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구금에서의 해방 : 구금에서 인도적 체류지위까지

2014년 3월 16일

   해결된 숙제 : Arif씨가 구금 이후 난민신청에서 인도적 체류자 자격을 얻기까지

Mohammad Arif(가명)씨는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하여 일을 하다 체류기간 도과 후 계속 일을 하다 출입국당국에 적발되어 2012년 9월 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었습니다. 그게 벌써 18개월 전의 일입니다. 

무슬림이었던 Arif씨는 한국에서 기독교로 개종하였던 터라 보호소에 구금된지 얼마되지 않아 난민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의신청마저 기각된 상태에서 공익법센터 어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들과의 상담과정 속에서 Arif씨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유들을 설명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충격적인 사실을 마지못해 털어놓았는데, Arif씨가 털어놓은 새로운 박해의 위험 사유는 Arif씨 개인에게만 도저히 책임을 돌릴 수 없는, ‘한국정부’가 그를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져줘야 할 법적, 도의적 의무를 지닌 특수한 사유였습니다. 

이에, 1)’난민불인정결정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새로운 박해사유를 어떻게 난민인정이란 결과로 현출되게 할 것인가’, 2)’몇년이 걸릴지 예상할 수 없는 장기화된 구금을 어떻게 단축시킬 것인가’라는 두 가지 화두를 붙자고 어필은 여러 건의 신청과 소송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 수차례의 보호소 방문 인터뷰

– 난민불인정결정취소의 소 제기(사실조회, 문서제출 명령등 9건의 신규증거신청 및 매주 4회에 걸쳐 열린 기일에서의 변론)                     

– 새로운 사유로 난민인정 재신청 및 의견서 송부(이후 난민불인정결정취소의 소 기각)

– 난민불인정결정취소의 소 항소 제기

– 보호일시해제청구                                                        

– 보호일시해제청구 불허가결정 취소의 소 제기                      

– 재신청에 대한 난민인터뷰 동석

                           [재신청에 대해 난민불인정결정 및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

   박해사유의 특수성 및 법리적인 조력활동이 고려되어, 당국에서 이례적으로 재신청을 받아주고, 이에 대해 3월 초 난민불인정결정과 동시에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이 신속히 내려짐으로서 Arif씨는 난민인정을 받진 못했지만 18개월 동안의 기약없는 구금에서 풀려나고, 드디어 한국에서 인도적 체류자 [ref], 난민으로 인정할 순 없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난민법 제2조 제3호)으로서, 현행 난민법 하에서는 G-1비자로서의 계속적인 갱신을 통한 체류보장이외엔 오로지 취업허가신청권만이 부여되고, 기타 인정난민이 받을 수 있는 여행증명서 발급 등의 별도의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 [/ref]의 지위를 부여 받아 거주할 수 있게 되셨습니다.

인도적 체류자에게는 F-2비자가 부여되지 않아, 결국 일을 하기 위해서는 취업허가를 신청해야 하고, 체류자격을 계속 갱신해야 하긴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계속 체류할 수 있어 박해의 위험이 도사리는 본국으로 돌아갈 두려움에서 벗어난 것과, 도대체 끝을 알 수 없는 기약없는 장기구금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얻게되어 다시 친구들을 만나고 자유롭게 숨쉬며 살아갈 수 있게 된 사실에, Arif씨는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 사진 : 간소한 축하파티(2014. 3. 14.)

   ▲ 사진 : 어필 사람들과 함께(2014. 3. 14.)

   남은 숙제 : 난민신청자의 기약없는 장기구금

Arif씨가 형사범도, 확정된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님에도 이미 18개월동안이나 열악한 외국인보호소에서 소위 ‘불법체류자'(?)라는 ‘죄명'(?)으로 구금되어 계셨던 것도 사실이지만, 만약 인도적 체류자지위라도 받지 못하셨으면 난민지위관련 소송의 최종 확정판결 전까지 언제까지나 더 계속 구금되어 계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Arif씨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에 비극이 존재합니다. 그간 한국의 제 단위들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왔던 것처럼, 전국의 외국인보호소에는 행정당국으로부터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을 받고 길게는 수년 [ref], 비근한 예로 3년 9개월동안 구금되어 있었던 이란인 난민이 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28230, [/ref]에 이르기까지 장기구금되어 있는 여러 난민신청자들이 있습니다. 

이는, 1)구금시점의 행정법규 위반이란 사유만으로 행정청의 결정만으로 무기한의 구금을 가능케하며, 이에 관한 사법부의 독립된 심사도 전혀 보장장하지 않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의 위헌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2)구금을 체류관리방법의 일환으로만 접근하는 당국의 태도 때문이기도 하며, 3)더 나아가서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에 대한 보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법률체계와 행정관행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필은 여태까지 계속해서 이같은 점에 대해 수년간 국제연대단위를 포함하여 여러경로로 문제제기를 해왔을 뿐 아니라, 제도적인 개선을 꾀해보기 위하여 지금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출입국관리법에 대한 위헌소원도, 난민협약 제33조 제1항, 고문방지협약 제3조 등에서 규정한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반하는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도, 구금의 장기화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내려지는 보호일시해제불허가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도 진행하고, 사안에 따라 국가배상청구를 검토하는 등 다각도로 난민신청자의 장기구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을 진행해보고 있는데요. 남은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소식들을 계속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 덧붙임 *

지난 축하파티날 어필에 감사를 표시해야한다며 양 손에 음료수를 사들고 사무실을 방문하셨던 Arif씨가 하셨던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출입국의 담당 계장님들이 그러시더라구요. 도대체 그 변호사 사무실은 왜이렇게 열심히 하는거냐구요(웃음)” 

“저를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도 정말 기뻐했지만, 보호소에 있는 난민신청자인 사람들에게는 저만 먼저 나오는게 미안해서 말 못하고 나왔다가, 나중에 전화해서 물어봤는데요. 오히려 저처럼 오랫동안 구금되어 있는 다른 사람들도 너무 좋아하고 있더라구요. 희망이 생겼다구요.”

최종수정일: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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