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리셨죠?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당신의 핸드폰에는 몇 명의 난민이 갇혀있습니까?> 시리즈! 저번 포스팅에 이어서 분쟁광물 사안을 해결하려는 노력들에 대해 알아볼 텐데, 오늘은 특별히 적극적인 태도를 반응하고 있는 국가들과 여러분들이 개인으로서 취할 수 있는 반응에 대해 알아볼 거에요. 준비, 땅!
우리 땅에서 만큼은 절대 안돼: 각 국가 별 규제
미국: 도드 프랭크법
혹시 신문을 꾸준히 자주 읽어오신 분들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법도 한 도드 프랭크 금융규제개혁법안 1502조! (Dodd Frank Act Section 1502) 이름이 참 거창하죠? 2012년부터 효력을 띄게 된 이 법안은 미증권거래위원회 (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상장 등록된 회사들 (국내, 해외 포함) 중 생산/판매하는 제품의 기능 및 제작의 필요에 의해 4가지 분쟁광물 종류 (Tin, Tantalum, Tungsten, Gold) 중 한 가지라도 사용하는 회사들에게 자사가 콩고 민주 공화국의 분쟁에 기여하거나 관련 된 광물을 사용하는지의 여부를 조사하여 그 결과를 입증,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아래와 같은 조사단계를 거쳐야 하죠.
1. 필요에 의해 사용한 광물이 콩고 민주 공화국이나 주변 국가들에서 채취된 것인지의 여부 조사 1.1 원산지가 맞거나 확인 불가능하다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보고하거나 입증 -비분쟁 광물이 아닌 광물로 제작 된 제품들, 광물을 가공하는 데 사용했던 시설, 그리고 최대한 자세하고 정확하게 추적해낸 광물의 원산지역과 광산에 대한 내용을 보고 -제 3자 독립 기관의 감사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광물의 근원지와 공급망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였다는 사실 입증 1.2 만약 콩고민주공화국이나 그 주변 국가들이 원산지가 아니라면 원산지 조사 방법 보고 |
즉, 콩고 민주 공화국과 그 주변 국가들을 포함한 분쟁 관련 지역, 혹은 고위험군 지역에서 채취 된 광물은 분쟁광물일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어, 해당 광물을 사용하는 회사들에게 철저하게 조사하고 보고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법이지요. 게다가 그 보고 내용은 SEC를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된다고 하니 기업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그리고 이 조사 과정 중에 많은 기업들이 episode 2 part 1에서 언급한 OECD의 상당 주의의무 지침서를 참고 활용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2년부터 벌써 법적 효력을 지녔으니, 그 효과가 어떠하냐고요? 해당하는 기업들이 처음으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때는 2014년 5월 31일! 그리고 그 때까지 제출해야 하는 첫 보고서는 2013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 중에 사들인 광물에 대한 내용만을 포함하면 된답니다. 즉, 아직은 기업들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을 때라, 가시적인 실적을 기대하기 조금 이른 시기인 거죠. 게다가 이 법 자체에 대한 평가 역시 아직 단정지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통과 된 이 법이 전세계적으로 최초이자 유일하게 분쟁 광물 관련해서 직접적인 법적 규제를 실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높이 평가되고 있으나, 크게 3가지의 비판을 맞서고 있기 때문이에요.
첫 번째로는 콩고 민주 공화국 관련 지역 외 타 대륙이나 국가에서 발생하는 분쟁 자원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 두 번째로는 아무리 분쟁과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일단 사용하는 광물의 원산지가 콩고 주변 지역이면 법안에 따라 이행해야 하는 조사의무가 버거워서 콩고 주변에서 생산되는 모든 광물들의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 즉, 조사의무가 버거워서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 콩고에서 생산되는 모든 광물 수입을 (비 분쟁 광물 포함)무차별적으로 꺼려하여, 콩고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세 번째는 조사의무 이외의 별도로 부여되는 의무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입니다. 도드 프랭크 법에 의하면 자사의 광물 공급망을 조사하고 보고해야 할 의무도 있지만, 광물이 사용되는 제품들에 대해 “비분쟁 광물 제품” 혹은 “비 분쟁 광물 제품이 아님”이라고 공시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아직은 분쟁 광물 사용 여부가 불가하다는 조건 하에 대기업들은 2년동안, 중소 기업들은 4년동안 공시 책임을 미룰 여지를 남겨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법이 ‘비겁하다’고 손가락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완벽하진 않지만 최초로, 그리고 조금이나마 단호하게 규제하는 법이기 때문에 그 의의는 상당한 것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캐나다: 발의 된 법안 (Bill C-486)
캐나다에서는 올해 3월에 분쟁광물 규제 연방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미국의 도드 프랭크 법이랑 비슷한 이 법안은 캐나다 내에서 운영 되는 회사들과 그 자회사들이 사용하는 광물 공급망에 대해 정부에 보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할 예정이라고 해요. 그리고 한 가지 특별히 더 인상적인 것은OECD 멤버 국가 최초로 OECD 상당 주의의무 지침서 내용을 법의 일부로 제정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권장에 머물렀던 OECD지침의 권위가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구속력을 가진 법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죠. 어떤가요? 국제사회와 정부가 조화를 이루며 협력하는 모습 보기 좋지 않나요? 이 법안은 신민주당에서 밀고 있는 법안인데, 아직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하니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죠?
유럽 연합 (EU; European Union): 입법 진행 중
유럽 연합의 집행위원회도 미국의 도드 프랭크 법과 동일한 취지의 법안을 제정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대중에게 질의와 제안들을 정식으로 요청하고 수렴하는 ‘공개 협의’ (public consultation) 를 거치는 단계가 있는데,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입법 과정에 직접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는 값진 기회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공개 협의가 바로 몇 달 전인6월 26일에 완료되었다는 점! 이 공개 협의 과정에서 집행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요청했던 것은 바로 OECD나 UN에서 이미 권장하는 가이드라인과 중복되지 않도록 더 보충할 내용이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참 효율적이죠? 공개 협의까지 거친 법안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 특히 미국의 도드 프랭크 법이랑은 어떻게 다를지 기대해봐도 될까요? 영국: 법은 없으나 방향성은 제시
Episode 2 part 1에서 다룬 PROMINES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의 전부를 세계은행과 영국 정부가 함께 감당한다고 읽은 기억이 나시나요? 이외에도 영국은 각종 국제기구에서 발행한 가이드라인들과 미국에서 제정한 도드 프랭크 법을 주의 깊게 준수하라며 기업들에게 강하게 권고하고 있어요. 별도로 자국의 입법과정을 통한 법을 제정하려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외무성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죠. 외무성은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 채굴 된 광물을 다루는 영국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게 처신하길, 그리고 OECD와 UN에서 채택한 기업인권 관련 모든 원칙과 결의안들을 잘 준수하길 권장하고 있어요. 보다 구체적으로는 분쟁 광물의 4가지 중 한 가지라도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에겐 OECD의 상당 주의의무 지침을 적용하고 EITI와 같이 다양한 분쟁 광물 관련 이니셔티브 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라기도 하면서 말이죠. 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분쟁 광물 관련 법을 제정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데, 과연 우리 정부는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까요? 침묵하고 있을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해보아요!
참고 : 지식경제부 보도 참고자료 |
“보이지 않는 손”: 시민 소비자들의 움직임
국가들과 국제기구들의 노력에 발맞춰 우리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요? 과연 개개인이 공권력도 없는데 이런 거대한 사안에 대해 힘이 되어 줄 수 있겠냐고요? 당연하죠~ 시장 경제에서 어떠한 제품이라도 그것의 생산 및 판매를 결정 짓는 신호등 역할은 우리 소비자들의 몫이니까요!
다시 한 번 분쟁 다이아몬드 사안을 돌이켜볼까요? 킴벌리 인증 체제를 포함하여 다방면에서 분쟁 다이아몬드 구매/사용을 막으려는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났을 때, 만약 개개인 소비자들이 여전히 전혀 개의치 않고 무차별적 구매를 했었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분쟁다이아몬드 시장이 줄어 들을 수 있었을까요? 궁극적으로 이 분쟁 다이아몬드 문제를 최소화한 핵심 비결은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소비 행태 변화입니다! 즉, 이번 분쟁 광물 사안에 있어서도 우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에 다시 한 번 “분쟁 광물 NO!”라고 손사래를 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미 거의 모든 전자제품 산업에 “떡~” 하니 자리 잡아 버린 이 광물 사용을 아무런 대책도 대안도 없이 무작정 반대하고 나서면 어떡하냐고요? 그냥 산 속에 들어가서 짚신 신고 살란 말이냐고요? 아니죠~ 산업 전체에 변화가 자리잡는 데에는 시간도 걸리고 그 동안에 소비자들이 취할 수 있는 대안적 선택권에도 제약이 없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이 순간에도 이미 분쟁 광물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이 여러 분야에서 적지 않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핸드폰 시장을 한 번 살펴볼까요? 분쟁 광물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핸드폰이 불과 얼마 전에 출시되었다고 하는데, 애플과 삼성 등 대기업 스마트폰 업체들이 주도하는 이 시장에서 과연 윤리적으로 깨끗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회사/제품일지……궁금하시죠?
조만간 “페어폰 Fairphone”에 대해 탐구해보는 포스팅을 가지고 다시 찾아 뵐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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