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나그네들이 진정 행복할 수 있도록,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스승
– 다애다문화학교 이희용 교장선생님 인터뷰
지난 6월 11일, 어필에서는 다애 다문화 학교의 이희용 교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다애 다문화 학교는 한국어가 부족하거나 한국에 익숙하지 않아 학교 수업 적응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아이들이나 중도입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의 위탁형 대안학교인데요, 어필에서 난민 신청을 돕고 있는 열 여섯 살 소말리아 소년 Y가 다니고 있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이희용 교장 선생님의 도움으로 Y는 학적이 생겨서 공부한 것이 학력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게도 되었답니다! 이희용 교장 선생님과 왜 다문화 학교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다애 다문화 학교는 어떤 곳인지, 그리고 한국에서의 다문화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다애다문화학교 이희용 교장선생님]
1.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란 누구를 말하는 건가요?
교육에서 말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말하는 것과 조금은 다릅니다. 한 쪽 부모가 외국인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물론, 외국에서 외국인 부모 밑에서 자란 뒤 한국에 들어온 중도 입국 청소년 또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입니다. 어머니가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한국어는 곧잘 하지만 어휘력이 부족하죠. 중도 입국 청소년들은 아예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는 그럭저럭 수업을 따라가다가도,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수업이 어려워지면 포기하곤 합니다.
2. 다애 다문화 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교육청에서 “책임교육”이라는 말을 씁니다.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책임지는 교육이라는 말이죠. 하지만 한국어조차 잘 하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방치되곤 합니다. 저는 저희가 맡은 모든 학생들을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2011년 3월에, 다애교회의 도움으로 서울특별시 위탁형 대안학교의 형태로 다애 다문화 학교를 열었습니다.
[다애다문화 학교 한글수업 모습]
서울에 있는 수많은 학교마다 한두 명씩 숨어있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일일이 챙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희는 교육청을 통해서 이러한 학생들의 교육을 위탁 받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죠. 교육청에서는 저희 학교에서의 모든 성적과 출결일수를 일반 학교들과 똑같이 인정하고요. 언제든지 학생이 원할 때면 원래 학교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신감이 생겨 스스로 원래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고요.
3. 다문화아이들은 어떻게 ‘학적’을 인정받죠?
우리나라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가입되어 있으며, 어느 아이이던 부모의 체류 상태와 상관없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외국인 아이들 또한 의무교육 대상자이고요.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고, 심지어 학적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분명히 교육은 이 아이의 권리인데, 여러 제도 상의 문제로 학적을 부여 받지 못하곤 했죠. 아이의 부모가 적법하게 한국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학적을 만드는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고요. 다애다문화 학교는 이런 아이들이 학적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도 합니다.
어필에서 현재 난민 신청을 돕고 있는 소말리아에서 온 열 여섯 살 Y 역시 학적이 없는 경우였습니다. 부모님도, 보호자도 없이 혼자 한국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하게 되어 학적이 없이 학교를 다니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공부한 것을 학력으로 인증을 받지 못해서 중등교육을 마쳐도 고등교육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교육청에 문의를 해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교육청에서 검토 결과 Y에게 학적을 부여하는 데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도 ‘과거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학적을 만들어 주는 법규정이 명확히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학적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님께서 Y의 후견인이 되어 주신다고 한 이후로 절차가 빨리 진행되었습니다. Y가 입학허가를 받아야 하는 학교 교장선생님께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현재 Y는 학적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미성년자 난민을 위해서 모두가 애쓰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4. 왜 다애 다문화 학교를 세우게 되셨나요?
저는 일반 고등학교에서 26년 동안 지리 선생님으로 근무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교과서 집필부터 EBS 수능 특강, 수능 출제에 여러 번의 담임까지, 선생님으로서 안 해 본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허리 부상을 당하게 되었는데, 2년 간 요양을 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가르쳐왔던 학생들보다도 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성경의 한 구절이 다애 다문화 학교를 세우는 데에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너희가 밭에서 곡식을 벨 때, 그 한 뭇을 밭에 두고 왔거든 다시 가서 가져오지 말고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위해서 남겨두어라”라는 구절이었죠. 이 한 뭇이라는 게 밥 한 공기 정도 밖에 안 되는 양인데, 밭 전체도 아니고 한 뭇 정도만은 남기라는 말이 참 인상 깊었어요. 저는 지금껏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아왔는데, 제 남은 인생은 그 한 뭇 정도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이 시대의 나그네는 누구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아닐까요? 자기 의사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온 것도 아닌데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한 그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다애 다문화 학교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점점 이주민도 많아지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지금처럼 방치되고, 직업도, 벌이도 없는 상태로 어른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듭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좀 더 잘 살았으면 좋겠고,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나그네들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행복해지는 데에 다애 다문화 학교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5.5기 인턴 조혜령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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