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두번째 만남 후기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는 난민활동가, 성소수자활동가, 그리고 HIV/AIDS활동가들이 모여 성소수자 난민과 HIV/AIDS 감염인 난민들을 조력하는 데 있어서 서로의 분야에 대해서 알고 네트워크 형성에 필요성을 느껴 형성되었다. 저조한 한국의 난민인정률 (1.54%, 2016년 통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난민의 숫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이 중에 성소수자 박해 사유로 오게 되는 성소수자 난민의 숫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난민으로 생활하면서 HIV/AIDS 감염이 된 사실을 알게 되거나, HIV/AIDS 양성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난민이 된 사람들 또한 인권활동가들이 마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난민들을 조력할 때 각각의 분야에서 부족한 지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하게 된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는 이미 네트워크 형성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두 번째 만남은6월 27일 화요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으며 지난번 첫 번째 회의에 이어 기획된 수다회를 가졌다. 수다회는 총 세 번 열릴 예정이며 먼저 HIV/AIDS활동가, 그다음에 난민활동가, 마지막으로 성소수자활동가들이 소수자 난민을 만나게 된 지점과 조력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동안 갖고 있던 궁금증에 대해서 가볍게 서로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목적이다. (행성인 이나라 활동가의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소개 활동가 편지)
이번 첫 번째 수다회에서는 HIV/AIDS 인권모임 나누리+의 윤가브리엘 대표가 참석하여 나누리+의 연혁과 활동에 대해서 설명하고, HIV/AIDS 인권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불리는 권미란 활동가는 HIV와 이주민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또한 HIV 감염인 난민 신청자들을 만나게 됐던 과정과 그 과정에서 있었던 어려웠던 지점들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현행 이주민과 난민에 관한 법제 아래에서 HIV/AIDS 감염인에 대하여 정리되어있는 지침이나 조항이 없어서 각 비자 유형과 법률마다 HIV/AIDS와 관련된 내용을 일일이 알아봐야 했다는 권미란 활동가의 설명은 이 네트워크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게 했다. 난민 감염인에 대한 정보나 시스템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난민을 포함한 이주민 감염인을 배제하고 감염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현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새삼 실감했다.
‘HIV와 이주민’의 주제로 강연하는 권미란 활동가
강연이 ‘끝났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질문과 대화가 서로 오갔다. 특정한 난민 신청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고, 난민 입국 절차와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국제법과 출입국관리법, 난민법 등에 대한 궁금증, 외국의 HIV/AIDS 이주민 및 난민 지원 여부 및 사례, 이주 감염인 건강 관리 및 비용 문제, 감염인을 위한 모금 및 활동에서 주의해야 할 점, 다른 난민은 겪지 않지만, 감염인 난민 및 이주민이 겪는 지점 등 다양한 질문과 대답들이 오고 갔다. 2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의 분야에 대해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모습은 왠지 모를 벅찬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주고받은 이야기 속에서 묻어나는 그들의 역사와 경험에 새삼 놀라기도 했고 그들의 전문성과 진실성에서 감동마저 느꼈다. 그 시간과 공간은 그야말로 ‘연대’라는 단어의 정의, 그 자체인 것처럼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결합이 나에게 더 큰 의미가 되어 돌아왔다. 나는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소속으로 성소수자 인권활동에 참여했고 올해 3월부터는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13기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부 때 비교인종민족학을 공부한 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성소수자 운동에서 나의 위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복합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성소수자 난민을 어필에서 조력하게 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성소수자 난민신청자를 조력하면서 ‘내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다시 하게 되었고, 이 전문성을 더 갈고 닦아 ‘퀴어와 이주’라는 커다란 분야 속에서 성장하고 싶다는 미래를 다시 그려보게 되었다. 나의 개인적인 성장의 시기에 마침 형성된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어 감회가 남달랐다.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6월 24일, 나는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 난민영화제에 스태프로 참가했다. 난민영화제에서 눈에 띄는 구호 중 하나는 ‘난민들은 용감하다’ 였다. 국경을 넘어 자신과 가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전하고 투쟁하는 난민들은 시혜와 관용의 대상이 아니라 용기로 가득한 삶의 주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이에 젠더와 성 규범의 경계를 뛰어넘고 사회의 시선과 차별에 끊임없이 대항하며 살아가는 성소수자의 모습도 겹쳐졌다. 단순한 상징으로가 아니라,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당하는 이들의 교집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배우고, 바로 이 곳에서 인권운동의 연대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날 수다회는 행성인 사무실이 꽉 찰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진행됐다.
다음 회의에서는 난민활동가들이 진행하는 수다회가 열린다. 앞으로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에서 진행될 일련의 행사들이 기대된다. 아쉽게도 나는 8월이면 학위를 위해 곧 외국으로 떠난다. 올 한해 진행되는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는 것에 큰 아쉬움이 남지만, 온라인으로 작게나마 지속적인 기여를 하려고 한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를 시작으로 한국 난민 인정에도 성소수자와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더 나아가 인권활동의 교차성과 연대가 활발해지길 기대해본다.
(13기 인턴 이주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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