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클리닉 (Legal Clinic) 의 현황 및 과제

2011년 9월 12일

2기 오리엔테이션에서 발제했던 내용을 요약해서 올립니다  한동 로스쿨 3학년때 썼던 페이퍼를 중심으로 발제했으며 페이퍼는 이 글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2기 인턴 정신영)

 

 리걸클리닉 (legal clinic) 인가?

법학전문대학원 = 로스쿨의 도입과 함께 로스쿨은 더 이상 단순히 법학 지식을 익히는 곳이 아닌, professional school로서 학생들에게 실무 능력을 갖추게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의학전문대학원의 학생들이 레지던트, 인턴을 하며 실무를 배우는 것과 같이, 로스쿨의 학생들에게도 현장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실무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리걸클리닉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리걸클리닉의 중요성은 단순히 실무능력을 갖추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리걸클리닉을 통해 다양한 사회정의 이슈들에 접하게 되면서 학생들은 법을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통로로써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쿨에서의 리걸클리닉의 발전과 현황

미국 로스쿨에서도 처음부터 리걸클리닉이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1960, 70년대 진보개혁운동의 바람 속에서 법을 통해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로스쿨 학생들이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방법으로 리걸클리닉이 이용된 것과 포드 재단과 교육부의 초기 지원이 결합하여 각 로스쿨마다 리걸클리닉 프로그램이 정착되었다.

미국에서 리걸클리닉이 발전할 수 있던 요소 중의 하나로는 대리소송제도가 있는데, 필수 코스를 수강한 3학년 학생은 담당 교수의 지도 하에 실제로 의뢰인을 담당할 수가 있다. 학생이 변호사가 하는 업무를 똑같이 – 실제 상담에서부터 서면작성, 변론까지 담당 교수의 지도 하에 모두 직접 하게 된다.

리걸클리닉을 분류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1) in-house clinic – 학교 내에 사무실을 두는 방법, 2) externship program – 학교 외에 다른 로펌이나 정부기관, NGO로 출근해서 현장에서 직접 배우는 방법, 3) simulation – 모의 사례를 수업시간에 다루는 방법 등이 있다. 로스쿨의 형편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같이 이용하고 있으나 대부분 많은 학교에서 리걸클리닉은 필수 코스로 수강하도록 되어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마지막 학년 전체를 리걸클리닉을 수강하여 실무를 익히는 데에 집중하게 하는 학교도 있다.

리걸클리닉의 중요성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강조되어 방법면과 내용면에서 모두 다양한 프로그램이 계발되고 있으며,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로스쿨들은 앞다투어 좋은 리걸클리닉 프로그램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클리닉은 민사 소송, 형법, 중재, ADR, 가정폭력, 이민법 클리닉 등이 있고, 그 외에도 세법, appellate, 난민, 인권, 환경, 장애인법, 가정법, 노동법, 지적재산권, 행정법, 증권, 파산, 입법 관련, 유증법, 신탁법, 부동산법, 소비자 법, 인디안 법, 헌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리걸클리닉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일본 리걸클리닉의 발전과 현황

일본은 2004년도에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로 이론과 실무를 잇기 위한 가교로써 리걸클리닉이 주목을 받고 있다. 로스쿨 도입 전 일본의 법학 실무 교육은 사법연수원에서만 이루어졌었지만 로스쿨 이후로는 전문대학원으로서 로스쿨에서 실무 교육을 담당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리걸클리닉이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실제적으로 크게 정착하지는 못하고 주로 외부 기관으로 인턴쉽을 보내는 것이 전부인 학교도 많이 있다.

리걸클리닉이 일본에서 크게 정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일본 로스쿨 졸업생들의 낮은 사법고시 합격률을 들 수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사법고시 합격률은 50% 미만으로 시작하여 매해 낮아져 2009년 27.6%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으며 로스쿨의 교육의 질이 문제시 되면서, 실무 교육보다는 일단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기존 사법고시 시스템을 폐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격률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에 굳이 비싼 돈과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로스쿨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경우까지 발생하여 로스쿨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리걸클리닉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리걸클리닉의 과제

한국은 2009년도에 지식과 실무능력을 모두 갖춘 법조인을 길러내기 위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로스쿨이 도입되었다. 로스쿨의 도입과 함께 실무 교육을 위한 방법으로 리걸클리닉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고려대 로스쿨에서는 로스쿨이 도입되기 전인 2008년도부터 리걸클리닉을 통하여 태안 기름유출 사건 해결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 제공 및 직접 제작한 피해보상 200문 200답을 배포하였으며, 시각장애인 웹 접근성 향상 캠페인 등을 위해 노력하였다. 현재는 리걸클리닉이 법무실습 교과과정으로 학생들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정이 되어 있으며, 다른 로스쿨에서도 리걸클리닉의 도입을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 리걸클리닉이 정착하기 위하여 일본과 마찬가지로 사법고시 합격률 등 여러가지 넘어야 할 산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산은 “법률가”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위에 머무르면서 특권계층으로 존재하는 법률가로 존재할 것인지, 사회 구성원들, 특별히 소외된 계층의 아래에서 그들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섬길 수 있는 법률가로 존재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리걸클리닉이 로스쿨에서 배우는 법이 생계유지의 도구, 자아 실현의 도구를 넘어, 사회의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개혁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새로운 법률가가 탄생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첨부 논문: Shin Young Chung, Doing Justice – Models for Legal Clinics at HILS -, (2010).   Doing Justice – Models for Legal Clinics at HILS (Index) Doing Justice – Models for Legal Clinics at HILS (Content

 

추천 논문 (뉴스&정보 카테고리에 첨부하였습니다!): 

미국 리걸클리닉의 발전과 현황에 대해서는 Margaret Martin Barry, Jon C. Dubin, and Peter A. Joy, Clinical Education for This Millennium: The Third Wave, 7 Clinical L. Rev. 1 (2000).

일본 리걸클리닉의 발전과 현황에 대해서는 Peter A. Joy, at el, Building Clinical Legal Education Programs in a Country Without a Tradition of Graduate Professional Legal Education: Japan Educational Reform as a Case Study, 13 Clinical L. Rev. 417 (2006).

미국 리걸클리닉에 대한 이해와 우리나라의 과제에 대해서는 전해정, 미국 로스쿨의 임상법학교육이론과 방법론 – 우리나라 임상법학교육의 전망과 과제-, (2008).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