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 글로벌 난민위기의 도전과 협력 학술회의 참가기(24년 7월 3일)

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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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동아시아에서, 한국에서 글로벌 난민위기를 언급하는가?

안식년이 막바지에 이르는 즈음,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에서 주최하는 학술대회 – 글로벌 난민위기의 도전과 협력 - 의 토론자로 초청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주제가 너무 크고 조금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무슨 글로벌 난민위기를?’, ‘동아시아에서 무슨 글로벌 난민위기를 논하는가?’라는데서 오는 그 격차, 외국에서도 한국과 동아시아의 난민 레짐과 보호 활동이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공백’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상 속에 갖는 당연한 질문입니다. 동아시아는 '난민 분야에서 지도력'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낼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때가 언젠가는 분명히 올수 있고 와야 합니다. 한참 많은 과제가 있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난민에 집중해서 연구를 쌓아오시던 분들이 점차 등장하고, 해외에서도 동아시아 지역의 난민문제를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나오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점프 직전의 어떠한 축적이 동아시아에 점차 생기고 있다고 봅니다. 시민사회의 초국경적연대 외에도 오히려 학계와 실무계가 모두 모여 이제 무엇인가 이야기할 때가 무르익었다라는 느낌이 드는 시점에, 적절한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생각에, 국내외 많은 분들에게 배우고자 학술대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두가지 맥락이 있었는데요. 첫째 맥락은, 통일강원연구원에서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글로벌난민연구단’이란 6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첫번째 행사로 진행하게 되는 것이었는데요(자세한 내용은 : https://kius.kangwon.ac.kr/Home/H60000/H60100/H60101/html ) 한국내의 그간의 연구가 ‘난민 연구의 절대적인 수의 부족과 제한된 연구주제’, ‘난민위기와 국제사회의 변화에 대한 경험 연구의 부족’. ‘종합적, 연계적 연구의 부재’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역량을 모아내려는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콕스 바자르 캠프에서 사용하는 일상 용품들

둘째 맥락은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로힝야 난민 위기를 이슈화 하는 등 다양한 사업과, 실제로 현지 NGO와 협력해 난민여성 심리치유 사업을 펼치는 사단법인 아디가 그동안의 활동을 알리고, 현지 활동가들을 초청해서 그 활동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되는 행사이기도 했습니다(이 맥락은 https://www.adians.net/adi_news/?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Mzt9&bmode=view&idx=27436851&t=board) . 그래서 행사는 국내외 교수, 활동가, 그리고 방글라데시의 RWWS 활동가들이 함께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학술대회에서의 6시간

“1세션 – 글로벌 난민위기와 지역의 정치동학”에서는 유럽에서 폴란드, 아태지역 에서 태평양 도서군도와 로힝야 문제를 중심으로 핵심적인 이슈를 세분의 발제를 통해 다루었습니다.  

Jageillonian 대학의 얀 브르조조프스키(Jan Brzozowski) 교수

정치학자인 폴란드 Jageillonian 대학의 얀 브르조조프스키(Jan Brzozowski) 교수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유입과 이에 대한 유럽연합의 대응, 특히 폴란드에 집중된 난민 상황에 대해 통계자료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EU의 임시 보호 지침이 최초로 발동된 사례인 우크라이나와 그렇지 않은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처우의 차별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미래 유럽연합에서는 독일 형태의 모델이 아닌 다른 모델이 필요할 것, 특히 아프리카의 인구수가 1.5배 이상 2050년까지 증가하게 될 텐데 유럽에 대한 이주의 압력이 강해질 것이어서 그에 대한 적절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사려 깊은 제안을 하였습니다.

뉴질랜드 Otago 대학의 릴리 송 교수

기후난민에 대해 그리고 중국의 난민정책에 대해 기념비적인 저서를 쓰기도 했던, 뉴질랜드 Otago 대학의 릴리 송 교수는 뉴질랜드와 오세아니아 군도 국가들의 난민법과 정책을 설명했다.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나우루, 피지, 사모아, 솔로몬 군도, 투발루가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들이 집중해서 앞으로 호주의 offshore policy에 대응하는 난민보호를 보여줘야한다는 제안, 그리고 기후 난민에 관한 테이오타 사건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설명, 결국 당사자는 추방되었지만, 이후 군도 국가들로부터 오는 난민들에 대한 인도적 사증 발급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기후 난민 보호에 관한 최전선에 있기에 주목해야한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습니다.

RWWS의 대표 라지아 술타나(Razia Sultana)

로힝야 여성들의 심리치유 사업을 하고 있는 사단법인 RWWS의 대표 라지아 술타나(Razia Sultana)는 “장기화된 로힝야 난민위기: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발표를 통해 현재까지의 로힝야 난민들의 상황과 배경을 사진 자료를 포함한 여러 상세한 자료를 통해 설명하였습니다. 군부의 명령에 의해 강간과 살인이 조직적으로 자행되는등, 제노사이드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과 함께, 한국의 사단법인 아디와 함께 시행하고 있는 난민 캠프(Hakimpara makeshift 난민캠프)에서의 564 난민 여성을 타겟으로 한 심리적 트라우마 치유 활동 – 샨티카나(로힝야 말로 ‘평화의 집’)에 대한 내용을 친절히 설명해준 것에 이어 한국 포스코 인터내셔널(51%)의 가스전 사업이 로힝야 제노사이드와 전쟁범죄에 이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였습니다.

1세션 토론 모습

토론 시간에서는 폴란드의 난민 보호 레짐의 한계에 대한 질문, 로힝야 난민보호에 대한 유엔 절차들의 활용, 기후 난민에 대한 보호에 관한 향후 방안에 대한 제언등이 이루어졌습니다. 방글라데시 정부에 의해서도 로힝야 난민캠프가 관리되지 않고 안에서도 많은 안보 위험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난민들이 결국 미얀마 정부, 방글라데시 정부 사이에 끼어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고, 2024. 5.부터 미얀마 군부와 Arakan Army가 강제 징집을 시작하고 있어서 아라칸주의 로힝야 난민들도 밤에 자녀들이 징집될까봐 밤에 잠을 자지도 못하는 상황 속, 여러 무력 충돌의 문제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가장 취약한 로힝야 난민들에게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오후 2세션은 ‘동아시아 난민 레짐의 진화: 문제와 해결’이라는 테마로 조금 더 영역을 좁혀서 진행되었는데요. 한, 중, 일 3국의 난민제도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International Christian 대학의 나오코 하시모토 교수가 ‘동아시아의 비호신청제도’를, 한국외대의 최원근 교수가 ‘공허한 약속의 역설: 한국의 국제 난민 규범 수용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발표하였습니다.

International Christian 대학의 나오코 하시모토 교수

나오코 하시모토 교수는 3국의 난민제도의 역사, 현황을 개괄할 뿐 아니라, 재정착 제도에 대해 연구를 집중해온 그간의 전문성을 보여주듯, 재정착, 특별기여자, 민간 스폰서쉽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3국의 제도를 비교했는데요. 제가 익숙했던 내용도 있지만 최근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내용들도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를테면, “아프가니스탄 난민(특별기여자) 미라클 작전처럼 비행기 보내는 것은 자위대가 당시 실패하였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진대로 이후 국경을 넘어 인접국 일본 대사관에서 사증을 줘서 들어온 난민들의 수가 상당하다. 물론, 그 이후 아무런 지원이 없었기에 돌아간 사람도 있고, 일부는 심지어 정부에서 JICA 다시 열고 싶어해서 ‘돌아가라‘고 한적도 있었고, 당시 대사관 등지에서 ‘그 시점에 근무 계약중인 사람들’만 포함되었고 그 시점에 근무하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NGO’근무자들은 안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기만 한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워낙 비판이 거세다보니, 민간 스폰서쉽을 통해서, 이들도 데려올 수 있게 되었고, 실제로 학생들을 도왔던 교수나, 여러 NGO들의 스폰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에 대해서 전향적인 대책이 있던 것은 알았는데, 실제로 공식 발표 이후 정부가 전폭적 지원을 해서 ‘스폰싱’이 없어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2300명 이상 비행기 + 비자 + 초기 정착등을 후원해서 오게 되었고, 보충적 경로(Complementary Pathways)의 선례로 소개된 JAR의 시리아 난민들에 유학생의 지원도 일정정도 제도화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최원근 교수

난민에 대해 적실하고 중요한 연구들을 최근 학계에 쉼없이 던지고 계신 최원근 교수의 발표도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Hafner-Burton & Tsutsui 의 ‘공허한 약속’ 개념을 가져와서, ‘특정 국가가 규범을 준수할 의사는 없는 상태에서 “공허한 약속”을 통해 규범을 도입하면 초기에 공백이 크지만, 시민사회의 이에 관한 인식과 활동을 통해 결국 규범의 이행이 강화되는 결과가 나온다’라는 것을 한국의 난민보호 규범의 이행과정과 연계해서 설명하였습니다다 Risse & Sikkin의 규범 사회화 모델인 ‘Repression- Denial – Tactical Concessions – Prescriptive Status – Rule Consstant Behavior’를 원용하여 한국의 도입상황이 어디에 있는지를 짚고, 그 간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엘리트 / 법률 중심의 옹호모델’과 ‘당사자성 부재 등에 관한 숙제를 엄밀한 언어로 잘 짚어주었습니다.

샨티 카나 하우스 전경

마지막 세션은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샨티카나’에서 RWWS가 시행하고 있는 심리치유 프로그램(요가, 활동가들의 신체적 접촉을 통한, 6개의 방을 거치면서 심리 치유를 경험)을 실제로 일부 자원자를 받아서 6축약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디의 이 활동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여기서 많은 난민 여성들이 난민 캠프의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자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체험할 수는 없었지만, 활동가와 등을 맞대고 심장이 함께 뛰면서 공동체적 지지를 느끼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참여자의 말도 기억에 남고, 활동가 분들의 모습 속에서, 실제 캠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마치 난민여성들의 목소리와 모습이 바로 앞에서 보이는 것 같아 눈물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심리 치유 프로그램 6개의 방 중 BODY ZONE 체험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 - 로힝야 난민 여성들의 집 ‘샨티카나’에 가다’

(참, 너무나 감동적인 이 활동에 대해서는 아디에서 최근 샨티카나 활동의 경험을 담아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 - 로힝야 난민 여성들의 집 ‘샨티카나’에 가다’라는 책을 출판하셨는데요. 한번 꼭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나가며

저는 행사 자체에서 향후 6년간 계속될 글로벌난민연구단과 동아시아 연구를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 학자들의 교류가 시작된 것, RWWS의 활동가분들의 구체적인 ‘몸’을 사용한 활동이 있었던 것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토론 시간에는 주로 이러한 바람을 나누었는데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누구도 동아시아에서 난민보호를 위한 도덕적, 실천적 행위가 주도적으로 일어날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상하죠, 전세계 GDP 50%가 몰려 있는 0.3%의 영토는 바로 ‘유럽’, ‘북미’, ‘동아시아’인데, 동아시아는 왜 그럴까요? 동아시아는 단지 난민보호를 위한 펀딩을 하면 되는 곳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이런 이유에는 20세기 초의 상흔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스트 콜로니얼의 상황이 겹친 동아시아의 과거 상황, 인구 절벽으로 인해 강한 이민정책에 대한 드라이브를 3국이 걸면서 생기는 난민 주제의 주변화와 코로나19이후에 생겨난 ‘정당한 구성원’에 대한 질문에 대한 성긴 답변 밖에 없는 현재 상황, 동북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긴장과 난민보호에 앞서 국제사회의 연대를 통해 평화를 먼저 일궈야하는 첨예한 군사적 긴장등은 있습니다.

하지만 활동가로서, 이러한 상황만 이야기하기에는 난민들이 처한 상황은 너무 급박합니다. 콕스바자르에 100만명이 있고, 한국의 공항에도 수백명이 구금되어 있는 것은 바로 현재의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이례적인 선례’들을 잘 발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 시민사회는 2024년 2월 종료된 Homes for Ukraine Scheme을 통해서 18만명을 민간 스폰서십을 통해 돕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여러 실패가 있다 하더라도, 1)일본에서 민간 스폰서 프로그램을 ‘구조하지 못한 아프간 사람들’에게 확대한 과정(시민사회의 비판), 2)민간 스폰서 프로그램을 일부 도입해서 시도한 것은 한국의 출입국 관료 관점에서 보면 충격적인 일일 정도로 의미가 큽니다.

물론 난민심사제도와 관해서는 일본의 입관법 개정이 되었고, 한국에서 신속심사제도를 도입하려는 난민법 개악안이 국회에 계류중입니다. 전반적으로 국가의 의무에 따른 보호의 수준을 올리려는 것 보다는, 통제할 수 없는 난민보호의 허들은 높이고, 통제할 수 있는 형태의 ‘선별적 수용’은 높이려는 정부의 방향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지만, 선례는 바로 나눠야 합니다.

둘째로,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해소를 해야합니다. 샨티카나의 예도, 결국 아디가 RWWS와 함께 일궈가는 시민들의 연대입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감동적이었던 사례는 아프간 난민들과 함께 일했던 의사들이 서로 ‘친구’로 여기고 이들에 대한 우정속에 긴밀한 도움을 제공한 것입니다. 일본의 사례를 봐도, 교수, NGO들이 자기일로 여기고 민간 스폰서십을 통해 난민구조에 나섰다는 것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여러 한계가 있는 정부들이 국내정치의 상황이 허락하거나, 국민들의 총의가 모일때까지 난민보호를 지체하는 것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 – 또하나의 체리피킹의 문제를 주의해야하더라도 – 국가에게 맡긴 소극적 수용이 아니라, 적극적인 해외에서의 피난을 시민사회가 조력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그간 해오지 못했던 국내외의 역동을 만들어내고, 정착 지원에 대한 시민사회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제에 캐나다의 선례 뿐 아니라 일본이 시작한 ‘민간 스폰서십’ 프로그램에 대한 공동연구를 하되, 출신국간 차별을 가져오지 않는 방식으로,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민간의 적극적인 역량 강화를 가져올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각국 법무부가 ‘나쁜 예’들을 초국경적으로 공유하고, 동시에 일정한 정부간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의 빈틈을 advocacy 관점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저희가 더 빨리 뭉치고 더 빨리 연대할 필요가 있고, 나쁜 점은 나쁘게, 좋은 점은 좋게 서로 공유해서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이 만나고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아시아에서의 난민보호는 꿈이 아니라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필 이일 변호사 작성)

2세션 토론
최종수정일: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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