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 난민인권 증진 위한 각국 시민사회의 노력

2012년 8월 23일

아태지역 난민인권보호 증진시키기

Local obligation-Global concern: Advancing refugee rights protection in Asia Pacific   

(3기 인턴 강태승씨가 제4회 아시아태평양난민인권회의 플레너리 세션을 참석한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번 회의는 2012년 8월 22일 부터 같은 달 24일 까지 고려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제4회 아시아태평양난민인권회담(APCRR4) 포스터 사진>

 序.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처음 ‘APCRR’이라는 알파벳 배열을 보았을 땐 대체 제가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듣게 될 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고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되돌아 볼 땐 저 다섯 글자가 계속 낯선 것으로 남아있지 않게 된 점이 뿌듯하기 그지없습니다. 아태 지역에서 고통 받고 있는 난민들을 돕는 활동가들이 운집하는 국제적인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점과 이에 저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8월 22일의 저를 들뜨게 했습니다.

  많은 표어들과 훌륭한 문장들을 접할 수 있었고, 그 가운데서도 저는 후기를 시작할 문장으로 ‘nothing about(with) us without us’를 택했습니다. us의 범위, 아(我)와 비아(非我)를 구별해온 경계에 직면하여 취해야 할 진정으로 올바른 자세는 과연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문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많은 활동가 분들의 열정적인 발표와 질의가 지시하는 올바른 방향성에 감화되어, 뒤의 us가 앞의 us를 포괄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 시대의 소외된 타자들을 포용하는 보다 따뜻한 us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회담을 간접체험하시는 독자 분들을 위해 제 이 조야한 글이 회담장의 열정과 숭고한 이상의 조금 커다란 조각이라도 잘 담아내기를 기원할 따름입니다.

제4회 아시아태평양난민인권회의에 대한 기본정보

  아태지역 난민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동시에 가장 오래된 난민문제입니다. 아태지역 61개국들 가운데 단 26개국만이 1951년 난민협약 및 1967년 의정서의 참여국입니다. 많은 난민지위인정신청자들과 난민들이 여전히 미등록 상태로 남아 있는데 이들을 국제시민사회가 파악하고 돕기도 거의 불가능할 따름입니다. 이들은 자의적 구금, 성폭행, 의료체계로부터의 소외, 고문, 합법적이고도 지속가능한 직장으로부터의 소외,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도, 박해받을 가능성이 높은 고국으로의 강제송환(refoulement) 등으로 인하여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각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난민보호 및 지원, 그리고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고 있습니다. [APRRN] 네트워크가 발족되기 전의 이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들 각자의 지역적 맥락 속에서 전문가 훈련과정 부족, 기술 지원 부족, 그리고 난민보호관련 핵심 이해관계자들과의 연계 부족 등의 한계에 직면하며 고군분투해왔습니다. 이상의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아태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개별시민들이 2008년 11월에 아시아태평양난민인권네트워크(Asia Pacific Refugee Rights Network)를 발족하는 데에 합의하였습니다.

  아시아태평양난민인권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은 경험과 기술, 그리고 지역, 국가, 지역, 세계에 영향을 끼칠 정책과 전략을 서로 교환하고 또 보다 잘 가다듬는 플랫폼으로서의 회담을 통한 면대면 교류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습니다. 아시아태평양난민인권회담(APCRR: Asia Pacific Consultation on Refugee Rights)은 이 역할을 해줄 플랫폼으로 조성되었으며, 2008년, 2009년, 그리고 2010년에 개최된 바 있습니다.

환영사와 플레너리세션

● 환영사(Welcome Remarks)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난 일본제국주의 식민지배 및 착취의 역사,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많지 않은 국제 전쟁이었던 한국전쟁을 겪어오며 한국은 한때 처절한 지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인들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난민들이나 다름없었던 그런 시절이 엄연히 존재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어두운 시기에 한국인들을 지원해준 건 다름 아닌 국제사회였습니다. 한국도 난민 이슈에 대해 빚이 있으며 이제는 한국도 난민들에게 보호와 지원의 손길을 내밀 때가 되었다는 논지의 개회사와 서울이라는 장소가 어우러져서 제겐 소소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자주 듣던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발언하신 분의 삶이 난민들에게 헌신하는 삶이었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저도 한국이 이제는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가득 찬 우승열패 및 승자독식사관을 극복하고, 보다 성숙하고 부드러운 국가적 자의식을 갖추고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비전에 적극 동의하는 바입니다.

● 플레너리세션: 지역별 난민 인권 문제: 국제적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

(Localizing refugee rights: civil society action to address a global concern)

  히로아키 이시이(Hiroaki Ishii) 일본난민협회 총괄 디렉터(Executive Director of Japan Association for Refugees)가 먼저 일본의 난민인권실태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이시이 씨께서는 일본의 2011년 난민지위인정신청 성공률이 매우 낮았던 것을 우려했습니다. 1867건의 난민지위인정신청 가운데 단 21건의 신청만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는 영어로 이를 ‘우리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shame on ourselves)’라 표현했습니다. 아울러 매년 수상과 집권여당, 정부 고위 각료가 바뀌는 일본의 혼란한 정국 속에서 로비가 거의 불가능해지는 점도 토로하였습니다. 하지만 발전한 점도 있어서, 전문가 그룹이 현황 해결에 참여하게 되고 또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간의 대화도 점증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프리얀카 마서 벨라스(Priyanca Marthur Velath) 인간발전연구소(Institute for Human Development) 연구원은 시민사회단체의 역할과 필요성이 인도에서 점증하고 있다며 인도의 난민인권실태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그녀에 따르면 인도는 1951년 난민협약 참가국은 아직 아닙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의 난민들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무수한 난민들의 삶을 돌보는 데에 인도 시민사회단체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칼사 디완 복지사회(Khalsa Diwan Welfare Society)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데, 단순 생존 지원에서부터 컴퓨터 등의 교육 및 보급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점이 매우 존경스러웠습니다. 미얀마의 친(Chin) 주(州)에서 쫓겨 온 친 족(族) 난민들도 상당수가 인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인도엔 친 족 난민 위원회(Chin refugee committee)도 있습니다. 미얀마 출신으로서 인도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로 또 다른 중요한 분파를 꼽으라면 역시 로힝기야(Rohingya)[어필 블로그에 ‘로힝가’ 난민들로 이미 다뤄진 바 있습니다. 어제 세미나를 들으며 관련 활동가들이 발음하는 것을 들어보니 로힝기야에 가까웠던 관계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로힝기야’로 표기합니다.] 난민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들의 상당수가 델리 남부(south Delhi)에 살고 있으며, 이슬람 단체들의 지원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벨라스 씨의 결론은 단순명쾌했습니다. 일련의 활동들이야말로 난민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데, 이들 복지활동들은 무정(apathy), 무시(disregard)와 양립할 수도 없고, 양립해서도 안 될 것들이라는 논지를 담은 마지막 슬라이드가 돋보였습니다.

  카르티나 말리아마우브(Kartina Maliamauv) 말레이시아 테나가니타(Tenaganita) 난민 프로그램 사무관(Refugee Program Officer)은 말레이시아 난민 문제를 “코끼리가 열쇠구멍으로 빠져나오려는 정경”으로 묘사한 첫 슬라이드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9만 8644명의 난민을 보유하여 어느새 난민을 많이 받은 국가로 발돋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난민인권수준이 난민보유수준을 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사실은 바로 “코끼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제대로 보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말레이시아 여론의 ‘난민이란 누구인가’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 현실이야말로 말레이시아 난민인권의 도태를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시민사회 커뮤니티들, 난민 커뮤니티들을 동원하고 또 난민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설 물리적 ·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와 국수주의적 여론은 이러한 움직임들을 억압하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말리아마우브 씨는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려면 난민인권 활동가들이 반드시 지역 시민 커뮤니티들, 난민 커뮤니티들과 연대해야하며, 운집할 물리적 공간도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준의 관계성을 맺고 이어가야만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관계들은 포괄적이면서도 개방적이어서 일반 시민들도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분 동안에 세부적인 정보들과 상징으로 시작하여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원칙으로 나아가는 발표 양상이 탄탄하여 본받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폴 파우어(Paul Power) 호주 난민위원회 CEO는 호주의 현재 상황을 단 한 장의 슬라이드에 거의 전부 담아 왔습니다. 어린이, 가족, 그리고 취약한 난민지위인정신청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구금(community detention) 사례가 2010년 10월엔 25건에 불과했으나 2012년 6월 현재엔 1437건에 이를 정도로 폭증한 것은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이라 평가하였고, 말레이시아와의 교환협정이 호주 대법원(High Court of Australia) 판결에 의해 무위로 돌아가게 한 일에 호주 난민관련 시민단체들이 기여를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플로어(floor) 코멘트로는 ‘난민지위를 인정할 때 그 기준이 반드시 도덕적,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 동시에 비차별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출신 난민들이 남한에 정착할 가능성이 아무래도 남한과 관련하여 아무 연고도 없는 난민지위인정신청자들보단 높은 게 현실이고, 또 말레이시아 국민들과 종교적 동질성을 지닌 로힝기야 난민들이 말레이시아에 의해 난민지위를 인정받는 데에 성공할 가능성이 종교적 동질성을 지니지 않는 난민지위인정신청자들에 비해 높은 게 현실이라는 논지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호주 측 활동가가 ‘마찬가지 원리로 난민들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호주조차도 기독교성으로 인하여 로힝기야, 이라크, 소말리아 등지 출신자들의 난민지위인정신청을 곧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문제시될 수 있다’고 답하였습니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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