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고기다리던 <당신의 핸드폰에는 몇 명의 난민이 갇혀 있습니까?> 시리즈가 돌아왔습니다! 첫 번째 포스팅 (http://apil.tistory.com/1352)에서는 분쟁광물이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살펴보았죠? 저번 포스팅에서 예고했듯이 오늘은 이 분쟁 광물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전세계적으로 어떤 다양한 노력들이 취해지고 있는지 살펴볼 거에요. 이번 포스팅은 part 1으로써, 국제기구와 단체들이 어떻게 범국가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고, 다음 포스팅인 part 2에서는 분쟁 광물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국가들의 모습과 시민소비자로서 취할 수 있는 대안책들을 살펴볼 거에요. 준비 되셨나요? 국경을 넘어 다 함께 으쌰으쌰: 국제 기구들의 체계적인 범국가적 대응책 1. 콩고 민주 공화국 내 채굴 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부터 마련하자!
채굴 산업 투명성 이니셔티브 (EITI; Extractive Industries Transparency Initiatives)
분쟁광물 수익의 대부분은 무장세력이나 부패한 정부들의 손에 들어가기 때문에 자원이 풍부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전세계 최빈곤층에 속한다는 안타까운 사실. 만약 채굴산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콩고 정부와 자국민들에게로 돌아갔다면 상당한 경제적 발전의 발판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광물산업을 바로잡아서 콩고 민주 공화국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바로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EITI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러나 이 목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채굴 국가 내 광물 산업의 불투명성입니다. 정부가 무장세력들과의 부당거래를 통해 뇌물을 받거나 불법 수익을 거두지는 않는지, 채굴산업의 규제에 따라 받아 마땅한 비용들을 무장세력들로부터 제대로 받고 있기는 한지 등 다양한 사실확인 자체가 불투명한 현실이죠. 따라서 EITI는 우선 투명성부터 확보하고자 크게 두 개의 이니셔티브를 지정하여 이에 대한 국제적 판단기준을 제공합니다.
첫 번째 이니셔티브는 투명성입니다. 기름, 가스, 광물 등 각종 채굴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들이 채굴국 정부에게 지불하는 각종 비용내역과 금액을 공개하고, 채굴국 정부 역시 얼마를 받았는지 영수증을 공개하도록 하여, 각국마다 양측의 정보를 취합한 하나의 EITI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해요. 이를 통해 산업 내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거죠.
두 번째 이니셔티브는 책임성입니다. EITI 보고서가 위조나 변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죠? 따라서 EITI 보고서를 작성하는 국가마다 회사, 정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이루어진 대표단을 형성하여 보고서의 작성 내용과 그 과정을 감독, 감사하도록 합니다.
이 요구사항들을 모든 국가가 다 이행해야 하냐구요? 아니에요. EITI는 오로지 자발성에 의해서만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EITI로부터 투명성과 책임성을 인증 받으려면, 먼저 EITI 후보국가로서의 지위를 획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 EITI의 다양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면 EITI 준수국가로 지명된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감히 누가 다 지휘하고 감독하는 걸까요? EITI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Stakeholders” (이해관계자) 라는 탭을 눌러서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명시 된 목록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세계의 많은 기업, 투자기관, 시민단체, 국가들을 확인하실 수 있는데, 바로 여기 등록되어 있는 다양한 지체들이 전반적인 EITI 인증 과정을 총 감독하는 이사진같은 역할을 하죠. 여기서 잠깐, 기분 좋은 사실! 이 명단에 한국가스공사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그런데 국가들이 왜 자발적으로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려 하겠냐고요? EITI 준수국가들은 채굴 산업 투명성에 있어서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 신뢰를 기반으로 다양한 채굴 관련 무역을 굳건하게 이어가 경제수준을 유지/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총 23개의 준수 국가와 16개의 후보 국가가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또 여기서 여러분들께 질문!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텅스텐 광물 (Wolframite)을 보유하고 있는 광산 중 하나인 상동광산을 가진 우리나라는 왜 EITI 후보국가 신청도 하지 않았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아래 댓글로 남겨주세요~
콩고민주공화국의 광물 산업 거버넌스 촉진 프로젝트 (PROMINES; Growth with Governance in the Mineral Sector Project)
콩고민주공화국의 정부가 주체적으로 기획하여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크게 5가지의 세부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EITI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즉, 콩고 정부 및 광물 산업의 투명성 (transparency)과 책임성 (accountability)을 증진하여 광물산업이 콩고의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경제 개발의 기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또한 최종적으로는 콩고민주공화국이 EITI 준수국가가 되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랍니다.
더 세부적인 5가지 목표는 바로 1) 이제껏 무장세력들이 불법적으로 운용해왔던 광산들에 대한 법적 규제를 재정비하고, 2) 채굴 산업의 경영 구조 및 능력을 개선하고 3) 산업 투명성 및 책임성을 제고하고, 4) 산업 자체의 지속 가능한 개발의 기반 마련하고, 5) 이 프로젝트 자체를 투명성과 책임성의 원칙에 맞도록 운영/관리하는 것이죠. 결국 콩고민주공화국 내의 채굴 산업을 근본적으로 뒤엎고 재정비하겠다는 건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없겠죠? 그 자본을 어디서 마련하냐고요?
바로 이 시점에서 국제사회가 등장합니다! 우선 세계은행 (World Bank)에서 $50,000,000을 (약 한화 550억원) 지원하고 영국 정부 국제개발부에서 $42,000,000를 (약 한화 470억원) 지원했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2010년에 시작되어 2015년 12월 15일에 끝난다고 하는데, 그 진척과정이나 세부적인 이정표가 궁금하시다면
http://www.worldbank.org/projects/P106982/drc-growth-governance-mineral-sector?lang=en 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2. 기업들이여, 공급망부터 꼼꼼히 살펴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 분쟁 영향권 및 고위험군 지역에서의 책임 있는 광물 공급망을 위한 상당 주의의무 지침 (OECD: Due Diligence Guidance for Responsible Supply Chains of Minerals from Conflict-Affected and High-Risk Areas)
이 지침은 광물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무장세력들에게 금전적인 제공을 한다거나 간접적으로 그들의 인권침해에 가담하게 되는 상황들을 방지하고 책임 있는 광물 공급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분쟁지역이나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들에서 광물을 구매하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세세한 권고 사항들을 제시한 문서에요. 물론 ‘가이드라인’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로지 기업들의 자발성에 의존하고 아무런 법적/강제적 의무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쟁광물이나 책임 있는 공급망 형성과 관련하여 자사의 정책과 실제 사례들을 공시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는 권위 있는 국제 기구에서 제시한 유일한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그 권위와 의미가 상당하답니다!
전자 산업 시민 연대와 글로벌 e-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가 함께 기획한 비분쟁 광물 제련사 인증 프로그램 (EICC & GeSI: Conflict Free Smelter Assessment Program)
한 광물 덩어리가 처음 채굴 된 광산을 떠나는 순간부터 해외로 수출되기까지는 두 단계의 중간상인들을 거치고, 그 과정 중에는 자연히 다른 광산에서 채굴 된 광물들과 섞이게 되어 버려요. 그러니 작은 금속 부품 하나가 분쟁 광물로 만들어졌을지 비분쟁 광물로 만들어졌을 지 확실히 판단하기가 쉽지 않겠죠? 설탕 만한 금속가루 한 톨 한 톨에 이름표를 붙여놓을 수도 없으니… 특히 최종소비자나 최종구매업체의 입장에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요.
그럼 비분쟁 광물만을 사용하고 싶은 생산 업체나 최종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비분쟁 광물만을 제련한다는 인증을 받은 제련사에게서만 금속을 구매하는 건 어떨까요? 제련사들은 공급망 구조에서 최종 구매 업체나 소비자보다 훨씬 더 생산지와 근접한 관계에 있어요. 따라서 기업들이 제련사들 중에서도 비분쟁 광물들만 사용한다는 분들에게서만 금속을 산다면, 어떨까요? 소비자들도 안심할 수 있겠죠?
이 인증 프로그램 역시 EITI와 마찬가지로 자발적인 프로그램이에요. 비분쟁 제련 인증을 받고 싶은 제련사들이 자발적으로 인증 신청을 하면 제 3의 독립 감독관의 지휘 아래 광물 공급원과 공급과정이 정말 분쟁이나 무장세력과 무관한지, 평소 제련사의 업무원칙이나 일반 행동지침들이 반영하고 있는 가치나 원칙들은 어떠한지 등의 여부를 감정 받습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인증 된 제련사들은 www.conflictfreesmelters.org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답니다.
3. 과연 해결 가능한 문제인가.
이런 방법들이 다 소용이 있냐구요? 실질적으로 분쟁 광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신다구요? 아직 갈 길이 멀고 완벽한 해결은 어렵겠지만, 어필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은 상당부분 호전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바로 경험! 이미 국제사회는 이 분쟁광물 사태와 너무나도 비슷한 문제를 맞닦뜨려 본 적이 있거든요.
모범사례: 분쟁 다이아몬드 (Blood Diamond)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 Blood Diamond (블러드 다이아몬드) 보셨어요? 실제 1999년 시에라리온 내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 내용은, 반군에 의해 납치 당한 소년 병사 아들을 되찾으려는 아버지와 그런 반군에게 다이아몬드를 대가로 무기 거래를 해오던 무기 상인 (디카프리오 역) 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맺은 예기치 않은 동맹을 통해 감동적인 인간애를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이 와중에 우리는 블러드 다이아몬드, 즉 분쟁 다이아몬드 시장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엿볼 수도 있어 1석 2조! 내전을 일으킨 반군이 무기를 구매하기 위해 자금줄로 삼는 불법 다이아몬드 광산. 아들을 반군에게 빼앗긴 것도 모자라 그들의 불법 광산에서 강제로 노동을 착취 당하는 아버지. 그리고 거기서 생산 된 다이아몬드를 대가로 무기를 파는 그 상인. 어때요? 이 영화 한 번 보고 싶지 않으세요? 인권, 개발, 전쟁과 평화 등의 사안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꼭 한 번 보시면 좋을 영화입니다.
그런데 감동적인 영화 엔딩은 둘째 치고, 실제 분쟁 다이아몬드 사태는 어떻게 해결되었냐고요? 바로 영화 후반부 장면 중, 안전하게 가족과 재결합한 아버지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분쟁 다이아몬드 사안의 실태를 남아공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나누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그 회의는 실제로 2000년도에 남아공 킴벌리 지역에서 여러 아프리카 국가의 수장들이 모여 분쟁 다이아몬드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고자 개최한 컨퍼런스랍니다. 그 회의의 결과로 2003년부터 도입된 것이 바로 킴벌리 프로세스 인증 체제 (KPCS; Kimberly Process Certification Program)!
간단히 말해 시장에 나온 다이아몬드 중 그 근원지가 비분쟁 광산이고, 따라서 무장세력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 다이아몬드들에 한해서만 킴벌리 체제가 비분쟁 다이아몬드라고 인증/보장해주는 국제 시스템이랍니다. 공업용이든 관상용이든 다이아몬드를 가공하는 업체들이 킴벌리 인증을 받은 다이아몬드라면 안심 없이 사용하고, 최종 소비자들 역시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냐고요? 무장세력과 분쟁이라는 음지의 요소들이 깊이 자리잡은 사안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화는 과거에도 불가능했고 현재도 불가능하답니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기가 전혀 쉽지 않죠. 게다가 이 KPCS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위조 된 KPCS 인증서도 매우 많이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점과, 위조되지 않았더라도 그 인증 과정 자체가 부패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대표적인 비판이죠. 하지만 분쟁 다이아몬드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기구들 중 대부분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이미 감 잡으셨겠지만 분쟁 광물 문제는 거의 제 2의 분쟁 다이아몬드 사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본질이 똑같거든요. 분쟁을 일으킨 반군들의 자금줄로 활용되는 자연광물. 그 과정 속에서 무차별하게 유린되는 인권과 가차없는 살생. 그런데 왜 분쟁광물은 분쟁다이아몬드 때와 똑같이 근원지 인증 체제로 해결을 꾀하지 않냐고요? 제가 감히 예측하기로는 아마 광물과 다이아몬드의 광물로서의 특성차이 및 양 산업 공급망의 구조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다이아몬드는 ‘캐럿’이라는 단위로든 ‘개’라는 단위로든 하나씩 식별할 수 있는 광물인 반면, 대부분의 분쟁 광물들은 무게단위로 팔려나가는, 모래알처럼 하나 하나 식별할 수 없는 광물이기 때문에 인증하기가 더 애매한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혹, 다이아몬드의 공급망보다 분쟁광물의 공급망이 보다 더 복잡다단해서 다른 광산에서 채취 된 광물들이 서로 섞이기도 쉽고 추적하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요? 정확한 이유야 어떠했든, 분쟁 광물을 위한 인증 체제는 KPCS와는 사뭇 다르게 광물 자체에 대한 인증보단 그 광물을 제련하는 제련사들을 인증하는 비분쟁 광물 제련사 인증 체제라는 것~ 재미있죠?
오늘의 포스팅은 이렇게 다양한 국제 단체 및 기구들과 정부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그리고 협력하여서 어떻게 분쟁 광물 사안을 태클하고자 하는지를 살펴보았어요. 어때요? 다각에서 사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이나요? 조만간 분쟁 다이아몬드처럼 분쟁 광물 문제도 잘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드시나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미국, 캐나다, 영국, 그리고 유럽연합에서 국가로서 분쟁광물 사안에 대해 어떤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지, 또 여러분이 개인으로서 취할 수 있는 액션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볼 거에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
episode 1는 여기에: http://www.apil.or.kr/1352
<인턴 5.5기 한지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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