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필에는 반가운 분들이 방문하셨습니다. 아마드(가명)씨와 그의 아내 라미(가명)씨입니다.
아마드씨는 사업을 하시다가 물건을 하나 구매하셨습니다. 한국법과 한국어도 익숙치 않으시다보니 불법거래된 물건인줄 전혀 모르셨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8개월이나 징역을 사셨습니다. 석방되는 날 드디어 아내와 아이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 있는 순간도 잠시…. 출입국관리직원이 와서 파키스탄으로 돌려보낸다며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시켜 버렸습니다. 아마드씨는 원래 한국에 있는 사업과 집을 정리한 후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더 이상 구금된 상태로 있기 싫었기 때문에 당장 파키스탄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법무부가 이번에는 다른 형사사건 조사가 필요하다며 강제퇴거명령과 모순되는 출국정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강제퇴거명령을 내려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라고 할 때는 언제고, 막상 파키스탄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니, 출국정지 명령을 내려서 돌아가지 못하게 막아 버린겁니다. 그렇게 아마드씨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한달이나 보호소에 구금되어 계셨습니다.
어필은 아마드씨 이야기를 듣고 바로 출입국측에 연락했습니다.
“강제퇴거명령과 출국정지는 서로 모순되는 명령이고, 출국정지때문에 송환이 불가능한게 명확해졌으니 출입국관리법(제63조 제4항)에 따라 보호해제를 해야 하고, 혹 형사사건 조사가 필요하다면 구속영장이 필요한데 이 또한 없으니 바로 보호를 해제해 주십시오.”
어필(Apil)의 강력한 어필(appeal)이 있은 다음날 다행히도 또한 놀랍게도 출입국측은 아마드씨를 바로 풀어주었습니다!!
[보호소에서 풀려난 직후 이메일로 보내주신 사진으로 만든 캐리커쳐]
법무부 스스로 모순된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즉각 받아들인 것같습니다. 기쁘기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명백히 불법적인 구금’이기 때문에 누군가 이 점을 어필하면 이렇게 쉽게 풀려날 것을 아마드씨가 근 1달간 고생을 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기쁜 소식을 바로 아내인 라미씨에게 전달해 드렸더니, thank you!!X 100, unbelievable!!X100을 외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직접 사무실에도 방문해 주셨습니다. 오시자마자 어필이 무슨 일을 한 것인지 아느냐며 영상 하나를 보여주셨는데… 대문을 열었더니 아빠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아이들이 기뻐 뛰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그 영상을 여기에 함께 공유하지 못하는게 넘 아쉽네요).
아마드씨는 보호소의 상황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는데, 좁은 방안은 공기가 탁해서 숨쉬는 것 조차 힘들었고, 음식은 형편없고, 일주일에 2번밖에 운동을 못하고, 보호소 직원에게 말을 해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외국인 보호소는 교도소보다도 더 열악하다며, 지금도 보호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 걱정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보호소에 계실 때 가족들이 생계비가 떨어져 아마드씨 본인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야 해서 부득이 아마드씨 본인이 직접 은행을 가야하는 일이 생겼는데 이때 보호소 직원들이 수갑을 채워서 은행을 데리고 갔다는 겁니다. 현행범도 아니고, 수형자도 아닌데 수갑을 채우고는 그 수갑을 천같은 것으로 가리지도 않아서 은행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아마드씨를 쳐다보았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다 마치고 라미씨는 생각지도 못하게 봉투에 담긴 현금을 건네셨습니다. 사실 전화 한 통화 한 것이 다이기 때문에, 그리고 어필은 원래 돈을 받고 일하지 않기 때문에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달라며 계속 받으라고 하셔서 더 이상 사양할 수 가 없어 난민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받았습니다.
이제 곧 있으면 추석입니다.
추석때가 되면 생각나는 난민가정이 있습니다. 파타무(가명)씨는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오랜 시간 난민인정을 받지 못하고,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신채, 근 10년간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임종을 지켜보지도, 장례식 조차 참석하지도 못하였습니다. 아마드씨와 라미씨가 주신 돈은 파타무의 아이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려고 합니다. 파타무 가정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아마드씨네 아이들처럼 파타무씨 아이들도 기뻐 뛰는 그런 날이 얼른 오면 좋겠습니다.
(김세진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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