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어필에서 실무수습 변호사로 일하며 보랏빛 향기를 내뿜던 그녀!
전수연 변호사를 기억하시나요? 2015년을 떠나 보내며, 실무수습을 마친 그녀도 떠나 보내야 했던 어필은 송별회를 준비 하……지 않고!! 2016년과 함께 전수연 변호사를 새 식구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 명의 상근 변호사로 어필과 함께 하게 된 전수연 변호사를 소개합니다.
(사진) 여러분이 오래도록 마주할 얼굴, 전수연 변호사. 어필에서는 본명보다 릴리(Lily)라는 꽃 향기 나는 이름으로 불린답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첫 사건을 맡으러 양재역에 가는 릴리 변호사를 쫓아가 밀착취재 했습니다. 그럼 릴리 변호사를 따라가 보실까요! > 얼마나 밀착 취재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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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릴리 변호사님! 어필의 새 상근 변호사로 일하게 되셨는데, 두근두근 하신가요? |
두근두근 보다는, 실감이 안 난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어필에서 실무수습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어필과 같은 곳을 다시 만날 수가 있을까..였어요. 그래서 저는 종종 ‘어필 때문에 눈만 높아져서 다른 곳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하기도 했었죠. 이렇게 생각해오던 어필에서 감히 저 같은 사람이 상근변호사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날 때가 있어요. 어필사무실에서는 큰 창을 통해 인왕산을 바라다볼 수 있어요. 계절마다.. 그리고 날씨마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 즐겁고 좋아서, 매번 마음 속 사진기에 담았죠. (그 때만해도 어필에서 일하는 것이 결정되어 있지 않았던 때라) 연말이 되면 떠나게 될 어필에서 제 안에 남기고픈 것들 중 하나였거든요. 제가 5월 초부터 12월까지 실무연수를 받았으니, 어필에서 보이는 인왕산의 4계절을 다 담은 셈이죠. 앞으로도.. 함께 변하고 반복되어갈 어필의 창 밖 풍경을 계속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사실 작년 가을에 어필 식구들과 인왕산을 힘겹게 올라갔다 온 적이 있는데요, 그 이후로 인왕산을 더 “애정어린” 눈으로 보게 되었지요. |
구조에 대해 생각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뼈아픈 실패의 경험들이 진실을 보게했죠. |
저는 사실 대학교 때 별다른 꿈이 없었어요.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그닥 특기가 있는 분야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평범(?)하게 회사원으로 살아가면서 돈이나 벌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현실감각이 없었던 거죠. 저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는데, 평범한 회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상경대학원에 들어가서라도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공부해야 했던 거에요.
음.. 그런데 그 당시에는 결국 남의 돈 벌어주기 위해 저의 젊은 날의 인생을 별로 관심없는 학문을 배우며 돈과 시간을 들인다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되는 한편, 저도 여태껏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왜 나는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있는걸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아마 이때부터 저는 ‘구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대학 재학기간까지 저는 사회가 원하는 대로, 그 구조 속에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살아왔지만, 그 이후엔 제가 발딛고 숨쉬며 살아가는 이 사회의 구조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구나 라고 의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이 즈음해서, 베트남 신부살인사건이 터졌어요. 17살된 베트남 신부가 한국의 농촌에 사는 40대 남자와 결혼하였는데,알고보니 이 남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고, 평소에도 폭행을 당하며 살았던 거에요. 사건당일에 이 여자는 남편의 폭행으로 인해 갈비뼈가 18개나 부러져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고요. 이 사건을 보면서도 세계경제체계 속에서도 빈국에 속하여 좀더 나은 나라로 시집을 올 수 밖에 없었던 구조, 그리고 한국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중 생활면에서 풍족하지는 않은 농촌, 게다가 가부장적 색채가 강한 농촌사회에서 ‘이주’ 그리고 ‘여성’이라는 몇 겹의 차별과 억압의 구조가 있었구나..란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비참하게 살고 싶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렇지만 삶의 많은 부분이 선택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이 사회의 구조로 인해 고착화되고 , 사회가 아무런 안전망을 제공해주지 못할 때 , 그 구성원은 혼자 벼랑길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구요.
생각이상으로 ‘구조’가 우리 각자의 삶의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로스쿨에 들어가서 변호사가 된다면 ‘구조’를 보고 ,구조 밖으로 내몰려서 아무 돌파구없이 벼랑으로 치달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하게 됐어요. 저에게 있던 실패의 경험들, 뼈아픈 시간들을 통해 구조 밖에 내몰린다는게 어떤 것이지 대충?은 알게 되었고, 탄탄대로를 걸어왔다면 절대 몰랐을 진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회’였던 것 같아요. 물론 그 땐 빨리 터널을 통과하고 싶은 마음 밖엔 없었지만요.
법원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하는 중!
Q. 어필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특별히 관심 가지고 있는 이슈가 있으셨나요? |
로스쿨 동기가 어필을 소개해 줬어요. 로스쿨 다니던 때에도 변호사가 되면 공익섹터 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터라 여기저기 학교 내의 공익인권모임부터 ‘공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모임이나 캠프에는 거의 다 참석했었는데, 이걸 지켜보던 동기 한 명이 ‘어필’을 소개해준거에요. 아마 어필의 초창기였던 것 같아요. 동기의 말을 듣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난민이라는 이슈를 다루고 있는 곳이어서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공감에서는 2주간 로스쿨 실무연수를 받았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간 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매 순간이 알찼고 즐거웠어요. 공익변호사로서의 ‘리얼 라이프’를 알고 싶어서 공감에 갔었던 거고요. 실제로 공익변호사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무엇보다 행복하게 일하시는지… 궁금한 게 너무 많았어요. 공익 분야에 대해 알아간 것도 좋았지만, 변호사님들이 즐겁게, 치열하게 일하고 계시다는게 가장 인상깊었어요. 공감에서의 실무수습 기간을 지나면서 공익 영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화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죠. 생각해보니 공감 실무연수 때에, 어필의 맨데이트와 관련된 난민관련 참고서면을 작성했던 기억납니다. 감회가 새롭네요. |
“힘든 로스쿨 생활이었지만, 공익인권모임을 하던 것이 유일하게 숨통 트이는 시간이었어요”
따뜻했던 어필의 첫 인상. 이불킥을 날리고 싶었던 첫 인터뷰. |
어필 사무실에 와서 처음 인터뷰 했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사무실 문을 열었는데, 큰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사무실에 투박한 나무책상에, 벽에 걸린 그림들 때문이었는지, 너무 따뜻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김종철 변호사님, 김세진 변호사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사실..인터뷰의 내용은 버스타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고일 정도로.. 참 생각하기도 부끄러웠어요. 이불킥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기억에 남았던 순간 하나는, 인터뷰를 마치고 저를 두 분의 변호사님들께서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주시고 문이 닫힐 때까지 인사를 해주시는 거에요. 제 가족들에게도 받아보지 못하는 배웅을 받고 제 안에도 어필 사무실 문을 열며 만났던 그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듯 처음엔 따스함의 온도를 느꼈다고 하면, 지금은 그 깊이를 알아간다고 해야할까요? 저도 어필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에게 그런 온도이고 싶다는 꿈도 꾸어보는 요즘입니다.^^
Q. 어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요? |
마음에 드는 거..너무 많죠! ^^ 말씀드렸지만 어필 사무실의 풍경하고, 손때묻은 책상, 의자, 벽에 걸린 그림들, 그리고 색의 조화 ,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다 좋아요. 특히 어필 사무실에는 책상이 분리되어 있지않고, 칸막이가 없는 넓은 책상들인데요, 저는 대학다닐 때에도 이렇게 탁트인 책상을 좋아했어요. 변호사가 된 지금도 이런 책상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네요. 그리고… 가끔 음악을 틀고 일하는 것도 좋아요. 사무실에 각종 클래식, 재즈 CD들이 있거든요. 그날 기분 따라 듣고 싶은 음악 같이 들으며 일하는거는 아마 어필이 유일할 거에요^^ 이일 변호사님은 종종 퇴근시간이 되어도 퇴근하지 않는 인턴들을 위해 ‘퇴근쏭’을 틀어주기도 하세요. 아! 그리고 사무실이 안국역에 있어서 맛집들이 많아서 좋아요. 지친 심신을 맛있는 음식들로 위로받을 때도 있어요. 매일매일요. 또 제가 좋아하는 건… 어필 특유의 미적 센스라고나 할까요.. 그 배후에는 변호사가 아니었으면 예술계에서 일하고 계실 것 같은 김종철 변호사님이 계세요. (참고로 김변호사님은 여름에도 티에 어울리는 색깔의 목도리를 하고 다니시는 패션피플이랍니다). 어필에 있는 책상, 사무집기, 컵 하나까지 다 김변호사님의 감별절차를 통과한 것들이에요. 주변과의 조화와 색깔, 그리고 실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시는 디자이너 김변호사님의 안목이 저는 좋아요. 한번은 인터넷설치 기사님이 오셔서 “이 사무실은 무슨 미술관 같다”고 하셨는데, 왠지 제가 다 뿌듯하더라구요. |
“공익변호사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정말 감사할 뿐이에요”
어필이 제게 그런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어필의 온도로 남고 싶어요. |
Q. 어필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먼저 어필에게 바라는 점…이라기보다는 어필이 제게 바라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어필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아라하는 일명 ‘콩깍지’에 씌여있는 상태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한 지 9개월이나 되어가는데… 이건 콩깍지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좋은건가봐요. Q. 어필에서 일하면서 스스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어필에서 맨 처음 받은 느낌은 ‘따뜻함’ 이었어요. 어필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던 그 햇살.. 어필을 스쳐지나가거나, 다양한 모습으로 어필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저도 그와 같은 온도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어필의 다양한 모습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릴리 변호사님을 보며 이런 분이 어필의 새 식구가 되어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필에 따뜻함을 더해줄 사람! 릴리 변호사님을 통해 마음 훈훈할 날들을 기다립니다.
릴리변호사님의 따뜻함에 훈훈해하는 작성자
(이슬 연구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