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이주노동자노동권향상을 위한 세미나

2015년 9월 9일

지난 9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주노동자 노동권 향상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국회다정다감포럼과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이 세미나는 도입된 지 올해로 12년이 된 고용허가제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system) :  노동시장 보완성의 원칙에 따라 내국인의 고용 기회를 보장하면서 국내인력을 구하지 못한 기업이 정부로부터 ‘외국인고용허가’를 받아 적정규모의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함. 

  주제발표를 맡아주신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우삼열 소장님은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일곱가지로 압축하여 짚어주셨고, 이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대면하여 일하는 토론자들 대부분은 이 일곱가지 문제점에 깊이 공감하며 사례와 덧붙임, 그리고 대안제시로 토론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셨는데요, 이 일곱가지를 중심으로 오늘 세미나의 핵심 내용들을 전합니다. 

– 고용허가제는 어떻게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가?

1. 사업장 변경을 제한

  고용허가제법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기본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특정 외국인이 특정 사업주와 계약하고 입국하는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예외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책임이 아닌 경우에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사유에 해당하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노동자가 이직할 수 없게 하는 것, 그리고 사업장 변경이 가능한 사유가 굉장히 협소하여 이주노동자들이 실제 사업장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이에 대해 2012년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고용허가제 재개정을 권고한 바 있고,2015년에는 더 구체적으로 재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안정적이고 좋을까요?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장기계약이 마냥 행복한것이 아닙니다.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겪는, 사업장을 변경하지 않고서야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들을 생각해본다면 최대 4년 10개월 간 이직이 불가한 현실은 가혹하기만 합니다. (보통 3년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1년 10개월의 체류연장이 가능한데 이 경우 고용주의 추천을 받아야합니다. 이 때 많은 고용주들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더 일할 것을 요구하는 계약서를 제시하곤 합니다.)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사유에 해당되어도, 자신이 부당한 일을 당했음을 이주노동자 스스로가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법 조항만 놓고 보면 구제수단이 있는 것 같아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사실상의 강제 노동을 강요하는 조항으로 이주노동자들과 인권단체들의 항의를 받고 있습니다. 

2. 주거환경과 식대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 및 식대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고용주와 근로자의 자유로운 협의에 맡기고 있는데요,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주택’이라고 할 만한 최저기준도 만족하지 못한 시설에서 살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을 하고 한국에 입국 한 후에야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 주거시설이기에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불어 어떤 경우에는 기숙사 시설에 적합하지 않은 많은 금액을 월급에서 공제하기도 합니다. 이경우 사업주와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공정한 협의를 이뤄내기란 어려운 일인 것이지요[ref]http://news.kbs.co.kr/news/view.do?ref=A&ncd=3084022 “외국인노동자는 왜 콘테이너 기숙사를 뛰져나왔나? KBS 뉴스[/ref]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은 단지 이주노동자들에게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에게 알맞은 시설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주들에게도 혼란스러운 일입니다. 어느 정도의 시설을 갖추는 것이 좋은지 사업주들이 ‘알아서’ 해야하는 상황은, 노동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며 함께 일하고 싶은 사업주의 의지도 무력하게 할지 모릅니다.

3. ‘성실근로자’ 재입국 취업

  ‘성실근로자 재입국 취업’은 고용허가제로 입국하여 1) 취업활동기간이 만료될때까지 사업장 변경없이 동일한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하여, 2) 사용자가 고용허가를 신청할경우 귀국 3) 3개월이 지난 후에 재입국하여 귀국 전에 근무하던 사업장에 다시 취업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재고용시 사업주의 추천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이 제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가 되기때문에 고용종속을 심화시킵니다. 사업주가 해주느냐 마느냐가 이주 노동자가 일을 더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유일한 기준이 되면 근로조건은 계속 악화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지기 어렵게 됩니다.

4. 알선장 없는 구직 활동

  이전에는 재취업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구인자 명단을 제공했는데, 2012년 8월 1일부터는 사용자에게만 구직자 명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f]고용노동부 2012.6.4 ‘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수립에 따라.[/ref]

  이에 따라 이주 노동자들은 재취업을 원할 경우 3개월 이내에 사업주의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려 면접을 보아 재취업을 해야합니다. 먼저는 자신이 원하는 일터를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고, 짧은 기간안에 취업을 해야하는 이주 노동자의 입장으로서는 사용자의 연락을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틀 안에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근무처와 계약하게되기 쉽고, 앞서 말한 사업자 변경은 더더욱 엄두내기 어려운 것이 되고 맙니다. 

 

5. 사업장 변경 기간 제한

  직장 이동을 하는 이주노동자는 3개월의 기한 내에 재취업을 해야하고, 사업장변경 신청은 근로계약종료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이루어져야 합니다.이 직장이동이 사업주의 책임일때에도 기간제한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 기간 제한으로 인해 ‘의도치않게’ 미등록이 되어버리는 이주노동자는 구제받을 방법이 없게 되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경직된 고용허가제 때문에 미등록자가 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 바 있습니다.

6. 산업재해 보험 미적용 사업장 취업

  고용허가제 노동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다만 농업,임업,어업,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자의 사업으로서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에 대해서는 보험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문제는 이 분야에는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이고, 상당수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사업장에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업에는, 상시근로자 수는 적지만 농번기등 일이 바쁠 때에 수시로 채용되는 근로자의 수는 5인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업장에서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답답한 일이 되기 일쑤입니다.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이는 이주노동자에게도 큰 어려움이고 동시에 영세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용자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사업주와 노동자 어느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은 조항인것이죠.

[ref]

고용노동부 2012.6.4 ‘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수립에 따라.[/ref]

7.출국만기보험제도의 퇴직금 권리 제한

  출국만기보험제도는 사실상의 퇴직금으로, 퇴직금을 보장하기 위해 퇴직금 상당액을 매월 보험료로 납부하게 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계약기간이 끝나 출국을 해야만 이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됩니다. 

  근로기준법에서 퇴사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는것은 “퇴직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활이 곤란하게 될 수 있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퇴직금의 지급에 불편과 위험이 따를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헌재 2005.9.29 선고 2002헌바11 결정 중) 입니다. 

그러나 사업장을 이동하는 도중 일시적으로 실직 상태에 놓이는 이주 노동자에게는 ‘출국 이후 14일 이내 지급’된다는 퇴직금 수령이 가능할 리 없습니다. 꼭 사업장을 이동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출국 이후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고, 받지 못하게 된 경우 이미 한국을 떠난 이주노동자가 이에 대해 다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점들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까요?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의 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같은 노동자로서 누려야 하는 권리들을 보장하고, 또 외국인이기에 취약할 수 있는 부분들을 고려하여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개선방안을 제시했습니다.  
 
  1) 사업장변경이 원칙적으로 가능하게 하며, 이주노동자들의 고용종속을 심화시키는 장기계약을 1년단위 단기계약으로 바꿀 것. 2) 재고용을 놓고 사업주의 권한만 커지는 ‘성실외국인근로자 제도’는 폐지하여 이주노동자들이 재고용을 위해 인권침해를 감내해야 하는 일을 막을 것. 3) 사업장변경기한을 적어도 사업주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 여유있게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예외를 주고, 기간이 지난 이후 신고하는 경우 과태료 납부등의 구제조치를 마련할 것. 4) 이직을 원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사업장 정보를 제공해서, 자신이 원하는 조건과 직종의 사업체에 취직할 수 있도록 할 것. 5) 사업장의 기숙사시설이 갖춰야 할 명확한 규정을 두어, 최소한 주택의 기준을 갖춘 곳에서 노동자들이 거주하게 할 것. 6) 산재보험 가입업체에게만 외국인력 배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 7) 퇴직금은 퇴사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여, 출국전에 받을 수 있게 할 것. 
 
 
– 그들을 돌봄은 우리를 돌보는 것.
 
  고용허가제가 단지 외국인력을 우리가 편한 방식으로만 이용하고 끝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노동인력의 교류로 win-win하자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되려 국제사회의 지탄만 받게 됩니다.
 
  “이주노동자의 일자리가 내국인의 것과 분리되어 별도의 노동시장을 형성한다면 모를까 양자가 하나의 노동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이주노동자 고용정책은 이주노동자에게 차별적 취급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즉 부족한 인력의 확보라는 본래의 이주노동자 채용 취지에서 벗어나 저임금 노동력의 조달을 통한 내국인 근로자의 대체현상을 초래하며, 이주노동자의 도입이 저임금 노동력의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전용되면 내국인근로자와의 근로조건 격차는 점차 심해질 수 밖에 없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수반하는 각종 인권 침해적 결과도 수반할 수 밖에 없다[ref]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변호사가 인용한 ‘외국인근로자 고용정책과 노동인권’,전형배,2010년(사)한국비교노동법학회 동계학술대회[/ref].”
  
  우리 사회에 들어온 누군가를 돌봄은, 결국 우리 사회를 돌보는 일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지켜져야 할 권리들이 당연스럽게 지켜지는 그 날을 기대해 봅니다. 
 
 
– 10기 이슬 연구원 작성
 
 

*이 글은 이주노동자노동권향상을 위한 세미나 발표자료와 토론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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