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가들은 이주 관리의 차원에서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이주민들을 구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금은 몇달, 혹은 몇년이 지속될 지 알 수도 없는 경우가 많고, 가장 취약한 어린이, 여자, 장기구금자들은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Asia Pacific Immigration Detention Working Group Regional Workshop이 2011년 11월 24일~25일 동안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프에서 열렸습니다. 아태지역난민권리 네트워크 내의 구금워킹그룹과 국제적으로 이주 구금의 문제에 힘쓰고 있는 International Detention Coalition (IDC) 의 공동 주최로 아태지역 15개국에서 50여 명의 참가자가 모였습니다.
Preventive Monitoring
첫날에는 The Association for the Prevention of Torture (APT) 라는 스위스에 위치한 NGO에서 오셔서 Preventive monitoring에 대한 소개를 받았습니다. APT에서는 직접적으로 구금 관련 사건 해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 구조적으로 문제점들을 시정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방적 접근은 문제가 생긴 후에 반응하는 것 (reactive)이 아니라 인권에 기반한 예방적접근이며 (proactive),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적에 대한 접근이고,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holistic)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해오던 문제 해결 방법과는 매우 다른 새로운 접근법입니다.
예를 들면 구금소에서 경비원의 폭행을 호소하는 구금자를 돕는 방법으로 경비원에게 직접적으로 컴플레인을 하면 당장 문제는 해결될 수 있지만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접근을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구금소를 예고없이 찾아가서 모니터링을 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 등에 대하여 소개해주셨는데, 사실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자가 처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하셨는데, APT의 경우는 해당 케이스는 다른 단체에게 연결하고,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방적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강조하셨던 것 중의 하나는 다른 단체와의 collaboration입니다.
너무나도 앞서나가는 듯한 접근에 이런 접근은 선진국에서나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워크샵을 계획한 IDC의 디렉터 Grant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I want you to think out of the box!”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를 돌아봅니다. 우리에게 적용 불가능한 것이라면 그저 무시하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여길 것인지, 아니면 그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연결해내는 창의성을 발휘할 것인지?
Our message is simple: there are alternatives.
이틀째에는 IDC에서 구금대안 (ATD: Alternatives to Detention)에 대한 소개와 IDC에서 진행하고 있는 “End Child Detention Campaign”에 대한 소개, 그리고 CAP model을 이용하여 각 지역별로 캠페인 메시지 만들기를 했습니다.
IDC의 메시지는 심플하지만, 강력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방법론 이상의 통찰력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캠페인에 사용할 문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감정을 격앙시키는 문장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각 정부에서 이주자들을 왜 구금하는지부터 생각해봅니다. 현상의 방지, 추방, 차별, 대안의 부재, 공포, 외교적 압박, 권리의 구속 등등 각 정부가 이주자들을 구금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이러한 점을 콕 찝어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단순한 문제의 기술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증거 및 예시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결과에 대해서 확실하게 기술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IDC가 전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는 아동 구금 캠페인에 대한 소개도 흥미로웠는데요 유엔 인권 메커니즘을 잘 활용하여 UN의 일정에 맞추어 보고서 발간 및 옹호 활동을 계획하고, 캠페인에 실제 구금소를 겪었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캠페인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하여 캠페인에 잘동참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내년 UPR 준비를 하면서 이들과 함께 협력하여 해당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지난번 일본에서 참석했던 IDC 워크샵 이후의 진행 상황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구금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내년 초부터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항만 케이스나 장기구금자에 대하여 커뮤니티 shelter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하여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요,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동북아 지진을 겪으면서 정부에서 많은 시민단체의 저력을 알게 되어 시민단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일반 대중들도 시민단체에 대한 시선이 달라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신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결을 넘어 해결로
이번 워크샵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정부나 다른 기관과 협력하려는 자세의 중요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조건 우리 얘기가 옳으니깐 우리 얘기를 들어달라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입장에서는 그 문제를 그렇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지를 생각하고 그들이 가장 염려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면 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에 정부에서 사람들을 구금하는 것은 가장 cost effective 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구금하는 것보다 ATD를 도입하는 것이 cost effective하다는 research 결과를 제시하면 관심을 보인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고 옳은 주장이라도 그 주장의 완전한 논리에 순복해서 입장을 바꾸는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마틴루터킹도 그렇게 고생하실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내 입장을 위로부터 관철시키기 위하여 갈등을 극화하고 대결을 조성하는 것보다도, 해결을 위하여 기꺼이 다른 입장에 대하여 이해하려고 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틀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분들이 어떻게 각자 처해있는 어려움들을 극복해나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지혜를 짜내기에 부족함 없는 워크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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