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오쿠보에서 울리는 인종주의적 혐오발언(Hate Speech) – 김붕앙 선생님과의 만남

2013년 9월 21일

신오쿠보와 인종주의적 활동   

도쿄 신주쿠 안에는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코리아타운이 형성된 신오쿠보(新大久保駅)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신오쿠 지역의 30~40%가 재일한국인인데요. 일본 최대의 한인거주지역인 오사카가 소위 올드커머(Old-Comer)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이라면, 도쿄의 신오쿠보는 뉴커머(New-Comer)들이 주축이 된 코리아타운이라 할 수 있는데, 한류의 바람이 불면서 최근 몇년 새엔 일본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26일 프랑스의 유력지 르몽드가 일본에서 만성적인 경제난 속에 인종 차별주의가 고조되고 있어 재일 한국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도쿄발 기사로 분석보도 한 것처럼, 최근 신오쿠보에서는 시위 형태로 일어나고 있는 인종주의적 활동의 빈도와 구호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점차 주목받는 사회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활동들이 통상적으로 재일특권을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在日特権を許さない市民の会, 줄여서 재특회)이란 우익 계열 단체의 활동으로 알려져왔긴 했지만, 그 운동의 정도와 맥락이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도쿄에서 열렸던 CGP/APRRN 컨퍼런스 기간 동안 이 문제에 관하여 주목하고 운동을 펼치고 계신 Korea-NGO의 사무국장 김붕앙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컨퍼런스의 어필 참가자들은 선생님을 만나 저녁 식사도 거른 채 3시간에 걸친 뜨거운 설명을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첫째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재일한국인의 역사와 차별, 둘째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인종주의 성격을 띤 혐오발언(Hate Speech)의 자세한 상황이란 두 꼭지로 설명이 진행되었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두 번째 꼭지에 대한 설명을 중점적으로 정리해보려합니다. 

  

[김붕앙 선생님]

   신오쿠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주의적 혐오발언(Hate Speech)의 실제

혐오발언(Hate Speech)은 통상 ‘인종, 종교, 젠더, 연령, 장애, 성적 지향 등을 근거로 하여, 선동적(inflammatory), 모욕적(insulting), 조롱하는(derisive), 위협하는 발언으로 개인 또는 집단을 공격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것‘ 정도로 정의되곤 하는데요. 혐오발언 중 특히 인종주의적 성격의 혐오발언을 규제하는 국제규범으로는 1979년 1월 4일 발효된 소위 인종차별철폐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Racial Discrimination)이 있습니다. 위 협약 제4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인종주의적 발언 및 조직을 규탄하며 체약국에게 이를 형사처벌대상으로 삼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철폐협약 제4조 후문

체약국은

(a) 인종적 우월성이나 증오, 인종차별에 대한 고무에 근거를 둔 모든 관념의 보급 그리고 피부색이나 또는 종족의 기원이 상이한 인종이나 또는 인간의 집단에 대한 폭력행위나 폭력행위에 대한 고무를 의법처벌해야 하는 범죄로 선언하고 또한 재정적 지원을 포함하여 인종주의자의 활동에 대한 어떠한 원조의 제공도 의법처벌해야 하는 범죄로 선언한다.

(b) 인종차별을 촉진하고 고무하는 조직과 조직적 및 기타 모든 선전활동을 불법으로 선언하고 금지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이나 활동에의 참여를 의법처벌하는 범죄로 인정한다.

(c) 국가 또는 지방의 공공기관이나 또는 공공단체가 인종차별을 촉진시키거나 또는 고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

법논리상 혐오주의적 발언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보장과 충돌관계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에 몇가지 더하여질 국가내부적 사정을 감안하여 미국과 일본은 위 제4조에 대해서는 유보한 채 협약에 서명하였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발언은는 역사적 맥락 때문에, 예전에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시위운동의 구호로서 등장하게 된 시점은 2~3년 전쯤부터라고 합니다. 특히 그러한 발언들이 사회적으로 집중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인데, 이전의 시위의 구호들은 독도 문제등을 거론하며 ‘한일수교 단교’를 주장하는 것과 같이 우파의 정치행동이었는데, 점차 인종주의적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2013.  9. 8. 촬영된 재특회의 혐한주의 시위활동]

   재특회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혐한시위는 작년엔 일부 시위참가자들이 신오쿠보의 한국식당이나 가게에 가서 상품에 시비를 걸고, 가게에 있는 일본 손님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거나, 한국인 점원의 머리를 때리는 등 소위 ‘오산뽀’라고 불리우는 영업방해활동을 실시하여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 들어와서는 시위에 등장하는 구호의 내용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2013. 2. 9.부터 시위 현장에서 “한국인들을 죽여라. 한국인들의 목을 매달아라. 한국인들은 일본에서 나가라 는 등의 극단적인 발언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아베 수상은 “일본은 예의바른 민족이니까 그렇게 하지마라.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있으니까 규제는 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시위활동을 관용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최근 몇개월간 시위는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고 나자, 그 다음날 다시 ‘올림픽 개최 축하’와 함께 ‘한국인들을 죽여라’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는 시위가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신오쿠보 지역의 한인들은 자신들의 어린 자녀들이 이러한 구호를 듣고 어떻게 느낄 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의 주체는 결코 일반적인 일본인들로 볼 수 없으며, 소위 재특회인데, 재특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프리랜서 기자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가 집필하여 2012년 출간한 “ネットと愛國 在特會の「闇」を追いかけて” (한국에서는 후마니타스에서 ‘거리로 나온 넷우익 :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로 번역하여 출간되었습니다)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가 이러한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을 일삼는 주체인가’와 더불어 ‘언제부터 이러한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이 등장하기 시작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이 혐오발언의 배경을 둘러싼 자연스러운 궁금증들은 위 책과 같은 전문연구서를 참고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혐오발언의 인종주의적 성격

과연 재일한국인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는 혐오발언은 단순한 외국인혐오주의의 발현인가, 인종간 고정적인 차이를 전제하고 이에 따른 위계질서를 인정하는 인종주의적 성격까지 지니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그 실마리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오해를 대중적으로 전파시킨 다음과 같은 책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만화 혐한류 제4권과 부록 ‘재일특권’]

   신유사(晋遊舍, Shinyusha Co., Ltd.)에서 2005년 7월 26일 출판된 만화 혐한류(マンガ嫌韓流)는 독도문제, 한일병탄, 역사교과서 문제등 한일간의 정치, 외교적 사안등을 폭넓게 왜곡해서 다루고 있는데, 그 전체적인 내용은 재일한국인인 주인공이 “극동아시아 조사회”라는 일본의 한 클럽에 가입한 이후 클럽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한국인이 한일 관계와 역사에 대한 거짓을 꾸며내고 있고, 일본 언론은 이를 들춰내는 것을 꺼리고 있음을 스스로 자각하게 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이례적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어 4권까지 시리즈로 출판되었으며 2009년경 집계로는 합계 9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만화책 혐한류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뿐 아니라, 인종으로서 일본인이 얼마나 이성적이고, 뛰어난지를, 그리고 그에 반해 한국인이 얼마나 쉽게 흥분하며 문화적으로 열등한 인종들인지와 같은 설명이 상세히 딸려 있는가 하면, 외형적으로도 한국인 등장인물들은 광대뼈가 툭 튀어나왔으며 혐오스럽게 생긴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재일한국인에 대해서는 이러한 만화책이 출간되기 전까지는 오해는 커녕, 그 존재에 대한 인식 조차 일반적인 일본인들에게는 거의 없었는데, 이후로 재일한국인에 대한 오해와 혐오가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뛰어난 일본인과, 열등한 한국인. 20세기 초 탈아입구(脫亞入歐)라는 끔찍한 인식하에 일어났던 수많은 비극의 기초가 지금까지 끈질기게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의 피해자들은 재일한국인들만인가

그런데, 선생님의 설명중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일본의 인종주의적 시위활동이 외견상 과거의 재일한국인들이 일본인들보다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에 기반한 혐한주의적 활동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원래 일본에서 인종주의는 역사수정주의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어서, 혐오발언에서도 ‘위안부는 매춘부다’와 같이 일본을 2차세계대전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묘사하려는 맥락의 주장이 뼈대를 이루고, 그렇기에 ‘재일동포는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이다’ ‘강제동원은 없었다’와 같이 재일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발언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러한 인종주의적 태도는 일본인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에게도 뻗혀 있다고 합니다. 

중국사람등 다른 이주자들도 그 대상인 것입니다. 최근 오쿠보에서 일어난 시위들은 주로 재일동포 및 New Comer Korean들에 대한 반대였는데, 이케부쿠로와 같이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반중시위도 일어납니다. 그곳에서도 비록 한인들을 대상으로한 극단적 수위의 발언들은 아직 없지만, ‘돌아가라. 외국인들이 많아져서 일본 치안이 나빠졌다. 외국인들이 범죄예비군이다’와 같은 이야기들은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난징대학살은 거짓말이다’와 같은 구호들, 역사수정주의도 여전히 등장합니다. ‘불법체제자”는 다 나가라. 외국인이 많아졌으니 일본은 경기가 나빠지고 생활이 어려워졌다‘와 같은 일반적인 외국인 혐오주의적 발언은 상당히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소위 ‘칼데론 사건’이라 불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필리핀 국적 의 알란 칼데론과 사라 칼데론이 1990년대초 일본에 위조여권으로 입국하여 20년정도 살았습니다. 일본에서 둘 사이에 태어난 노리코 칼데론은 일본인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런데, 2006년 위조여권 문제가 밝혀져 알란 칼데론과 사라 칼데론은 일본 이민국에 체포된 후 강제로 퇴거되게 되었습니다. 당시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결국 재판을 통해서도 부모들은 필리핀으로 강제 퇴거 당했고, 노리코 칼데론만 일본에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노리코 칼데론이 중학교 2학년이 된 무렵 TV 방송에 출연하여 ‘일본에서 잘 살아왔으니 계속 부모님과 함께 일본에서 살게 해주세요’라며 인도주의적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방송된 이후 거센 외국인 혐오주의적 역풍을 받게 됩니다. 

‘칼데론 부모님들은 돈 받고 필리핀에서 우아하게 살고 있다’라는 등의 주장이 인터넷 상에 횡행하고, 재특회 역시 ‘초등학생인 노리코 칼데론도 필리핀으로 돌아가라’와 같은 내용으로 칼데론이 살고 있는 집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노리코 칼데론은  여전히 일본에 살고 있고, 사회적으로 이슈화 된지 7년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는 칼데론 사건이 외국인 혐오주의의 정당한 근거가 되는 실례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가슴이 아픈일입니다.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은 보편적 인권옹호의 관점으로

그런데, 일부 일본인들의 외국인 혐오주의, 그리고 한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사고는 사실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아직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한 구체적인 ‘혐오발언’등이 인터넷을 넘어 명시적으로 시위등에서 표출되는 예는 없지만,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은 강력범죄의 유력한 용의자이자, 일자리를 빼앗아 경제난을 가중시키는 주범이란 그릇된 인식이 점차 증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조만간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실 일부 일본인들의 한국인 및 외국인 혐오발언을 바라보는 한국내에서의 태도는 민족주의적(외교, 정치)관점이 주를 이뤄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을 비하한다더라하는 이슈가 나오면, 일부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반대로 비하하고 경멸한 일도 있었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청산이 국내외적으로 완전히 이루어지진 않았기에 자연스러운 정서적 반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보다 바람직한 태도는 이를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이해하여 한일 양국간의 정치적 문제로 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종주의적 혐오발언들의 피해자들의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인식하는 관점이 아닐까요. 인종주의의 잠재적, 현실적 피해자인 모든 취약한 이주자들에 대한 연대의식 및 운동은 이러한 보편적 인권옹호의 관점에서만 가능할 것이며, 그러한 관점 하에서만 우리들 안에 이미 존재하는 인종주의적 관점을 비판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3시간 동안의 긴 인터뷰를 마칠 무렵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한국에서의 남은 숙제를 고민하게 됩니다. 

신인종주의 문제를 한국에서도 열심히 활동해서 막아주시면 일본에서도 인종주의의 발현을 막는 활동을 하기에 용이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한국 국회의원 및 대사관에서도 이 문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한국 본국에서 일본의 인종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일본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때도 있다는 뜻입니다. 너무 비판의 어조가 높아지면 갑자기 ‘일본 국내의 인권문제’가 ‘한일 외교문제(독도문제와 같이)’로 비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에 돌아가셔서 한국 국내의 인종주의 근절운동을 펼쳐주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상황을 잘은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항상 ‘한국에서도 외국인 차별이 있잖아’라는 말이 인종주의적 논거 또는 핑계로 상당히 많이 나오곤 합니다. 이것을 막으려면 한국에서 인종주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사람들은 보통 한국인들이 한국 국내 문제를 무시하면서 일본의 문제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고 한국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일본에서 인종주의적 문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