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출생통보제 도입을 환영하며, 모든 아동의 보편적 출생등록을 위한 국가의 계속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2023년 7월 3일

출생통보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안)」이 2023년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그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했던가. 아동이 생존한 경우에도, 출생이 등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 보육과 돌봄, 교육의 각종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된 현실을 수없이 목격했다. 국가의 무관심과 무책임 속에 스러져 간 아동의 생(生)을 애도하며, 뒤늦게나마 출생통보제가 법제화된 변화를 환영한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국제인권조약인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이 등록” 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였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23년 4월 출생등록에 관한 결의안(A/HRC/RES/52)을 다시금 채택하면서, 인권보호와 실현의 중요한 요소로서 모든 아동을 차별 없이 등록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상기하였다. 국내 출생아동의 99% 이상이 병원에서 태어나는 통계는 출생통보제의 필요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근거였다. 이제는 개정된 법률에 따라, 부모의 출생신고가 있기 전에도 아동의 존재를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출생통보제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우선 가족관계등록 체계에서 발견된 출생미신고 아동에 대한 공적 보호가 신속하게 제공되도록 칸막이 행정을 넘어서는 업무연계와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 모의 외국인등록번호나 의료급여 자격관리번호가 없는 이주아동이 통보의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제21대 국회에 발의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도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부와 모의 정보가 제대로 기록된 출생등록과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도 절실히 필요하다. 감사원은 8년간(2015-2022년) 임시신생아번호만 있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내국인 아동이 2,236명이라고 발표하였지만, 이 숫자는 정확하지 않다. 임시신생아번호에는 보통 모의 정보가 기록되므로 모의 정보로 추적할 수 없는, 베이비박스로 보내져 기아로 출생신고된 경우나 미혼부자녀처럼 부의 정보만 있는 경우까지 이번의 미등록아동에 모두 포함하여 발표되었다. 뿐만 아니라 조사과정에서 외국인아동의 존재도 확인되고 있는 등 허점이 발견되는 만큼 보다 정확한 확인이 요청된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된 시점이기에, 감사원 감사로 촉발된 출생미신고 아동의 심층적인 실태조사도 중요함을 강조한다. 부모가 자녀의 출생을 신고하지 못했던 이유에는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친생자 추정, 병원 외 출산, 미혼모부에 대한 편견, 미등록 이주상황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이 출생증명서를 대체할 수 있는 서면에 모의 출산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119 구조·구급활동상황일지를 추가한 것처럼, 각각의 사정을 가로막은 현행법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가족관계등록법 및 「민법」 개정,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 제정 등의 논의를 지속해야한다.

무엇보다 아동권리 접근을 실천할 때, 현재 국회와 정부가 병행도입을 이야기하는 보호출산제는 결코 적절하지 않다. 20여만 명의 아동을 해외입양 보내며, 이들의 고아호적을 양산해 뿌리에 대한 권리를 박탈한 역사를 상기한다면 더욱이 그러하다. 보호출산제는 출생통보제의 의미를 퇴행시키며,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과 같은 날 통과된 「입양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대안)」의 성과도 무력화시킬 우려가 크다. 출생등록은 정체성에 대한 권리와 긴밀하게 연결되며, 가능한 한 부모를 알고, 원가정에서 자라날 권리를 아우른다. 보편적 임신 및 출산, 양육 지원체계를 갖추고, 그에 따른 부모의 출생신고 의무, 가족지원에 대한 국가의 책무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출생통보제는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국내외 옹호활동을 통해 출생등록 의제를 확산시킨 대표적인 시민사회 연대로서, 앞으로도 모든 아동의 보편적 출생등록을 위한 국가의 계속적인 노력을 촉구할 것이다.

 2023. 7. 3.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공익법센터 어필은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의 파트너로 참여하여,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들이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보편적 출생신고제를 도입하고 모든 아동이 국적을 가질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종수정일: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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