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에 돌아가면 박해나 고문 등 위해를 받을 수 있는 외국인을 보호하는 국제 규범에는 난민협약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고문방지협약도 있고 국제관습법인 강제송환금지원칙도 있습니다. 한국도 난민협약 이외에 고문방지협약에 가입을 했기 때문에 이 두 협약의 적용을 받고 국제관습법인 강제송환금지 원칙의 구속도 받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난민협약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고문방지협약 등의 적용을 받는 홍콩에서는 지난 수년 동안 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문방지협약 등을 가지고 변호사들과 활동가들이 법적인 싸움을 계속하였습니다.
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홍콩에서는 유엔난민기구가 난민신청을 받고 난민인정절차를 진행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홍콩의 인권 변호사들과 활동가들은 이와는 별도로 홍콩 정부가 고문방지협약에 근거해서 난민들이 본국에 돌아가면 고문 등을 당할 위해가 있는지 심사를 하고 보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법원에서도 프라바카 사건에서 이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홍콩 대법원에서 이와 관련해 진일보한 중요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판결은 유엔난민기구로 부터 난민인정은 받지 못했지만, 고문방지협약에 의할 때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외국인들이 홍콩 이민국장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퇴거명령 취소의 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홍콩 대법원은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외국인을 강제송환하기 위해서는 ‘이민국장이 (유엔난민기구에서 운영하는) 난민인정절차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더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난민인정절차와 고문방지협약 지위인정절차를 통합해야한다고 하였습니다.
홍콩난민도움센터(HKRAC : Hong Kong Refugee Advice Center)에서 이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을 작성하여 2013. 5. 1.자로 국제적인 난민지원단체인 파하무(Fahamu) 뉴스레터에 실었습니다. 아래의 번역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난민 권리에 있어서의 새로운 이정표 : 홍콩 대법원이 소위 ‘C’ 사건 상소인의 손을 들어 주다. 최근 홍콩 대법원 [ref] 홍콩의 사법제도는 1843년 남경조약 체결에 따라 식민지 홍콩이 성립된 이후 영국이 광저우에 있던 형사․해사법원을 홍콩에 이전함으로서 시작되어 영국 재판제도를 기초로 성립되었으며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시점에 이미 1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짐 [/ref] 은 통합적이고, 정부 주도적인 난민인정 시스템의 초석이 될 만한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렸다. 세 명의 아프리카 난민신청자들에게 이민국장이 내린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취소소송(‘C & Ors v 이민국장’ [ref] 원고인 난민의 이름을 밝히지 않기 위해서 원저자가 사건명을 이렇게 기재하였으며, 저자는 이러한 형태의 사건들 즉, 유엔난민기구의 난민인정심사에선 기각되었지만 고문방지협약상 지위를 주장하는 사례를 소위 ‘C’사례라고 부르고 있다 [/ref] 사건)에서 대법원은 변론이 종결된 지 2주 반만에 이에 대한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얼마 전 나온 우바마카(Ubamaka) 판결과 더불어 근래에 일어난 일련의 긍정적인 발전 중 하나이다. 세 명의 아프리카 원고가 제기한 소위 ‘C’ 사건은 홍콩 정부가 국제관습법상의 강제송환금지원칙(non-refoulement)을 존중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정부가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지키기 위해 유엔난민기구(UNHCR)의 난민인정결정에 의존하는 것으로 충분한지 여부, 즉, (절차의) 공정성의 측면에서 유엔난민기구의 난민인정결정에 의존해서 이민국장(Director of Immigration)이 송환시 박해 위험 가능성에 대해 판단해도 무방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다. 1951년 난민협약 당시에는 홍콩이 중국의 영토가 아니었기 때문에, 홍콩에는 난민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홍콩에는 두 종류의 구분되지만 병행되는 절차가 존재한다. 유엔난민기구에 의해 수행되는 난민인정절차와 홍콩 정부에게 구속력이 있는 고문방지협약[Convention against Torture(CAT)]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수행되는 고문방지협약 지위신청자에 대한 심사절차가 그것이다. 홍콩난민도움센터, 기타 인권활동가들, 법률가 집단, 학계와 유엔난민기구는 수년간 정부에게 난민 지위와 고문방지협약 지위 모두를 심사하는 하나의, 통합적인 체계를 만들 것을 요구해왔다. 홍콩 정부는 스스로 난민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진 않지만 그들이 유엔난민기구에게 한 난민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그리고 만약 그들의 신청이 유엔난민기구로 부터 인정이 되어 다른 나라에 재정착되는 동안에는 난민들을 송환하지 않는 관행을 확립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원고들이 유엔난민기구에게 한 난민신청이 기각되었으나,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박해의 대상이 될 것이기에 자신들에 대한 송환은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 경우이다. 이번 판결의 중요성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정부가 고문방지협약상 지위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고 판단한 2004년도 프라바카(Prabakar) [ref] 강제송환금지원칙을 국제관습법이 아니라 고문방지협약 제3조 제1항에 의거하여 인정한 판결이다(http://www.refworld.org/docid/413da4754.html).[/ref] 판결을 따라 강제송환금지원칙의 법적 근거를 고문방지협약이라고 하여 강제송환금지원칙이 국제관습법인지 여부의 문제를 피해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민국장에겐 유엔난민기구가 수행한 난민심사 결과를 중요하게 고려할 권한이 부여 되어 있으나, 이민국장이 박해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송환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단순히 유엔난민기구에 의존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정부는 ‘그 주장이 합리적인 근거(well-founded)를 가진 것인지를 반드시 판단해야만 하는데,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그 결정이 가져올 결과의 무게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충족시켜야 한다’(per Tang PJ at para. 56)고 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민국장이 유엔난민기구가 내린 결정의 정확성여부에 대해 자신의 이성을 독립적으로 작용시키는 것에 실패했으며, 설령 이민국장이 제대로 작용시켰다 하더라도 그가 염려 심사(anxious scrutiny) [ref] 원고인 난민의 이름을 밝히지 않기 위해서 원저자가 사건명을 이렇게 기재하였으며, 저자는 이러한 형태의 사건들 즉, 유엔난민기구의 난민인정심사에선 기각되었지만 고문방지협약상 지위를 주장하는 사례를 소위 ‘C’사례라고 부르고 있다 [/ref] 와 프라바카 사건에 의해 요구되었던 높은 수준의 공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볼만한 매우 강력한 근거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민국장이 유엔난민기구의 결정에 단순히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per Mason NPJ at para. 97)라고 판결했다. 게다가, 판결에서 대법원은 ‘가치가 낮고 오래된 주장들’의 중복을 피하고 감소시키는데 있어서 통합된 체계(a unified system)가 실제로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며 유엔난민기구, 변호사협회(the Bar Association), 법률협회(the Law Society)가 해온 요구들(시민 사회의 지원이 반영된)을 적시했다. 결국 이 판결은 정부가 난민신청자의 추방을 결정하기에 앞서 단순히 유엔난민기구의 결정에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독립적으로 난민신청자의 주장을 심사해야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심사체계를 정립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러한 체계가 어떻게 실제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안내까지 제공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정부는 고문 외에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 CIDTP)에 대한 심사도 하도록 요구한 우바마카 사건 판결을 앞으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이다. 더 나아가기 위한 다음 발걸음 한편 소위 ‘C’ 사건 판결은 미래에 그와 같은 절차가 도입될 경우 유엔난민기구의 역할 중 어떤 종류의 것이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도 함께 제기했는데, 그것은 특히 이 판결이 난민의 권리 중 강제로 송환되지 않을 권리라는 한 가지 면만 언급하고, 다른 권리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난민기구는 판사들에 의해 이뤄지는 소위 ‘C’ 사건들의 변론과 심문, 견해표명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홍콩에 체류하도록 허용되지 않은 난민들의 재정착과에 관한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할 것처럼 보인다. 홍콩난민도움센터는 오랫동안 난민과 고문방지협약 지위 주장자들에 대해 통합적이고, 정부 주도적인 심사체계와 보다 포괄적인 보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목표가 가까운 미래에 곧 성취될 것처럼 보이는 지금, 홍콩난민도움센터는 홍콩정부로 하여금 재판절차 접근에 대한 적절한 기준들을 정립하도록 계속해서 운동을 일으키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 기준들에는 인권과 난민법에 대해 숙련된 변호사들의 조력을 받을 기회 뿐 아니라 최소한 심사체계의 절차적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간 고문방지협약 지위 주장에 대한 현행 심사체계에 대해 많은 의문들이 제기되어 왔다. 1992년 홍콩에 고문방지협약이 적용된 이래 정부는 12,000건의 고문방지협약 지위 주장을 심사하였으나, 그 중 겨우 2건만이 인정되었고, 그 중 한 건은 지난주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소위 ‘C’ 판결의 이행과 작동에 있어서 우선 정부는 고문방지협약 지위 주장 결정에 관련된 현행 체계의 타당성부터 재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홍콩난민도움센터는 난민신청자들이 유엔난민기구의 심사절차의 진행에 있어서 수준 높은 법률 서비스를 진행해온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홍콩의 난민 보호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C’ 판결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중요한 첫 걸음이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새로운 심사체계이든, 이번 판결에 대한 응답으로 정부가 도입할 통합된 심사체계이든 그 체계를 발전시키는 것에 우리가 공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원문링크 : http://frlan.tumblr.com/post/49347466230/a-milestone-for-refugee-rights-hong-kong-court-of –판결문링크: http://legalref.judiciary.gov.hk/lrs/common/search/search_result_detail_frame.jsp?DIS=86311&QS=%2B&TP=JU |
(김종철 & 이일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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