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관한 OECD개정 가이드라인 평가

2011년 9월 1일

인권적인 관점에서 OECD가이드라인 개정에 대한 평가

(2011.8.30.한국인권재단 주최 ‘기업과 인권 전문가 세미나’에서 구두로 발제한 내용이고 발제문 원문은 맨 아래 첨부했습니다)

                                                                                                   김종철(변호사, 공익법센터 APIL)

다국적 기업에 관한 OECD의 가이드라인은 독립적인 문서는 아니고 OECD의 국제투자 및 다국적기업 선언에 붙여져서 나온 것입니다. 그 성격도 가이드라인 내에서 권고이고 자발적인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8개의 비OECD국가가 참여하기는 했지만 위 가이드라인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나라는 34개국의 OECD국가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다국적기업과 인권에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OECD 가이드라인은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기업과 인권에 관해 국가가 서명한 유일한 국제적인 문서입니다. 또한 비록 42개국이 수락을 하였지만 다국적기업이 위 42개국에 등록된 경우에는 다른 나라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위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런데 전세계의 100대 다국적기업의 약 70%가 OECD 국가인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미국의 다국적기업입니다. OECD가이드라인은 1979년 제정된 이후에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다국적기업의 환경과 관련 국제규범과 원칙을 반영하여 개정 하여 기업과 인권에 관한 보편적인 규범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즉, 1979년, 1982년, 1984년, 1991년, 2000년 개정된 이후 OECD 설립 50주년이 되는 2011년 개정되었습니다.

따라서 2011년 개정의 내용을 살펴보고 그 개정의 성과와 문제점을 논의하며, 한국상황에서 위 개정이 이해관계자별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보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가이드라인의 구조를 보면 크게 3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전문, 실체적인 규정 그리고 이행절차에 관한 규정이 그것입니다. 실체적인 규정에서는 환경, 인권, 조세, 뇌물 방지, 소비자이이익, 정보공개, 고용 및 노사관계 등을 포함한 11개 파트로 되어 있고, 이행절차에 관한 규정에서는 가이드라인 이행과 관련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NCP라고 하는 국내연락사무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의 중요 개정 내용에 대한 평가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번 개정으로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범위를 전반적으로 넓힌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적절한 경우’,‘실행가능한 경우’라는 단서를 다는 경우가 많았고, ‘한다shall’, ‘해야한다should’라고 표현하기 보다 ‘권장된다encouraged’. 노력해야 한다’should make effort’라는 완화된 표현이 많았습니다)
  1. 인권에 대한 독립적인 파트를 신설하고 인권에 대한 여러 부분에서 강조가 된 것 역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주민에 관한 부분이 여러 차례 지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영이 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할 것입니다. 공급망에 대한 책임 부분이 보강이 되었지만 역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아쉽다고 할 것입니다.

인권파트에서 다국적기업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을 존중해야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일반정책 파트에서 다국적 기업의 인권 존중 의무가 국가의 인권 보호 의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의무가 있다는 것을 비교적 명확히 규정하였는데, 특히 2000년 가이드라인은 ‘진출국’의 국제법적 의무에 따라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인권 보호 의무 주체(국가)의 관점에서 규정하여 마치 기업의 인권 존중 의무가 국가의 인권보호 의무에서 간접적으로 나오는 것처럼 규정하였으나, 이번 개정에서는 기업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기업이 직접적으로 인권 존중의 주체라는 입장에서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인권 보호 의무는 duty로 기업의 인권 존중 의무는 should로 규정하여 기업의 인권존중을 의무로 구성하지 않은 것은 여저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1. 제5차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가장 의미있는 변화 중에 하나는 “다국적기업이 개발도상국에서 경영을 하는 경우, 비교 가능한 사용자가 없는 경우, 가능한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지 수준, 근무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해당 기업의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하는 동시에 최소한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정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하여 개발도상국에서 적용되는 법정최저임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임금을 가지고 사실상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경우 법적최저임금기준을 지키는 것으로 면책 될 수 없음을 규정하였습니다(그러나 무엇이 기본적인 생계인지 규정하지는 않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1. due diligence 도입한 것도 큰 변화입니다. 일반정책 파트에서 다국적 기업은 가이드라인이 규정한 사항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하거나 기여하는 것을 (파악하고) 회피하는 예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하거나 기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사업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묵인하지 말고 그것을 예방하거나 완화에 노력해야 함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1. 여러 분야에서 다국적기업과 국내연락사무소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책임성과 효과성을 확보하도록 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성과입니다.(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다국적기업이 정보 공개시 국가별로 공개하도록 할 것을 주장했으나 이 부분은 개정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정보공개 파트에서 “다국적기업은 기업의 활동, 구조, 재무 상태, 실적 뿐 아니라 ‘소유관계 및 지배구조에 관한 모든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정확하고’ 정보가 적기에 공개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개정하여,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의 범위가 예전에는 relevant한 것으로 한정되었으나 지금은 모든 중요한 사항이라고 하여 늘어났을 뿐 아니라 그 방법에 있어서도 신뢰할 만 한reliable 정보가 아니라 정확한accurate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였습니다.

  1. 가이드라인 이행과 관련해서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협의를 확대한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 동안 채굴 산업 분야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 되었던 공동체, 특히 선주민 공동체와의 협의와 동의 절차에 관한 언급이 없고, ‘자유롭고, 선행적이며, 정보가 주어진 동의’ 원칙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정책 파트에서 “지역 공동체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고려될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그들과 관계를 맺어야engage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는데, 이해관계자와의 형식적인 단순한 접촉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개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규정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할 것입니다(그러나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경우의 뜻과 의미 있는 기회의 의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1. 전문에 나온 바와 같이 가이드라인은 국제적인 기업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여 개정되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반영되지 않았던 관련 국제 규범과 원칙이 반영되었다는데 그 성과가 있었습니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권 파트 등이 존 러기의 기업과 인권에 관한 프레임워크(이행과 관련한 가이드라인)를 반영하였으며, 고용 및 노사관계 파트 1977년 ILO의 다국적기업과 사회정책에 대한 삼자 선언을 반영하였습니다. 피용자라는 표현을 노동자로 바꾸었으며, 노동조합 선택과 설립의 자유, 단체교섭권을 규정하였습니다(개정전에는 노동조합에 의해 대표되거나 선의의 피용자 대표들에 의해서 대표될 피용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불명확하게 규정되었을 뿐 아니라, 단체교섭이라는 표현도 없이 고용조건에 대해 건설적인 협상을 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애매하게 규정되었습니다). 또한 ‘고용에 있어서 기회와 처우의 균등 원칙, 최악의 아동노동 금지 원칙’(다국적기업은 아동노동의 효과적인 금지시키는데 기여하여야 할 뿐 아니라, 긴급한 문제인 ‘최악의 아동노동을 금지’하고 근절하기 위한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을 규정하였습니다.

  1. 국내연락사무소가 강화된 것 역시 이번 개정 가이드라인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분쟁 해결 절차가 끝나더라도 이해관계자가 진정한 것이 사실인지 여부,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분쟁 해결 절차의 실효성은 크게 약화된 것이며, 권고와 합의의 이행 여부에 대한 국내연락사무소의 모니터링 절차가 없는 것은 큰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국내연락사무소의 인적, 물적인 자원을 보강을 위해 수락국은 국내연락 사무소에 지원하도록(강한 의무를 나타내는 shall로 규정하고 있음) 하고 있으다(그러나 내부적인 예산 우선순위 관행을 고려하라는 단서가 붙어 있음). OECD 사무국은 국내연락사무소 역량 강화와 훈련을 활성화 시키도록 되어 있습니다.

국내연락사무소의 전문성과 공정성 확립을 위해 국내연락사무소는 가이드라인이 담고 있는 광범위한 이슈를 다룰 수 있고, 공평한 방법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직되고 구성되도록 하였다. 또한 국내연락사무소는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공평하고 예측가능하고 공정하게 해결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또한 국내연락사무소의 책임성 확보를 위해 OECD사무국은 자발적인 동료 평가를 포함한 동료 학습 활동을 활성화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동료 평가가 의무적인 것이 아니어서 국내연락사무소의 책임성 확보를 위해 얼마나 기능을 할지는 의문임).

또한 국내연락사무소의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분쟁 해결 시도와 관련해서 어떠한 경우이든 결과를 공개하되 거기에는 최소한의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였고, 거기에 timeframe을 둔 것과 분쟁 해결을 위한 절차를 마친 후에 적시에 투자위원회에 그 결과를 ‘통지’하도록 한 것 역시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실체적인 규정에 있어서 상당부분 성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권 파트를 신설하는 등으로 인권에 관한 내용이 강화 되었고, 투명성이 제고되었고, 이해관계자의 참여 기회가 확대되었고, due diligence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다국적기업에 대해서는 그 이행을 자발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soft law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행절차가 중요합니다. 이번 개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행절차가 가이드라인의 효과적인 이행을 담보할 수 있을 수 있도록, 특히 NCP가 혁신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이드라인의 이행은 우리가 어떤 NCP를 가지고 있는가, NCP가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실체적인 개선이 조금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차적으로 이행의 효과성을 담보할 만한 규정이 너무 미비합니다(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제재에 대한 규정도 없습니다). NCP의 역할이 가이드라인 이행과 관련해서 이렇게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NCP에 관한 부분에서는 너무 미흡해서 실체적인 규정의 개선이 거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NCP 조직의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한 추상적인 규정만 새로 두었고 실제로 중립성, 공정성,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만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습니다. 또한 기업과 인권에 관한 유일한 진정 메커니즘인 NCP가 담당하는 분쟁해결 절차(진정절차)에 대해서도 그 절차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제재가 없습니다. 비록 다국적기업이 분쟁 해결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해관계자가 진정한 것이 사실인지, 다국적기업이 가이드라인 준수 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고 그것을 통지 하도록 되어 있지 않도록되어 있습니다. NCP는 진정절차에서 다국적기업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권고를 하지 않을 수 있으면, 권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이행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후속 조치를 취할 방법도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진정절차에 due process절차가 너무 부족한 것입니다.

다 아시지만,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다국적기업의 인권 증진의 효과도 있지만 잠재적 인권 침해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 다국적기업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한 자들에 대한 구제수단은 아지 미비한 상태입니다. 개발도상국에서 다국적기업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한 경우 그 나라의 구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구제에 효과가 없고, 다국적기업의 등록국에서 구제를 받는 것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이 다국적 기업을 규율할 규범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많은 경우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세계인권선언은 인권존중의 주체를 국가 뿐 아니라 모든 entity로 이미 60년 전에 규정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인권보호의무의 주체는 국가 뿐이다라는 옛 논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과 인권에 관해 규범의 구속력만을 논의할 수는 없습니다. 규범의 구속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규범 이행의 효과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정된 가이드라인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NCP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우선 개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NCP가 바뀌어야 합니다. 단지 개정된 문구에 얽매여 최소한의 개정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개정된 가이드라인의 정신이 반영되어야 합니다(공정성, 중립성, 전문성, 예측가능성 등이 실제로 구현되는 방식으로 개혁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위 개정 가이드라인 뿐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 네델란드 NCP와 같이 best practice를 하는 곳을 찾아 모델로 삼아야 합니다. 이번 논의가 NCP 개혁의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OECD_가이드라인_발제문_최종_2011.9.1.김종철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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