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성매매방지 국제심포지엄

2012년 6월 5일

  2012.06.05 화요일, 대방 여성플라자에서 2012 성매매방지 국제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한인여성 피해 실태와 대응전략 모색’이라는 주제 하에 이루어졌던 이 날의 행사에는 성착취와 인신매매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분들이 참석하였습니다. 특히 발표를 위해 성매매의 현장에서 실태를 목격하는 활동가와 성매매의 기조 및 대안에 대해 논의하는 연구자가 함께 모여서, 다각적으로 성매매의 실태와 대응에 대해 조명하였습니다.

  첫 번째 세션은 기조연설이었는데요, 성매매 및 인신매매와 여성인권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발표였습니다. 발표자 쉴라 제프리 교수는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사회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연구자로서 인신매매와 성매매, 그리고 성불평등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쉴라 제프리 교수는 인신매매와 성매매가 내재하고 있는 각종 불평등의 양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매매 되는 여성이 ‘성노동자’, 성매매를 하는 남성이 ‘고객’, 포주들이 ‘사업가’로 규정되면서 성매매가 일반화, 정상화되는 현상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성매매의 기원은 노예제로, 성매매 여성들은 각종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성매매를 하는 남성이 원하는 대로의 판타지를 이루어주어야 하는 성매매 여성들은 그들에게 인권이 없는 존재, 존엄성이 없는 존재로 전락하여 성매매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하락시키고 성평등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더하여 인신매매된 수많은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여성혐오 또한 심각했습니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호주에서도 성매매가 공적 사회의 영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들이 심각하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성매매가 합법화되지 않은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성착취 행태들이 사회에 수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였습니다.

  다음 발표에서는 중앙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이나영 교수가 인신매매의 과정과 쟁점에 대해서 논의하였습니다. 이나영 교수는 인신매매에 대한 전반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인신매매의 국제법적 정의, 한국 인신매매의 정의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주와 밀입국, 인신매매의 관계가 어떻게 맞물리고 구분되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불법이주와 밀입국이 인신매매의 전 단계로 이용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인신매매는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이어져 왔고 한국여성의 인신매매 뿐 아니라 최근에는 예술흥행 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여성의 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한국의 특수성에 또한 주목해야 함을 주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이주, 인신매매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남은 쟁점들이 존재함을 이야기하면서 인신매매에 대한 총체적 접근과 인신매매를 부추기는 구조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 이어서 두 번째 세션이 계속되었습니다. 두 번째 세션의 첫 발표자 캐슬린 데이비스 팀장은 폴라리스 프로젝트의 교육팀장으로, 한인여성 인신매매의 실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였습니다. 폴라리스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이들은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는 핫라인이라는 시스템 등을 통하여 한인 여성을 비롯한 피해 여성들을 도와왔습니다. 한인 여성들은 부패한 정부를 비롯한 인신매매 가해자들에 의하여 안마시술소, 룸살롱 등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고 이곳에서 그들은 각종 신체적, 정신적 폭력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었습니다. 폴라리스 프로젝트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과 폴라리스 프로젝트의 자체적인 노력에 대해서 설명하고, 앞으로 한국 내에서의 노력 또한 활발해지기를 기원했습니다.

  다음으로는 프로젝트 리스펙트의 캘리 힌튼 대표가 성매매 합법화 국가에서의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의 현실에 대하여 발표했습니다. 프로젝트 리스펙트는 성 산업에 관계된 여성에게 지원을 제공하고 성 산업과 인신매매에 대한 연구 및 운동활동을 하는 등 인신매매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이를 구제하기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리스펙트가 만났던 한인여성들은 빚을 갚아야 하는 금전적인 어려움, 폭력과 강간, 마약 등의 육체적인 어려움, 추방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성 산업에 종사한다는 수치심 등의 정신적인 어려움까지 각종 피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호주 경찰이 인신매매 피해자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프로젝트 리스펙트는 여성이 인신매매, 성매매, 성착취로부터 자요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사회적인 인식 및 구조의 변화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성 산업의 기이한 성착취 구조를 타파하는 것이 단체의 목표였습니다.

  세 번째로 폴라리스 프로젝트 일본 지부의 후지와라 시호코 대표가 일본으로 인신매매된 한국여성들의 피해와 지원 현황에 대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성 산업이 상당히 발달한 일본에서는 수많은 성착취와 인신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본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현황은 매우 열악하며 인신매매로 인한 수사와 기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폴라리스 프로젝트가 만났던 한국 여성 피해자는 빚을 갚기 위해, 혹은 어학원 등을 통해 일본의 성 산업에 종사하게 되어 착취 당하고,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 나오기 어려운 구조 때문에 쉽게 구제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한인 여성 피해자는 2009년 단 한 명이었을 정도로 일본 내의 인신매매 피해자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개입과 일본 내에서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함께 센터의 유복임 전 소장이 현장경험을 통하여 본 성착취 목적의 해외송출, 인신매매 피해사례와 지원방법 및 한계에 대하여 논의하고 보완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두 번째 세션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특히 다시함께 센터에서 도왔던 해외송출 한인여성의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011년 3월 도쿄에서 피해자 본인이 긴급구조를 요청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피해자는 자신이 건강이 매우 좋지 않지만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감시를 당하면서 억류되어 있다고 전화했고, 이 여성을 구출하기 위해 다시함께 센터와 폴라리스 프로젝트, 한국 영사관이 연계하여 구조를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안전하게 귀국하여 의료지원과 심층상담을 받았고, 현재는 성매매 업체를 처벌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적인 사례는 흔치 않았으며 구출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았고 구출되더라도 이후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았습니다. 유복임 전 소장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인신매매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노력 뿐 아니라 해외공관 및 단체와의 협조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성매매 피해자를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보아야 하며 좀 더 구체적인 통합적 지원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발표 및 토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호주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교 국제관계학의 캐롤라인 노마 교수가 해외 성매매 방지를 위한 국제적 전략에 대하여 발표했는데요. 노마 교수는 호주를 비롯한 해외 등지에서 아시어 여성에 대한 성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실태를 지적하면서 아시아 여성이 인신매매의 위험에 노출될 위험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성매매가 합법화 된 호주의 경우, 호주의 공무원과 연구자들이 인신매매 범죄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신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인식도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성산업의 사업영역은 국제화되고 있는 반면 성매매 폐지와 피해 방지를 위한 생각들은 널리 퍼져있지 않아서 성매매와 인신매매의 피해를 규명하는 데에는 더욱 어려움이 따르는 것입니다. 노마 교수는 한국이 성매매방지법을 지속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였습니다.

   

 세션이 끝난 후에는 모든 발표자들이 함께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각 단체가 연계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의견들이 오갔습니다. 쉴라 제프리 교수는 한국에서 인신매매 피해 여성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사례는 많이 볼 수 있지만, 성매매를 향한 수요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이나 제도, 성매매 업소에 대한 규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였습니다. 이에 켈리 힌튼 팀장은 수요 자체를 완전하게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신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유복임 전 소장은 성매매 방지법이 제대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와 법무부의 긴밀한 연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해외의 한인사회에 적극적으로 인신매매 피해 구제 방안을 홍보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였습니다. 강월구 국장은 한국 내의 외국인 피해여성에 대한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인여성 피해 뿐만 아니라 한국인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한 외국인 피해여성에 대해서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인신매매에 대해서 각 나라가 정보공유를 하고 연계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신혜수 위원은 토론을 정리하면서 한국이 아시아 여성 인신매매 피해 대응의 중심에 서서 정부와 NGO가 함께 다각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심포지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더 많은 행동들을 촉구해내기를 바랐습니다.

심포지엄이 아침 10시에 시작하여 오후 5시까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여 발표를 듣고, 또 토론에 참여하였습니다. 기록된 내용 이외에도 각 발표자에게 개별 질문 및 토론이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인신매매에 대하여 이렇게 상당한 규모의 심포지엄이 열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인신매매의 피해가 감소하고 여성을 성착취하는 구조가 개선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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