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RN 동아시아 지역 심포지엄

2011년 11월 24일

홍콩에서 진행한 난민정신건강 워크숍(11/9-11)에 이어 다음날인 12일에는 ‘난민이 경험하는 난민 정책의 실제’를 주제로  홍콩대학교에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APRRN(Asia Pacific Refugee Rights Networks)의 동아시아 활동가들이 모여 각자 자기 나라의 난민 정책과 난민보호를 위해 일해온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시간입니다. 심포지엄의 사회는 APRRN 동아시아 워킹그룹(East Asia Working Group)의 의장으로 있는 브라이언이 맡았습니다. 브라이언은 수천, 수만 명의 생명을 살린 난민협약이 60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절반 넘는 숫자의 난민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지만 몇 안 되는 국가만이 난민과 관련된 법이나 정책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동아시아 나라들은 앞으로 난민보호에 있어 긍정적인 발전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역량도 있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도 있다고 했습니다.

  첫번째 세션에서는 난민보호를 위해 각 나라에서 어떠한 접근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애니(Society for Community Organization, Hong Kong)는 홍콩이 아직 난민협약을 비준하지 않아서 홍콩으로 오는 난민들이 UNHCR을 통해서 난민지위를 받거나 고문방지협약(CAT)을 통해서 홍콩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홍콩에서 6,700명 정도가 CAT을 통해 보호를 요청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CAT을 통해 보호받은 케이스는 단 1건뿐이라고 합니다.

Japan Association for Refugees의 히로키씨는 2010년부터 일본이 난민재정착 사업을 시행하면서 미얀마에서 온 첫 난민 그룹을 도왔던 이야기로 시작하셨습니다. 언어와 직업훈련 이외에 직접 가정을 방문하여 돕고 있다고 했고 난민들과 함께 지진피해 지역에 구호활동을 한 경험담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님은 난민신청이 거부된 사람들(Failed Asylum Seekers)이 가장 큰 과제라고 하시면서, 현재 계류중인 난민법안에서 난민의 정의와 사회적 처우와 관련하여 아직 법무부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점, 정부에서 건축중인 난민지원센터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습니다.

타이완에서 오신 이링씨는(Association for Human Rights) 타이완으로 오는 난민들이 대부분 티벳 사람들과 국민당(KMT) 후손들이라고 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정말 티벳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티벳 노래를 부르게 한다고 합니다. 현재 난민협약을 많이 반영한 난민법안이 검토 중에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 세션에서는 각 나라의 난민 정책이 난민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마크와 피터는 Barnes & Daly 라는 로펌에서 일하는 난민 프로보노(Pro Bono) 변호사입니다. 마크는 국제관습법인 강제송환금지의 법칙(Non-refoulment)을 주장했지만 1심, 2심 모두 기각 당한 케이스, 일할 수 있는 권리에 관련하여 진행하고 있는 케이스가 있는데 난민이 처음부터 홍콩에 일하려 왔다는 사유로 1심에서 기각된 케이스 등에 대해서 나누어 주셨습니다. 현재 홍콩정부에서는 난민들에게 변호사 지원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경험이 부족하여, NGO에서 일하는 외국변호사들이나, Barnes & Daly와 같이 외국계 로펌에서 일하는 프로보노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Hong Kong Refugee Advice Center의 스테파니 변호사는 비호신청자들이 UNHCR에 난민신청을 하기 전에 먼저 난민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검토하는 것을 도와준다고 합니다. UNHCR RSD (Refugee Status Determination)를 통해서든지, 고문방지협약(CAT)을 통해서든지 난민이 공정한 절차(fair procedure)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님께서는 난민 정책에 있어서, 전담재판부의 신설, 일할 수 있는 권리와 난민지원시설과 관련한 출입국관리법의 개정 등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긴 했지만, 난민들이 보호되고 삶의 질이 향상 되는 실제적인 진보까지는 가져오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전담재판부가 있다고는 하지만 판사가 2년마다 바뀌어서 전문성을 쌓을 수가 없고, 출입국관리법인 개정되어 난민들이 일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권리가 너무 제한적이며, 난민지원센터 역시 도심에서의 오픈된 시설이 아닌 또 하나의 폐쇄시설로 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 밖에 자의적 구금과 난민법안 통과의 실패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습니다.

많은 경우 난민들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피신한 국가에서 받아주지 않거나, 다른 나라로 재정착되지 못하고 있어 말 그대로 존재감 없이 ‘붕 뜬’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번째 세션에서는 이런 불확실함 속에서 사회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는 난민들의 실상과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홍콩 International Social Service 의 애드리엘은 사회복지부(Social Welfare Department)의 지원을 받아 ASTC프로그램(Assistance in Kind to Asylum Seekers and Torture Claimants)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난민들에게 음식, 숙소, 대중교통비, 옷, 위생용품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아동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인상적이었는데, UNHCR 이나 출입국과 연계하여 보호자가 없는 아동의 경우, 24시간 동안 관리되고 있는 시설에 보호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Christian Action(Hong Kong)의 폴은, 인종차별, 문화차이, 외상후스트래스장애, 정부의 의지부족 등 난민들이 홍콩사회에 적응 또는 통합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물들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민족과 문화의 다양성은 배척해야 할 것이 아니고 오히려 “celebrate”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 것이 참 기억에 남았습니다. 폴은 또 홍콩의 NGO 들간에 협력보다는 경쟁이 앞서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더 활발한 정보교환으로 일이 중복되지 않고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아키코씨 역시 난민들이 일본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요인과 함께 난민상담, 병원연계, 숙소마련, 일자리 찾기 등 Japan Association for Refugees 에서 난민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난센의 최원근 팀장님은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난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의 필요조차 공급받지 못하여 매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난민들의 현주소를 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발표해 주셨습니다.

이 세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홍콩의 난민정책이었습니다. 난민협약을 아직 비준하지 않았지만, NGO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강한 시민사회를 가지고 있어 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대안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모습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ISS와 같은 NGO를 통해 난민들에게 제공되는 숙소, 음식 등, gift-in-kind 라서 제한적인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 모든 짐을 다 끌어안고 가야 하는 한국의 난민 NGO와는 달리, 그래도 어느 정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홍콩 NGO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네번째 세션에서는 “Nothing About Us Without Us”라는 주제로, 난민인정을 받은 난민들의 경험담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가진 것은 난민들이 그들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난민인정을 받은 욤비씨도 패널이었는데 욤비씨가 했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욤비씨는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나는 왜 콩고를 떠나야 했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난민들은 난민 지위를 받은 뒤 한국에 남고 싶어하는데, 욤비씨는 한국은 나에게 학교라면서 한국에서 공부하고 다시 콩고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콩고 사람들이 나라를 떠나서 난민이 되는 일이 없도록 콩고를 변화시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콩코 사람들에게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런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욤비씨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욤비씨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난민인정을 받기 전) 몸이 상당히 아팠지만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길에 쓰러졌을 때 사람들은 욤비씨가 술에 취한 줄 알고 놀리고 비웃고 지나갔다고 합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수 없이 힘든 상황이 많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꿈을 계속 가지고 계셨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욤비씨가 다른 난민들에게도 좋은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욤비씨를 만나면서 저도 욤비씨와 같이 난민이 없는 세상을 더욱 바라고 꿈꾸게 된 것 같아 감사하고,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서로가 나눈 경험과 서로에게 도전 받은 것들을 각자의 나라에서 잘 적용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jinnyeoh@apil.or.kr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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