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우리나라에선 올해 처음으로 6월 15일부터 21일까지를 난민주간으로 지정했는데, 그 중 20일 당일에는 어필과 에코팜므가 공동 주관한 난민 토크 콘서트 행사가 서울 시민청에서 있었답니다! “자유를 향한 용기”라는 주제로 꾸며진 이 토크 콘서트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을까요?
어필 김종철 변호사가 진행한 1부 난민 토크 강연회는 마야씨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어요. 콩고 정부군에게 르완다 스파이로 오인 받아 갖은 폭행과 협박에 시달린 마야씨는 한국으로 피난 왔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 받기까지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매우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난민 인정을 받은 후에도 여러 문화적 어려움들로 쉽지 않은 나날들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서 만난 남편과 사이에 둔 두 아들들의 엄마로서, 또 에코팜므에서 그림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화가로서, 마야씨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꿈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되기를. 또 아들들이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꿈 꾸고 이룰 수 있기를. 상황이 변함에 따라 그녀의 꿈도 여러 번 바뀌었지만 오늘날까지 그녀가 있게 한 힘의 원천은 ‘꿈’ 그 자체였습니다.
이어서 사진을 통해 난민들과 교감하고 위로를 나누는 포토보이스 (김지하, 김승균)에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주제로 진행했던 사진전에 대해 나눠주셨습니다. 한국에 사는 난민 6분이 직접 연출하고 찍은 작품들을 슬라이드를 통해 볼 수 있었는데, 가족에 대한 끔찍한 사랑과 희망에 대한 작품도 있던 반면,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안식처와 따뜻한 손길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특별히 저에게 진한 울림이 되었던 사진은 ‘Dream’이라는 분이 “한국에서의 우리의 삶”이라는 문구 아래 수갑을 찬 두 손을 연출한 작품이었는데, 한 사람으로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기까지 난민 지위 인정 이후에도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토크는 라이베리아에서 온 J씨가 아주 실감나게 들려주셨습니다. 쿠테타로 시작된 라이베리아 내전 중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과 생이별을 한 것부터 코코넛 나무에 양손이 묶인 채 죽음만을 기다리기까지. 위기의 순간마다 도움의 손길을 건네 준 귀중한 인연들 덕분에 가까스로 한국에 올 수 있었던 J씨는 난민 인증 절차 동안에 또 다시 처절한 외로움과의 싸움을 해야만 했습니다. 지금은 아내와 다시 합류하여 한국에서 살며 두 딸마저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는 J씨. 오늘날까지 그를 지탱해준 건 바로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희망’이었다고 합니다.
약간의 질의응답시간과 휴식 시간 후 시작 된 2부에서는 세상과 사회를 향한 사랑을 담은 아름다운 노래들을 즐길 수 있었던 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자리한 시민 한 분 한 분을 정말 사랑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며 달콤한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신 길가는 밴드. 우리 마음 속에 평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켜 주신 솔가. 그리고 케냐와 콩고에서 온 청년 둘이 만나 환상적인 비트와 화음을 들려준 에스뻬랑스. 특히 에스뻬랑스가 부른 마지막 곡 Jambo는 무대와 시민들이 하나 되어 불러, 축제 같은 분위기로 모든 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토크 콘서트 중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마야씨와 J씨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눌 때 비춰졌던 그들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여태껏 가장 어려웠던 시간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나누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부담스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시민들에게 설득하듯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나누던 마야씨와 J씨. 어쩌면 그들의 그런 힘든 시기는 희망과 꿈으로 악착같이 버텨냈던 과거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희망을 새롭게 제시할 또 다른 밑거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픈 지난 날들을 애써 지우거나 감추려 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 속에서 당신들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여 사회에게 더 나은 미래로의 희망을 제시하는 우리 곁의 난민들. 그들의 꿈은 진정으로 한국 사회에 잘 정착되어, 더 이상 ‘난민’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그 희망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열어야 할 문은 우리 사회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이젠 우리가 용기 낼 차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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