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로 인한 많은 변화를 우리가 얘기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우리 피부에 가장 와닿는 변화 중 하나는 이젠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치게 된 외국인이 아닐까요? 약 10년전인 2001년에 비해 국내 체류외국인은 2.5배 이상 늘어 2012년 10월에 1,438,886명을 기록했고, 이들이 모여살게 되는 한국 내 외국인 밀집지역 또한 자연발생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밀집지역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서울 이태원부터 시작해서 구로구 가리봉동, 안산 원곡동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동전의 이면처럼 동시에 늘어나고 있는 것은 한국에 팽배한 인종차별과 최근 머리를 들고 있는 제노포비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왠지 더 악질이 아닐까, 이들로 이루어진 외국인 밀집지역엔 왠지 범죄가 난무하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작년 12월 출판된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와 치안실태 연구>는 이 두려움이 과연 실체가 있는 두려움인지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전문을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위의 링크 클릭하세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연구에 기반해 (1) 이렇게 증가한 국내 외국인은 누구인지, (2) 어디가 밀집지역이며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3)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외국인의 범죄의 실태와 유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1. 이 외국인들은 어디서 온 누구지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체류하는 외국인은 크게 세가지로 90일 이상 체류하는 ‘등록외국인,’ 90일 이하 체류하는 ‘단기체류외국인,’ 그리고 재외동포에게 주어지는 자격을 취득한 ‘거소신고’로 구분됩니다. 2001년 이후 체류외국인의 구성분포를 살펴보면 최근일 수록 단기체류외국인의 비율은 감소하는데 반해 등록외국인과 거소신고자는 증가하였는데, 특히 2001년 전체 체류외국인의 41% 정도를 차지하던 등록외국인의 수는 2011년도엔 70%가 되는 등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이 ‘등록외국인’의 국적별 분포를 살펴보면 (2011년 기준) 중국인이 전체 등록외국인의 55-60% 이상을 차지하고 (이들 대부분은 한국계 중국인입니다), 이외에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외국인이 25-30%, 그리고 선진국 및 기타 국적 외국인이 15%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체류자격에 기반해 이 ‘등록외국인’을 재분류하면 이들 대부분 (55.4%)은 노동자이고, 결혼이민자 (15.2%), 유학생 (10.6%), 전문인력 (6.1%), 그리고 그 외 기타 체류자격을 지닌 사람이 13% 정도입니다. 물론 전체 등록외국인이 증가하며 2000년도 초반에 주를 이루던 단순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등록외국인의 체류자격이 다양화되는 추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이들은 주로 어디에 있나요?
대한민국 인구의 49.2% 정도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데 비해 (2011) 등록외국인은 63.4%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은 경남, 인천, 충남, 경북, 부산 등 전국에 걸쳐 살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산 원곡동이 다르고 이태원이 다르듯 외국인이 모여산다고 해서 그 성격이 동일한 것은 아닐텐데요, 외국인들이 모여사는 지역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안산시 원곡동/ 남양주 마곡/ 시흥 정왕동/ 대구시 달서구 등으로 대표되는 (1) 공단배후 노동자거주지로, “대규모 산업단지 주변에 분포하고 중국, 타이,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가 집거하는 지역”입니다. 두번째로는 (2) 대도시 저렴주거지인데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한국계 중국인들입니다. 이들은 다른 국적의 외국인에 비해 한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주로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고, 집값이 싸지만 교통이 편리한 지역을 선호하기에 구로구 가리봉동, 영등포구 대림동과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나 네번째 유형은 인구의 증가세가 그리 뚜렷하지 않은 곳으로, “미군의 주둔에 의해 발달한 이태원 지역”과 같은 (3) 외국관련 시설 주변 지역이나 서초동 서래마을, 동부이촌동의 일본인 마을, 한남동의 독일인 마을 등 대사관/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4) 전문인력의 고급주거단지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의 연구대상은 외국인을 향한 두려움의 중심이 되는 지역인 (1) 공단배후 노동자 거주지와 (2) 대도시 저렴주거지가 되겠습니다.
3. 그렇다면 외국인 범죄의 허와 실을 살펴봅시다!
편견 1.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은 왠지 더 악질일 것 같고 범죄에 더 가담할 것 같다.
역대 최고수치이자 2011년 기준으로 집계된 외국인범죄 검거인원이 전체범죄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3%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나라 전체범죄 검거인원이 감소한데 비해 (2001년-11년 기준) 외국인 범죄자는 증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보다 정확히 외국인 범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검거인원지수,” 즉 인구 10만명당 검거인원을 계산하여 범죄 발생정도를 파악한 숫자를 그 지표로 삼고 있는데요, (1) 내국인의 검거인원지수가 외국인보다 매년 현저하게 높다, (2) 내국인 검거인원지수는 감소추세이나 외국인 검거인원지수는 증가추세이다라는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과 같은 5대 범죄에서도 같은 추세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유형별 차이를 보자면 외국인의 경우에는 살인, 강도, 마약 범죄, 내국인의 경우에는 강간, 절도, 폭력 (폭처법 제외), 도박 등의 범죄가 더 높음을 볼 수 있습니다.
편견 2. 소위 “후진국” 출신 외국인의 범죄율이 더 높을 것이다.
숫자만으로 봤을 때 외국인 피의자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만으로는 중국인의 범죄발생률이 더 높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일단 아까도 지적했듯 한국에 있는 외국인의 대다수가 중국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지표로 사용한 검거인원지수에 기반하여 국적별로 외국인 범죄율을 살펴보면 상반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서 발췌한 <표 3-3>에 따르면 의외로 1위는 몽골, 2위는 미국, 3위는 캐나다가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러시아, 태국, 파키스탄, 우즈벡, 중국 순위). 미국 같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가 기록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군 등 그 가족에 의한 범죄는 통계치에 포함되어 있으나 그들은 외국인 등록이 되지 않으므로 인구수는 등록 외국인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캐나다, 미국 등과 같은 소위 선진국 출신 외국인들의 범죄가담률이 높은 점은 주목할만한 결과입니다. 대조적으로 중국인은 평균치, 그리고 우리사회에서 괄시/ 편견/ 기피 대상인 “이주노동자” 집단을 형성하는 베트남,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네이사 등 동남아시아 국적 외국인의 범죄가담률은 낮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편견 3. 소위 불법체류자의 범죄율 또한 더 높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확산된 또 다른 생각 중 하나는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소위 불법체류 외국인)은 보다 더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것 또한 편견일 수 있습니다.
2000년 이후 국내 체류외국인 중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2001년 48.1%였던 것이 2011년에는 12.0%로 감소한 상태”입니다. 이걸 감안하더라도 전체 외국인 범죄자 중 체류자격업는 외국인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외국인 총체류자 중에서 전체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과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수치라고 합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이 검거인원에서 누락되었을 가능성인데요, 이 보고서에서는 심층면접을 통해 다른 해석, 즉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낮다는 주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신원이 노출되는 즉시 송환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왠만하면 외부 접촉을 피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에 엮이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인 기피증은 요즘도 활발히 문제화되고 있는 이슈입니다. 그러나 제기되고 있는 주장들이 기반하고 있는 근거 또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인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의 이면엔 상당부분 사실과 무관한 편견, 낭설, 근거 없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러한 맥락에서 이 보고서를 통해 두려움의 실체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내의 외국인에 대한 담론이 보다 생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5기 인턴 김인애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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