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난민 정보 시리즈]
III. 한국 내 외국국적 성소수자 난민
한국에서 난민 신청하는 사람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성소수자 난민들이 한국에서 비호를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010년 1월 3일, 한국은 최초로 성소수자 파키스탄인을 난민으로 인정합니다. 그리고 2012년 나이지리아 성소수자가 난민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으신 이 두분 모두 어필에서 조력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2016년의 전체 난민 인정률은 1.54%. 전세계 평균 30%대에 비하면 너무나도 미약한 숫자 입니다. 이런 한국의 상황 속에서 성소수자 난민들 또한 난민 인정에 대해 긍정적일 수만은 없습니다. 2013년 우간다 출신의 레즈비언 여성은 난민불인청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하지만 2심과 3심에서 모두 패소합니다. 이집트 출신의 게이 남성 역시 난민불인정취소 소송 2심에서 승소했지만 지난 2017년 7월 12일 대법원에서 패소하고 맙니다.
성소수자 난민들은 다른 난민들과 마찬가지로 본국에서 생명의 위협 혹은 가혹한 폭력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가족, 커뮤니티로부터의 소외되거나 직업이나 의료 혜택에서 배제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국가 및 집단 폭력에도 노출 되기도 합니다. 특정 국가에서는 사형이나 구금이 합법적으로 일어나기도 하니까 말이죠. 그야말로 성소수자 난민들에게 난민 인정은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또한 성소수자 난민들은 다른 난민들과 달리, 한국의 다른 난민 커뮤니티에서 소외되기 쉽습니다. 난민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고 한국 사회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극심한 박해’가 없을 뿐,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전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겪는 인종주의는 말할 것도 없겠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는 외국국적의 성소수자들에 대한 언론 정보를 모아보았습니다. 지금도 성소수자 난민들은 어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계속해서 들려오는 성소수자 난민의 불인정 소식, 혹은 패소 소식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루 빨리 한국이 성소수자 난민, 그리고 더 나아가 난민 전체에 대한 편견을 깨고 난민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고 살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1. 승소한 적 있는 사건들
가. 파키스탄, 게이 남성
- 2010년 1월 3일 : 난민인정불허처분 취소 소송 승소
-
-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 부장판사 정형식
- 국민일보 201년 1월 3일자 기사
- 한겨례 2010년 1월 3일자 기사
- 매일경제 2010년 1월 4일자 기사
- 국회신문 2010년 1월 6일자 기사
나. 나이지리아, 게이 남성
- 2012년 2월 13일: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 소송 승소
-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 부장판사 박정화
- 중앙일보 2012년 2월 13일자 기사
다. 우간다, 레즈비언 여성
- 2013년 5월 1일: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 1심 승소
-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부장판사 이승한
- 코리아타임즈 2013년 5월 1일자 기사
- 한국 LGBTI 인권현황 2013년 연간보고서 자료
- 2014년 1월 20일: 2심 패소
- 서울고법 행정4부 부장판사 성기문
- 경향신문 2014년 1월 20일자 기사
- 2014년 5월 29일: 3심 패소
- 대법원 1부 재판장 김창석, 주심 양창수
- 사건번호 2014두3662
- 한국 LGBTI 인권현황 2014년 연간보고서 자료
라. 이집트, 게이 남성
- 1심 패소 날짜 불명: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 1심 패소
- 2016년 10월 13일: 2심 승소
- 서울고법 행정7부 부장판사 윤성원
- 연합뉴스 2016년 10월 13일자 기사
- 허핑턴포스트 2016년 10월 13일자 기사
- 2017년 7월 12일: 3심 패소
- 대법원 1부, 주심 김소영 대법관
- 이데일리 2017년 7월 12일자 기사
마. 알제리, 게이 남성
- 2015년 5월 29일: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 1심 승소
- 2016년 8월 18일: 2심 패소
-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 신귀섭 청주지법원장
- 대법원 상고중
- 재판 진행 중 인도적체류허가 받음
- 허핑턴 포스트 2016년 8월 18일자 기사
2. 패소한 사건들
- 2017년 패소한 사건들
- 동아일보 2017년 5월 1일자 기사
- 나이지리아 성소수자 패소 (2017년 4월 19일)
- 우간다 성소수자 패소 (2017년 4월 21일)
- 우간다 성소수자 패소 (2017년 3월)
이 기사들을 모아보면서 한국의 성소수자 난민 인정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언론에 나온 사건들이 전부가 아니며, 판결의 정확한 정보를 위해서는 재확인이 필요합니다.
난민 신청자의 국적국마다 성소수자에 대한 박해 정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 보고서를 참조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특히 우간다의 성소수자 탄압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우간다 출신 성소수자 난민의 패소는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성소수자 난민을 인정 할 때에 가장 어려운 점은 성소수자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다양한 성소수자 난민 가이드라인에서는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사회의 맥락을 고려해야 하고, 성소수자 임을 밝히는 데에 있어서 반인권적인 추궁이나 입증 요구 (예를 들어, 성행위에 대한 질문이나 증거 요구)는 옳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성소수자임을 숨기면 박해를 받을 위험이 없다는 식의 판결은 성소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며 성소수자임을 숨겨야 하는 상황 자체가 박해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리가 현실적으로 아직까지도 받아들여지고 있어 성소수자 난민들이 난민으로 인정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난민지원 단체 ORAM (Organization for Refuge, Asylum and Migration)은 올해 초 난민 조력 단체들이 성소수자 난민들을 지원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ORAM 성적지향 및 성별 정체성, 성별 표현 툴킷 (ORAM SOGIE Tookit)>을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 툴킷에는:
1. 모델 코드 및 분석 (유엔난민기구의 행동강령을 기반으로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지침을 위한 견해)
2. 세이프 스페이스 체크리스트
3. 난민 유입 및 등록 시스템 (난민 신청 및 등록에 관하여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질의서에 대한 의견을 정리)
4. 난민 전문가들이 알아야할 성소수자 교육 내용 PPT 슬라이드 샘플
5. 성소수자 관련 용어 정리: 영어, 프랑스어, 터키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이 툴킷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로 제공이 되고 있는데요, 이 문서들을 번역하는 작업, 그리고 한국 상황에 맞게 수정 및 보완하는 것도 성소수자 난민을 조력하는데 필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툴킷을 무료로 받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영어)를 클릭하세요.
시민단체, 법조인, 그리고 한국 정부를 포함하는 난민 관련 전문가들이 성소수자 난민들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고 난민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조력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13기 인턴 이주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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