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최악의 위기를 피해 온 예멘인들에게는 의심이 아닌 보호가 필요하다 – 난민에 대한 선입견과 혐오를 조성하는 제주 출입국사무소와 언론은 각성하고 난민 보호를 위한 역할을 다하라

2018년 5월 4일

최악의 위기를 피해 온 예멘인들에게는 의심이 아닌 보호가 필요하다

난민에 대한 선입견과 혐오를 조성하는 제주 출입국사무소와 언론은

각성하고 난민 보호를 위한 역할을 다하라

지난 5월 3일, 연합뉴스[1]를 비롯한 서울신문[2], 뉴스1[3], 제주의 소리[4] 등 국내 다수 언론사는 제주도에 예멘인들이 대거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하였다는 것을 보도하였다. 보도의 요지는 무사증으로 입국이 가능한 제주에서 외국인들이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올해 4월까지 369명이 난민신청을 하였는 바, 그 중 90명이 예멘인이며 특히 지난 5월 2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예멘인 76명이 한꺼번에 입국하여 “난민신청 등 체류 목적으로 제주에 온 것으로 의심돼 출입국 사무소가 주시하고 있다” 는 것이다. 보도의 말미에는 제주에서 2014년 이후로 매해 300건 내외의 난민신청이 있었으나 단 1명만이 난민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제주 출입국이 예멘인들이 난민신청을 하는 것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의심하고 주시하고 있다” 고 표현한 것을 규탄한다. 제주 출입국은 이에 더해 현재까지 제주에서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이 1명 밖에 없다는 정보를 제공하며, 이번에 입국한 예멘인들 또한 난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민신청을 하려는 ‘가짜 난민’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조성하였다.

언론은 이런 제주 출입국의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하여 전달하였을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난민 혐오와 공포감 조성에 기여하였다. 특히 서울신문은 ‘이슬람 국가인 예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예멘의 다양한 모습 중 유독 ‘이슬람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통해 ‘잠재적인 테러리스트인 이슬람 가짜 난민이 한국에 많이 몰려오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재차 언론을 통해 확산시킨 것이다.

특정 국가 출신의 난민신청자가 증가한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은 이들의 의도를 곡해하고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정황 변화를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3년이 넘도록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예멘의 상황은 ‘21세기 최대의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5]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우호적인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아랍동맹군을 통한 공습과 지상군을 동원한 군사 작전을 예멘에서 개시하였다. 그러나 이란 정부의 지원을 힘입은 후티 반군의 끈질긴 저항과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이슬람국가(IS) 등과의 교전이 뒤섞여 최악의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년간 폭격과 교전 등으로 예멘에서는 1만명이 숨지고, 약 2천명이 콜레라로 사망하였으며, 인구의 70%인 2천만명이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로 인하여 19만명이 예멘을 떠났으며, 유엔난민기구는 예멘을 위급한 상황에 놓인 국가로 지정하였다.[6]

결국 예멘의 상황이 악화되어 더 많은 수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고 그러한 맥락에서 더 많은 수의 예멘인들이 한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반응인 것이다. 실제로 난민보호에 선도적인 캐나다에서는 작년 6월부터 예멘의 국가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었음을 인지하고, 상황이 심각한 국가에서 온 난민신청자들에게 적용되는 신속절차를 예멘출신 난민신청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7]

우리는 제주 출입국에게 예멘인들의 입국과 난민신청이 급증한 것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예멘의 국가 정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들을 적절하게 보호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비참한 상황을 피해 비호를 요청하는 난민들이 ‘가짜난민’이라는 선입견을 고착화시키고,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와 혐오를 조성하는 언론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 5월 3일, 한국을 찾은 76명의 예멘인들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예멘을 떠난 19만명의 난민 중 0.04%에 지나지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이들이 한국에서 선입견과 부당한 난민심사로 인하여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하는 것은 우리가 평화를 위해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2018. 5. 4.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난민인권센터,

아시아평화를 향한 이주 MAP,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1] 연합뉴스, ‘’제주에 왜’ 중동 예멘인 대거 입국…난민신청자 급증’ (2018. 5. 3. ) http://www.yonhapnews.co.kr/local/2018/05/03/0810010000AKR20180503082700056.HTML

[2] 서울신문, ‘제주도에 예멘인 북적북적한 이유 알아보니…”난민신청자 급증” (2018. 5. 3.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503500083&wlog_tag3=naver

[3] 뉴스1, ‘제주서 예멘인 난민 신청 급증 …올 방문 168명 중 90명’ (2018. 5. 3. ) http://news1.kr/articles/?3308212

[4] 제주의소리, ‘중동 예멘인 76명 집단 제주행 ‘난민신청여부 촉각’’ (2018. 5. 3. ) http://www.jejusori.net/?mod=news&act=articleView&idxno=204081&sc_code=&page=&total=

[5] 연합뉴스, ‘21세기 최대 비극’ 예맨내전 3주년…끝 안보이는 최악 위기 (2018. 3. 26)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3/26/0200000000AKR20180326013151009.HTML

[6] http://www.unhcr.org/yemen-emergency.html

[7] 신속절차(expedited process)는 시리아, 브룬디, 이라크, 에리트리아,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신청자에게 적용이 되었었는데, 2017년 6월부터 이집트, 예멘 출신 난민신청자에게도 적용이 확대되었다. CBC, ‘’Win-win situation’: Expedited refugee claim process clears cases without hearings’, (2017.11.3) http://www.cbc.ca/news/canada/manitoba/win-win-situation-expedited-refugee-claim-process-clears-cases-without-hearings-1.4381197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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