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여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라
다가오는 두번째 “더 나은 이야기”에서는 라이베리아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온 난민이 자기의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그때 당시 라이베리아 상황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갖기 위해 어필 사무실 식구들은 점심시간에 “Pray the Devil Back to Hell”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한글로 직역하자면 “악마여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라”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갖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지니 레틱커 감독의 작품으로 라이베리아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모인 라이베리아 여성들의 운동을 담은 영화입니다.(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받았던 충격과 감동을 혼자 간직하기 아까워 이 다큐멘터리, “Pray the Devil Back to Hell”을 바탕으로 라이베리아 내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 시작합니다!
다큐멘터리의 첫 장면은 교회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전쟁에 지친 여성들이 평화라는 이름 아래에 Christian Women’s Initiative for Peace라는 단체를 세웁니다. 그 과정을 지켜본 한 무슬림 여성은 감명을 받아 Liberian Muslim Women’s Organization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두 단체가 하나가 되어 Women of Liberia Mass Action for Peace라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크리스찬들과 무슬림들이 하나로 모인 것은 라이베리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라이베리아 여성들은 하나로 모여 이 운동을 시작하였을까요? 그 이유는 라이베리아에 절망을 가져다 준 내전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이 여성들이 한 엄청난 일을 보기 전에 라이베리아 내전을 잠시 살펴보려고 합니다.
라이베리아 내전과 Women of Liberia Mass Action for Peace 운동
라이베리아 내전은 1989년-1997년의 1차 내전과 1999년-2003년의 2차 내전으로 나뉩니다. 1차 라이베리아 내전은 쿠데타로 집권한 사무엘 도우 정부에 반대해 찰스 테일러라는 군벌 지도자가 198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반군을 일으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990년 9월에 사무엘 도우는 반군에 의해 사망했지만, 두 세력으로 나뉜 반군은 정권을 잡기 위해 계속해서 싸웠고 내전은 더욱 악화 되었습니다. 내전 중간 중간에 몇번의 평화 협약들이 있었지만 1997년에 마침내 새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 때 내전이 종식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당시 최대의 군벌 지도자였던 찰스 테일러가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테일러가 정권을 잡은 후에 라이베리아는 잠시 안정을 찾은 듯 하였지만 테일러는 탄압 정치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의 탄압에 반발하여 1999년 반군이 찰스 테일러 정부에 맞섭니다. 그리고 2차 내전이 시작 됩니다. Women of Liberia Mass Action for Peace 운동은 바로 이 2차 내전 중에 형성 되었습니다.
내전은 라이베리아에 절망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수십만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고, 전쟁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남자 아이들에게도 총과 칼을 손에 쥐게 하여 그들의 부모를 죽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정부군, 반군 할 것 없이 총과 칼을 갖고 있는 자들은 여성들과 소녀들을 무차별하게 강간했습니다. 라이베리아 국민들은 십년 넘게 지속되는 전쟁에 지쳐있었습니다. 그리고 내일에는 또 어떤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지 불안해 하며 살았었습니다. 그렇게 라이베리아는 더 이상 빠져 나갈 수 없는 어둠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절망 속에서 꽃피운 여성들의 희망
하지만 절망 속에서 희망을 놓치 않았던 사람들이있었습니다. 바로, 라이베리아의 여성들이었습니다. Women of Liberia Mass Action for Peace를 결성한 라이베리아 여성들은 한 수산시장에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 그녀들은 햇빛이 심하게 쬐는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나 매일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노래하며 시위를 했습니다. 흰 티셔츠를 입은 수천명의 라이베리아 여성들은 찰스 테일러와 반군이 한 자리에 앉아서 대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나날이 거세지는 압박 속에 결국 찰스 테일러와 반군은 인접국인 가나에서 대화하기로 결정합니다.
찰스 테일러와 반군 지도자들이 대화를 하기로 약속한 가나에서 평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오고 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반대로 전쟁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반군은 수도 몬로비아에 들어가 정부군과 대치하게 됩니다. 그 상황 속에서 또 수많은 시민들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찰스 테일러와 반군 지도자들은 서로 대화하기를 거부합니다. 가나로 간 흰 옷 입은 라이베리아 여성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들 앞에서 오히러 더욱 강력하게 시위를 했습니다. 그들의 끊임없는 평화를 향한 갈망에 국제사회는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찰스 테일러는 가나에서 체포 당했고, 반군 지도자들 역시 내전을 종식시키기로 결정합니다.
라이베리아 여성들의 운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장해제 캠페인을 지속해서 벌여 소년들이 자신들의 손에 쥐고 있던 총과 칼을 버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선거 투표 독려 운동을 하였고, 그 결과 라이베리아에는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선출 되었습니다. 여성들은 만약 라이베리아에 평화를 해치는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흰 옷을 입고 수산시장에 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라이베리아 여성들은 가장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 침묵하지 않고 용기를 냈습니다. 기도와 노래로 희망을 위해 일어났던 라이베리아 여성들이 있었기에 라이베리아에 평화가 온 것이 아닐까요? 아마 이 여성들은 치열하고 절망스러워 보이는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지 모릅니다. 분명 이 세상에는 희망은 있고, 그 희망을 품으며 함께 손을 잡고 일어나라고 말입니다. 이제 우리가 그녀들의 초대에 응답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 매 순간 순간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침묵하지 않고 일어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5.5기 인턴 김두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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