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가 공동주최한 학술포럼이 열렸습니다. 난민법이 시행된 이후 세계난민의 날인 6월 20일 어간에 정부측에서는 주로 난민관련 의제들 중 정책적 관심사항을 몇가지 뽑아 학술포럼형태로 열어 추진코자 하는 정책방향의 학술적 논거로 활용해오곤 했습니다. 작년의 경우 “난민법 시행 3주년 학술포럼”이란 형태로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6월 23일에 비슷한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올해 열린 포럼 역시 외견상 중립적인 학술포럼인것 같지만 정책실무부서가 주최하는 포럼인만큼 평이한 학술포럼은 아니었고, 주로 ‘난민인정절차의 개선, 재정착제도의 미래’ 두 꼭지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담았습니다. 포럼의 제목부터 결코 중립적이지 않았는데요. ‘글로벌시대 난민인권/국익/세계평화 학술포럼’이란 제목은 특히 유엔난민기구와 공동주최하는 포럼이었음에도 ‘국익(National Interest)’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갔다는 것은, 차별을 방지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국익’을 원용하여 마치 난민과 이들이 대립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난민의 보호후퇴도 감수해야할 것처럼 이해, 선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적잖이 안타까웠습니다.
실제로 지금 난민제도의 개선에 대해 사법정책연구원, 형사정책연구원, 법무부 내부 용역발주 등 다양한 곳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 역시도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하는데 그 방향은 사뭇다릅니다.
포럼 전체적으로 <난민심사제도>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는데, 사실 그 이유의 방점은 이상하게도 실제 난민을 잘확인하기 위한 개선이라기 보다는, 증가된 난민신청숫자 사건을 어떻게 잘 통제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정부도 사건수를 줄이려고, 법원도 이를 줄이려고 하고 있는 마당에 난민심판원과 같은 독립적 기관을 만들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출발점이 잘 못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히려 현재 한국난민제도의 쟁점은 ‘난민을 어떻게 더 잘 보호할 것인가’ vs ‘과거보다 증가된 사건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사이의 충돌 속에 전자여야 합니다. 이미 한국을 찾아온 난민들의 권리는 타협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난민인정심사제도의 유일한 목적은 ‘어떻게 난민을 잘 확인하여 보호할 수 있는가’가 되어야 하는데 실무는 1차심사, 2차 난민위원회의 심사, 법원의 심사단계 모두 정상적인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모두들 그에 대한 책임을 돌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재정착제도>는 어떠한가요? 3년간의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작된 재정착 제도는 이제 제3차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 태워 더 장기화되고 안정적인 국가정책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미묘한 것은 재정착제도의 경우 기존의 난민인정절차제도의 제도적 상향을 동시에 이루어나가지 않는 경우는 매우 위험하게 오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정부 예산, 행정자산등이 재정착제도를 통한 소수의 난민들에게 모두 집중되는 문제, 재정착난민대상의 선정과 홍보를 통해 정부가 자의적인 행정을 펼치면서 난민옹호의 가면을 활용할 여지의 문제등이 있어서 포괄적인 고려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행 재정착제도의 이같은 오용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거의 없고, 장미빛 미래 속 사회학적 논의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재정착제도를 정식으로 시행할것이라면 ‘보호필요성’을 기준으로 가장 시급한 대상들인 ‘시리아 난민’등을 위시한 국제적인 주목대상그룹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합니다. 보호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난민들 일부를 수용하면서 국제사회에 생색내는 용도로 제도를 활용해서는 사실 넓은 바다에서 컵으로 물한컵 떠올리는 것 이외에 의미가 없습니다.
학계, 실제 난민위원회 위원, 정부부처, 유엔난민기구 등 국내에서 실제 key-player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분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매일 난민을 만나고 제도적 장벽과 공백을 피부로 맞닥뜨리는 활동가의 입장에선, 아쉬움이 많은, 그러면서 동시에 향후 활동에 관한 과제를 많이 떠안은 시간이었습니다. 테이블 위에서 여러 각 정책단위들이 처한 이해관계에 바탕을 두고 가볍게 논하기엔, 난민들이 처한 삶은 너무 무겁고 절차는 불공정합니다. 그런데 난민들은 현실에 대해서 발표할 시간 조차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간접적으로 이를 전할 NGO 활동가들에게 주어진 시간도 제한된 종합토론 시간 중 한 자리 뿐이었구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와중, 새로운 이민정책, 새로운 난민정책이 기획되고 운용되어야 할 지금, 정부의 정파성과 무관하게 소외된 정책영역인 난민정책이 정상적인 궤도로 조금씩 방향을 잡아갈 수 있도록 더욱 애써야할 것 같습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난민포럼 자료집 PDF 파일 20170619 포럼 자료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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