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 (의안번호 2122683, 소병철의원 대표발의)의 발의를 환영하며, 외국인아동을 포함하여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부모의 출생지역, 인종, 국적, 종교, 사회적 신분 등에 따른 차별없이 출생신고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전 세계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국제인권조약이자 한국 역시 1991년에 가입·비준하여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지닌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하 “아동권리협약”)은 아동 인권으로서의 출생등록의 의미를 분명히 하며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자국의 관할권 안에 있는 모든 아동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 때의 아동은 아동권리협약의 원칙에 따라 민족적, 인종적 또는 사회적 출신을 불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한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아동은 한국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한국에 출생등록을 할 수 없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 적용 대상을 ‘국민’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국적국 재외공관에 출생을 신고할 수도 있으나 국적국 내 관할 관공서에 직접 방문해야 출생신고가 가능한 나라도 다수 존재한다. 본국 정부로부터의 박해에 대한 공포로 인해 본국을 떠나 한국으로 피신해 온 난민아동, 한국에 본국 재외공관이 없는 국가 출신의 아동 등은 어디에도 출생을 신고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차별에 노출되는 것이다. 우리 네트워크는 계속해서 제도개선을 촉구해 왔으며, 지난 10여년 간 다수의 국제인권 조약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한국에 관할권 내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할 것을 반복해 권고했다.
우리 네트워크는 2022년 8월,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 (의안번호 2116167, 권인숙의원 대표발의) 발의 당시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의 도입을 위한 입법을 지지하며, 이 제도가 외국인아동에 대한 또 다른 낙인이나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섬세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 출생등록 사무에서 취합된 정보가 출입국사범 단속 등 출입국행정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분명히 확인할 것 등을 당부한바 있다. 기존 발의된 법안이 출생등록신청의 접수, 출생등록증명서의 발급 및 기재사항의 정정신청 등을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에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특히 미등록 체류 외국인의 접근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교하여 새롭게 발의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은 현행 가족관계등록법 상 국민의 출생등록 절차와 유사하게 출생등록신청의 접수, 출생등록증명서의 발급 및 기재사항 정정신청의 접수에 관한 권한을 시·읍·면의 장에 위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5조), 업무 담당자는 취득한 정보를 출입국사범 단속 등 외국인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행위에 사용할 수 없도록(제7조) 규정하고 있어 향후 출생등록을 하고자 하는 외국인이 절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보다 용이하게 제도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분만에 관여한 자가 출생신고 장소를 관할하는 시·읍·면의 장에게 출생 정보를 통지하게 하는(제9조) 등 정부안으로 발의된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2114860)의 ‘출생통보제’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출생통보제의 도입 이후에도 외국인 아동이 절차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한편,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은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법의 구조상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과 관련한 규정 및 제도를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별도의 법안으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 방안을 구별하여 진행하는 만큼, 한국 국적 아동의 출생등록과 비교하여 차별 또는 편견이 작동하지 않도록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네트워크는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 (의안번호 2122683)의 발의를 다시 한번 환영하며, 빠른 입법을 통해 외국인 아동과 보호자가 차별없이 쉽게 접근 가능한 신청 절차, 출생등록을 통해 수집된 정보가 외국인아동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만 이용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되는 제도의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더 이상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이 출생조차 등록되지 못하고 방치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의 신속한 의무 이행을 촉구한다.
2023. 6. 19.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공익법센터 어필도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의 파트너로 참여하여,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들이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보편적 출생신고제를 도입하고 모든 아동이 국적을 가질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