 

  [스텔라 오군라데 UNHCR 법무관의 기조발표] 

기조발표에서 송소영 과장과 오군라데 법무관은 지난 1년 동안 한국의 난민법이 어떻게 시행되었고,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였는데, 송소영 과장은 조금 더 세세하게 실증적인 항목별로 설명을 해 주셨고, 오군라데 법무관은 한국의 변화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한국의 이러한 변화가 충분히 의미 있고 한국의 태도와 변화에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첫 번째 회기] 

장복희 교수는 ‘난민보호의 새로운 국가관행 – 보완적 보호제도’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는데요. 서론에서 장 교수는 난민협약은 원래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생긴 난민을 보호하려고 만들어 진 것이지만, 주지하다시피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이유로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종교 갈등이 난민 발생의 주된 이유라고 했는데,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최근의 중동에서는 종교 자체의 갈등보다는 오히려 종교 내의 종파 갈등이 크다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고 봅니다. 본론에서 장 교수가 역설하는 “보완적 보호제도” 개념 자체는 저에게 생소했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개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보완적 보호”란 협약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협약 개념의 밖에 있는 자들(즉, 비협약 난민)의 인권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고에서 출발한 것으로, 이 개념에 따르면 난민협약의 박해 사유의 5가지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난민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황필규 변호사는 ‘인식‘의 중요성과 “Refugee Roulette(난민 룰렛)“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현재 시행되는 난민법의 문제점을 끄집어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세계화된 시대에 뒤처져 ‘단일민족국가’와 ‘순혈’이라는 인식을 갖고 외국인들을 향해 편협한 시각을 가진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한국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고유한 난민법을 제정했을 정도로,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는 굉장히 외국인들에게 배타적입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유교가 지배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경험이 풍부한 연장자들을 존경하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지 않은 사람들을 배척하는 유교의 단면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난민 룰렛’이 생겨납니다. 어떤 판사에게 사건이 배당되느냐에 따라, 일관성 없이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룰렛처럼 제멋대로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점을 황 변호사는 지적했습니다.

장 교수와 황 변호사의 발표에 대해 김성수 부장판사가 중요한 지적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장 교수의 ‘보완적 보호’에 대한 우려입니다. 실제 취지는 이 제도를 통해 인도적 체류 허가 지위를 줄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여 해석하자는 것인데, 이 제도에 기대어 “협약 난민”을 더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꼬집었습니다. 또, 황 변호사의 ‘난민 룰렛’에 관해서는 최종 책임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내놨는데, 물론, 일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책임자가 최소화가 되면, 현재도 오래 걸리는 난민 신청 절차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을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정기선 연구실장은 5가지의 방안을 들면서 현재 난민정책의 문제점을 가리켰습니다.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첫 번째로는 난민의 이해도 부족입니다. 두 번째는 법제적, 행정적 절차에 대한 연구들에 비해 난민 정착을 위한 기초연구가 아주 부족하다는 점, 세 번째로, 중앙정부의 주도 하에만 난민 정착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지방 정부나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업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네 번째로, 재정적으로 정부 재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재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민간 재원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민간 단체를 의미한다고 할 경우, 재정적으로 취약한 민간 단체가 매년 1,000명을 넘어서는 난민 신청자들의 정착과 관련된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난민에 대한 의식 수준이 아직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재정적 재원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미약할 것으로 판단 됩니다. 재정적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예산을 들여 프로젝트를 지역사회 등 민간의 참여와 연계해 진행하는 것이 더욱 현실 가능성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프로그램에 난민들이 끌려가는 것이 아닌, 자기 주도성을 잃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 세 번째의 문제점은 모든 발표자가 굉장히 중요하게 인식해서, 모든 발표와 토론 내용에 포함되었습니다. 

  [두 번째 회기] 

그 뒤 두 번째 회기가 시작되면서 조금 더 실증적인 난민 처우. 정착. 인권 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송영훈 교수가 첫 번째 발표를 맡았는데요. 한국의 난민법이 시민단체와 전문활동가 그룹 등이 참여해서 제정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송 교수는 또한, 난민의 전통적 정의에서 “nationality”를 대부분 ‘국적’으로 번역하는 데 반해 요즈음은 인종, 종파, 또는 혈족과도 중첩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말하면서 ‘민족’으로 번역했습니다. 요즈음의 세계화된 사회에서 nationalism을 국가주의라기보다는 민족주의로 보고 있는 시각이 증가하는 가운데 적절한 해석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또한 송 교수는 nationality라는 개념 이외에도 난민의 전통적 정의 자체가 환경난민이나 국내실난민 등을 포괄적으로 보호할 수 없는 제한적인 정의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송 교수는 “국제난민레짐“에 대해 말하면서 국제정치적인 시각, 즉,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적인 시각과 코스모폴리탄(Cosmopolitianism; 세계시민주의)적인 시각에서 어떻게 난민의 인권을 보호할 지에 대해 이야기 하여,  법제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과학적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난민의 해결 방법으로 ‘자발적 귀환‘이 과연 자발적 귀환인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 것입니다. 케냐와 소말리아의 ‘소말리아 난민 본국송환협정’을 예로 들면서 자발적 귀환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며, 이것이 또한 자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물음을 제기했습니다. 송 교수는 앞으로 한국의 난민정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는데요. 우선, 지방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이고, 두 번째는 난민 신청자와 난민을 향한 취업교육과 경제교육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국민의 지식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도 언급했는데요. 옥스포드 대학이나 노스웨스턴 대학에는 난민센터가 이써 1-3주 정도 인권 강좌를 하는데, 우리나라도 그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두 번째 주제발표자는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였습니다. 발표를 아주 재밌고 쉽게 해서 청중들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이 대표는 조금 더 실증적으로 분야를 나누어 발표를 진행했는데요.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과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의 난민 정책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미국은 난민인정이 빠른 반면 지원이 부족하여 유럽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유럽 같은 경우는 ‘난민/이민’에 대한 지원이 굉장히 전폭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이 문제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문제 중에 하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9/11 이후에 미국의 난민 인정 절차와 정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도 발표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생계, 취업, 주거, 교육, 의료, 가족 등으로 나누어 현재는 어떻게 난민 정책이 진행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말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교육은 모든 난민들이나 그리고 정부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분야여서, 송교수가 말한대로 취업 교육이나 언어 교육, 그리고 경제 교육은 필수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두 사람의 주제발표가 끝난 후, 이발래 팀장과 김성근 남북국장의 토론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이발래 팀장은 난민법이 시행된 후에도 난민의 지위를 인정 받은 사람이 몇 없다는 비판에 대해 어떤 것을 시행하든 첫 해에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리키며, 난민법 시행 첫 해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해였다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또한, 시행 성공률이 높으려면 지역 사회가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중앙정부 주도의 프로젝트보다 성공률이 높다는 것도 가리켰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국장이 토론을 마무리 하며, 몇 가지 고려할 사항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 중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대해 언급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성근 토론자는 외국 적십자사와 한국 적십자사의 난민 지원 활동에 대해 비교 분석하며 토론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유익한 포럼이었던 것 만큼, 질문도 많이 나왔습니다. 시간 관계상 발표자들이 다 대답할 수는 없었으나, 몇 가지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었습니다. UNHCR의 오군라데 법무관에게 나온 질문으로 난민정책이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경향이 많은데 이것에 대한 해결책을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오군라데 법무관은 UNHCR은 절대로 정치에 좌우되는 경우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난민 신청자의 지위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는데요. 송소영 법무과장은 난민 신청자 사이에 태어난 자녀에 대해서는 외국인등록법에 따라 외국인으로 등록되어 교육 등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Non-Refoulement Principle. 바로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이미 어려운 상태에 있는 난민 등의 상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면 안된다’는 국제법 상의 원칙입니다. 중국과 북한은 비밀 협약을 통해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태에 있는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난민 법제나 난민 정책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난민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소위 단일 문화권이며, 순혈주의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독자적인 난민법이 제정되어 시행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첫 번째라는 것은 송영훈 교수가 말한 대로 의미도 있지만 또한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포럼이 이런 상태에 있다고 알고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 포럼에서 나온 내용들이 정책이나 실질적인 처우 개선에도 효과적으로 반영도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난민법 시행 1주년을 맞아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배포한 ‘난민법 시행 1주년 평가 보고서’] 

(7.5기 인턴 유윤정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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