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구금 대안 2022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어디까지? 앞으로 어떻게?(REGIONAL MEETING: PROMOTING ALTERNATIVES TO IMMIGRATION DETENTION IN THE ASIA PACIFIC REGION)

2022년 10월 31일

방콕에서 2022년 열린 구금 대안 아태 지역 회의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UN Network of Migration 아시아 지부와 IDC(International Detention Coalition) 가 태국 방콕에서 주최한 "아태 지역에서 구금 대안 활성화 시키기(REGIONAL MEETING: PROMOTING ALTERNATIVES TO IMMIGRATION DETENTION IN THE ASIA PACIFIC REGION)" 회의에 초청을 받아 다녀왔습니다.

코로나19로 NGO 간에도 대면회의가 거의 없었던 탓에 이일 변호사는 거의 3년만에 해외로 회의 참석을 위해 공항을 찾았는데요. 오랫만에 여권을 꺼내들고 잔여 기간이 6개월이 살짝 모자란 것을 하루 전에 안 까닭에 부리나케 공항에서 긴급여권을 만들어 겨우 방콕에 도착하였습니다[여권 유효기간 꼭 먼저 확인합시다 😅]

  • 구금 대안(Alternative to Detention)이란?



    구금 대안(ATD)은 이주민 난민을 체류자격과 관련된 이유로 구금되지 않도록 하는 공식 또는 비공식 법률, 정책 또는 관행을 의미합니다.

    국제인권법에 따라 이주 구금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각 국가는 먼저 이주 구금 대상으로 간주되는 개인이 관련 문제가 해결되는 동안 비구금 또는 커뮤니티 기반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구금 대안을 구현해야 합니다.



    기억해야할 것은 구금 대안은 '대안적 구금'이 아닙니다. 즉 '더 나은 형태의 구금'이 아니라, 이주민과 난민을 추방목적으로 구금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국제인권규범의 요구에 따라 '구금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출입국 당국은 국제적인 추세인 '구금 대안'을 언급하면서 구금 시설을 일부 개선하거나, 철창을 없애거나 하는 형태도 구금 대안의 일환인 것처럼 오랫동안 설명해왔는데요. '구금 시설내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구금이라는 방법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기에, 비구금을 전제한 구금 대안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Pia Oberoi(Senior Advisor on Migration and Human Rights(Asia Pacific)

이번 회의는 IDC에서 최근 따끈따끈하게 출간한 54쪽 분량의 보고서 "아태 지역의 이주 구금과 구금대안 보고서"(보고서 원문은 링크를 클릭해주세요)를 아태 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에게 소개하는 공개 세선(첫째날)과 각국의 활동 현황과 향후 전략을 서로 공유하고 토의하는 비공개 세션(둘째날)로 진행되었습니다.

IDC가 이주구금 분야에서 가장 방대한 자원을 가지고 활동해온 단체이긴 하지만, 이런 형태의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각국 현지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고서는 아래 국가들의 현황을 담고 있는데요? 벌써 흥미 진진하죠?

  • East and North-East Asia - Hong Kong SAR China, Japan, Republic of Korea

  • South-East Asia - Indonesia, Malaysia, Philippines, Singapore, Thailand

  • South and South-West Asia - Bangladesh, India, Maldives, Pakistan, Turkey

  • North and Central Asia - Azerbaijan, Georgia, Kazakhstan, and Tajikistan

  • Pacific - Australia, New Zealand

첫째날 공개 회의 패널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이주 구금 대안 현재? - 첫째날

첫째날 공개회의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Pia Oberoi(Senior Advisor on Migration and Human Rights(Asia Pacific)이 인사와 소개로 여러 패널들이 공개 가능한 범위의 경험과 활동 내용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Hayat Akbari(HOST International), Carolina Gottardo(IDC, Executive Director), Dr. Jasminka Dzumhur(Vice-Chair, Committee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 (CMW), Ms. Jitvipa Benjasil(Director of Social Division, Department of International Organizations, Ministry of Foreign Affairs), Bernard Sama, Chair(Asylum Seekers Support, Trust New Zealand), Peppi Siddiq(Senior Regional Migrant Protection Specialist, IOM)

실제 이주 구금을 오랫동안 경험했던 당사자 이면서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분들의 경험과 메세지도 강력했고, 이주노동자권리협약 위원회 부의장의 설명도 간결했습니다. 한국은 아직 이주노동자권리협약(CMW)에 여러가지 이유로 가입을 미루고 있는데요.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은 작년에 일반논평(주석과 유사합니다) 제5호를 발표하여 '자의적인 이주구금에 대항하는 이주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별도로 자세한 기준을 마련하였는데요(일반 논평 5호 링크) 한국정부가 협약 가입을 하지 않아서 직접 활용하기가 어려움이 있지만 상세히 살펴볼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밖에 태국 외교부에서 나온 국장의 설명도 신선했습니다. 태국은 '아동구금 철폐'라는 목표를 총리가 명확하게 2010년대 후반부터 표명하면서 실제로 아동을 구금하지 않는 형태의 현지 NGO들과의 협업을 통해 현재까지 350명 이상의 아동들이 구금 시설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태지역에서는 이주글로벌컴팩트의 이행 중 구금 대안에 관하여 가장 선도적인 국가로 계속해서 선례가 소개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육로로 다양한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한국과는 맥락이 많이 다른 태국의 이주구금 제도를 전체적으로 볼때 결코 바람직한 것이라고 평가할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정치지도자들이 이주구금의 폐혜를 인식하고 국제사회에 약속(Pledge)을 하며 조금씩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이주 구금 대안 현재? - 둘째날

아무래도 공개행사보다는 비공개 토론이 더 재미있겠죠? 회의 둘째날은 아침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종일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아래와 같은 주제에 관한 전체 발표와 청중들의 질문이 우선 열렸습니다.

  • Centering Lived experience in the ATD advocacy

  • Using data in advocacy and access to data

  • Engagement with UN Human rights mechanisms for national level advocacy

  • How change happened in Thailand: ATD for children

  • Legal and policy framework in India

데이터에 기반한 이주구금 평가에 관해서는, IDC의 오랜 어젠다인 '이주구금은 비싸고 비효율적이다'라는 내용에 관한 실증적인 설명들이 홍콩의 수라비 초프라 교수에 의해서 이뤄졌고, 그 밖에 인도의 이주구금 현황과 살벌한 문제들에 대해 발표한 함자 비자야라그하반의 발표 역시 인상이 깊었습니다.

사실 난민, 이주구금의 문제에 관하여서는 한국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대부분의 아태 국가들에서는 난민협약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인권협약 자체가 가입되어 있지 않은 국가들이 많습니다. 국가별로 이주구금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활동가나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문제를 삼더라도 쓸수 있는 무기들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데요. 개별 난민들의 처우가 엄청나게 열악하지만 이주구금의 문제의 제도적 개선의 계기를 찾자면 한국은 그나마 열려 있는 부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습니다.

오후에는 세 가지 주제 '아동의 구금대안, 이주구금 문제를 위한 법률적 해결, 권리에 기반한 구금 대안'로 활동가들이 방을 나누어 세시간씩 토론을 하고 이를 다시 전체 세션에서 보고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일 변호사는 이주 구금 문제를 위한 법률적 해결 그룹에 들어가서 한국의 그간의 활동과 현황, 앞으로의 과제를 나누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한국에도 난민이?', '한국에도 이주구금 문제가?'라는 생소해보이는 반응들은 훨씬더 심각하고 깊은 문제가 펼쳐져 있는 다른 국가들에서는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들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제도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는 시간은 매우 의미가 있었습니다.

Hamsa Vijayaraghavan - 인도 Migration & Asylum Project (M.A.P)
둘째날 활동가 회의

그래서 앞으로 한국의 이주구금은?

이주구금의 문제는 개별 국가에서 알아서 해결할 문제는 아닙니다. 더욱이 국가주권과 인권의 길항적 관계를 전제하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선을 긋는 문제도 더더욱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이주민과 난민의 성원권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침해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확인해나가는 문제입니다.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가열찬 활동들을 펼쳐가고 있는 아태 지역 난민 당사자, 그리고 활동가 여러분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처럼 영감을 주었고, 다시 지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활력을 주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가 된다는 것은 이럴 때가 아닐까 합니다. 다른 나라 활동가들도 멈추지 않는 이상 나도 멈추지 않을 것이고, 결국 우리는 전진해간다는 믿음을 서로 확인하는 것.

한국은 오랫동안 다른 나라와 유사하게 위헌적인 이주구금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고, 이주구금은 국민에 대한 이주민과 난민의 '열위'를 제도적으로 존립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였습니다. 한국에서 이주민과 난민으로 산다는 것은 법관의 영장도 없이, 분명한 기준도 없이 언제든 추방당하거나 구금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한국의 이주구금 제도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을 기다리며 중요한 기로에 현재 서있습니다. 내년 이후로부터 새롭게 이주구금 제도의 판을 다시 짜야할 수 있는 지금, 이번 회의의 내용을 한국 내에도 자세하게 공유하고 의미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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