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 9일 푸짐한 점심식사 후, 읽을거리를 보며 정신이 몽롱한 3시쯤,,,,,아프리카계 청년 2명이 사무실로 왔다. 변호사님께서 오후에 클리이언트 상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었는데, 바로 그 분들이었다. 나에게 밝게 웃으시며 먼저 인사해주시는 모습이 마치 내가 두분의 장소에 초대된 손님같았다.
#2 (두분의 사안에 대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3
내가 사실 공익파트영역에 관심이 가게 되었던 것은, 뿌리의 집이라는 해외입양인센터에 매주 방문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뿌리의 집은 해외입양인들이 고국방문을 지원하는 일종의 게스트하우스인데, 지금까지 그곳에서 만난 해외입양인들을 통해 무척 큰 에너지를 받고 있다. 보통 해외입양인들은 입양된 나라에 도착한 순간부터, 외부와의 관계와 소통에 많은 문제를 겪게 된다. 이런 혼란과 도전을 겪고 자신이 태어난 고국으로 인생에서 적지않은 시각을 할애하여 방문하는 사람들은 삶에 대한 성찰과 에너지가 무척 남다른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항상 같이 있고 싶고, 응원하고 싶고, 배우고 싶었던 마음밭이 지금처럼 나도 공적 영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내가 미래에 APIL과 같은 사무소에서 일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역지사지, 동점심같은 선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보다, 그분들이 겪어온 온 삶에서 시작된 진지함, 에너지를 나도 함께 누리고, 그분들 잔에서 넘친 은혜를 나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 중심적인 마음때문인지, 공적 파트의 다른 섹터들은 크게 시선이 가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러 계층 중에도, 계속되는 폭력과 폭행으로 삶이 피폐해져서 에너지가 조금도 남지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삶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그냥 수동적으로 고통을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섹터라면, 나는 아마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리고 혹시 난민들이 이러한 경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당사자를 만나기 전 많이 불안하였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문제와 무게가 오면,,,,,,내가 이 일에 맞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것 같았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4
난민의 정의는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박해를 피해 제3국으로 온사람들이다.
두분에게는 무척 죄송하지만, 나는 당연히 난민지위신청자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담시간 중 무척 무거운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도 되었다.
그런데, 두분을 만나고 난 후, 내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두 분은 처음부터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나신 것 같았다. 그분들이 말씀하시길, 한국사람들이 종종 인종차별을 하는 것 같지만, 본인이 그런 점에 대해서 둔감해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일전에 어느 동화책에서, “다른 사람이 날 쳐서 아픈 게 아니라, 내가 맞아서 아프다”란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어렸을 때에는 무척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두 분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사회가 아무리 의도적으로 그분들을 불편하게 하려 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분들은 “사람에게 일부러 타인을 괴롭히려는 천성이 있다”는 점을 상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전에 김종철변호사님께서 난민소송을 하게 되신 계기가 난민소송당사자들과 상담하며, 난민들의 인생이야기가 워낙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이어서 그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 이야기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그리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난 난민소송의 당사자가 두 분이었음에 감사한다.
아므사크날로,!!!!!(=에디오피아말로 감사합니다란 뜻이다.)
# 5
마지막으로, 두분이 정기적으로 교회친구들과 축구를 하신다고 말씀하시자, 변호사님께서는 두분의 친구들이 변호사님 친구들과 함께 축구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셨다. (^^)
장담컨대,,, 두 분의 편이 이길 것 같다.
어필에서의 실무수습은 끝났지만, 축구경기 날 꼭 응원하러 가야지.!!!!
실무수습자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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