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법 개정운동_우리와 독일의 체류법 비교1

2017년 12월 26일

 
 

국내 외국인의 처우와 관련해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 중 하나는 장기구금 문제입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장기구금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출입국관리법 63조에 근거하여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어필에서는 지난 2013년 헌법소원을 제기했었고 2015년 아쉽게도 각하결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각하와 소수의견: 외국인구금 규정의 위헌여부에 대한 헌재결정 http://apil.or.kr/?p=1435 .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관 4인의 소수의견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출입국관리법 63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국내 외국인의 처우와 관련해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 중 하나는 장기구금 문제입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장기구금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출입국관리법 63조에 근거하여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어필에서는 지난 2013년 헌법소원을 제기했었고 2015년 아쉽게도 각하결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각하와 소수의견: 외국인구금 규정의 위헌여부에 대한 헌재결정 http://apil.or.kr/?p=1435 .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관 4인의 소수의견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출입국관리법 63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63조 1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라는 부분입니다.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에 의해 구금된 외국인이 자진 출국하지 않는 이상, 법조문을 형식논리적으로 해석하면 사실상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법원의 판결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명령만으로 무기한 구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위험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기구금의 사례로 어필에서 지원했던 이란 출신 H씨는 3년 10개월 동안 화성보호소에 구금된 적이 있습니다.   어필에서는 이처럼 위험한 63조를 개정하기 위해 입법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금기간의 상한을 명시하여 장기구금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개정안을 위해 해외사례를 조사하면서 세계 최대의 난민수용국 중 하나인 독일의 체류법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독일의 난민 상황은 그 규모가 수십 만 명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상황이 같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면서도 독일은 다른 수용국들에 비해서 출입국관리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독일의 체류법 및 난민법 대한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독일이 대규모 난민이슈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고, 또 그것이 우리의 출입국관리법이 가진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차이를 갖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이하 우리나라의 출입국관리 관련 법은 ‘출입국관리법’으로, 독일의 법은 ‘체류법’으로 사용하겠습니다). 
 
 
  1. 출입국관리법이 갖는 첫 번째 문제: 보호기간 상한의 미지정  
출입국관리법은 보호기간의 상한을 지정하지 않고 있어 장기구금의 정당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2항에서 보호기간이 3개월을 넘는 경우 연장을 위해서는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상한이나 절차적인 규정도 없는 이러한 기간 연장의 승인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입니다. 독일의 체류법도 62조에서 강제퇴거를 위한 구금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체류자격이 없거나 적법한 사유를 가지지 못한 외국인을 자국에서 강제퇴거시키기 위해 절차상의 최소한의 구금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와는 다르게 법률에 구금의 상한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독일 체류법 62조(강제퇴거를 위한 구금)

④ 확보구금(강제퇴거를 위한 구금의 한 종류)은 6월까지 명령될 수 있다. 해당 외국인이 송환절차를 방해하는 경우 최대 12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이하 생략)

 
따라서 구금된 외국인이 여권을 해상에 투기하거나 자신의 국적을 속이는 등의 송환절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6개월이 지나면 구금시설에서 풀려나게 되고 방해행위를 하는 경우라도 구금은 18개월 이상 넘어가지 않습니다. 구금기간 상한 이외에도 체류법에서 또한 인상적인 것은 62조의 다른 조항들입니다.

독일 체류법 62조(강제퇴거를 위한 구금)

① 강제퇴거를 위한 구금은 구금의 목적이 보다 온건한 수단이나 그 목적에 상응하는 다른 수단으로도 달성될 수 있다면 허용되지 아니한다. 구금은 가능한 가장 짧은 기간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미성년자나 미성년자를 동반한 가족의 경우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아동의 복지를 고려하여 적정한 수준의 기간 동안에만 구금될 수 있다.

③외국인은 강제퇴거의 확보를 위해 다음의 경우 명령을 통해 구금될 수 있다(확보구금)

  1. 허가받지 않은 입국을 이유로 실행 가능한 출국의무가 있을 때

 (3항의) 1호에 따른 확보구금의 명령은 해당 외국인이 강제퇴거조치로부터 도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준다면 예외적인 경우 포기될 수 있다. 확보구금은 외국인에게 책임이 없는 이유로 3개월 이내에 강제퇴거명령이 집행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면 허용되지 않는다.

 
 
위 62조의 1항과 62조의 마지막 문단에서 볼 수 있듯이 체류법에서는 구금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즉, 구금은 최후수단의 성격을 지니며 구금이 집행되는 경우에도 사법부의 명령에 의거하며 최소한의 기간으로 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구금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외국인의 경우라도 그가 강제퇴거에서 회피할 염려가 보이지 않는다면 구금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덧붙여 독일의 다른 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미성년 아동 외국인이 관계되는 경우 구금을 매우 엄격한 기준에서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출입국관리법과 체류법이 보호 혹은 구금에 대한 관점에서 보이는 차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의 ‘보호’와 체류법의 ‘구금’은 사실 같은 제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보호’는 원래 단어의 의미가 무색하게도 국가가 외국인을 최대한으로 통제하려는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신체의 자유 제한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금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에둘러 표현되어, 보호를 해제하는 것은 마치 안전한 상황에서 안전하지 못한 상황으로 돌려보내는 듯한, 그래서 쉽게 해제할 수 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깁니다. 국가의 일방적인 보호조치는 외국인과 국가 간에 누가 먼저 박해를 무릅쓰고 출국하는지, 혹은 어쩔 수 없이 구금을 해제하는지 힘겨루기를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이러한 힘겨루기에서 피해를 보는 쪽은 결국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는 개인입니다.  
 
우리와는 다르게 독일은 솔직하게도(?) 구금을 “구금(Haft)”이라고 명시하여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자유를 강하게 보장하고 있는 독일의 헌법인 ‘기본법’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이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야 하는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금은 최소한으로 해야 함은 법률에 명시되고, 신체의 자유가 최대로 보장된 상태에서 최소한의 통제조치를 통해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일지라도 일상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체류법의 관점에서 구금기간의 상한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어쩔 수 없이 개인을 구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그것은 인간의 본질적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가질 수 있는 의문은 체류자격이 없는 채 구금되었는데 기간의 상한이 도래하여 구금이 해제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경우에는 체류법에 의거해 ‘Duldung’이라는 독특한 지위가 부여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질 포스팅에서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 출입국관리법이 갖는 두 번째 문제: 송환가능성에 대한 형식적 고려 
출입국관리법과 체류법의 두 번째 차이는 구금 시 송환가능성을 고려하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서는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은 강제퇴거명령을 받는 경우 통상적으로 보호명령까지 함께 발부되어 이 조항에서 볼 수 있듯이 송환에 장애가 되는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구금됩니다. 그러나 송환에 장애가 되는 사유, 예를 들어 송환될 지역이 위험지역이라는 등의 이유로 인한 교통편 미확보 같은 경우에는 교통편이 언제 다시 확보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무기한 구금이 발생할 수 있고, 보호소 내에서 난민신청 및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도 대법원의 판결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 역시 사실상 무기한 구금으로 귀결됩니다.  
 
이와 더불어 4항에서는 “다른 국가로부터 입국이 거부되는 등의 사유로 송환될 수 없음이 명백하게 된 경우에는 그의 보호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서 볼 수 있듯 출입국관리법은 송환가능성을 구금해제의 한 가지 요건으로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구금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송환불가능을 주장하여 보호조치의 해제를 요구하면 송환의 불가능성이 명백하지 않다는 식으로 보호를 해제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조건이 송환의 불가능성을 의미하는지, 송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해지는 것이 언제인지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당국이 매우 자의적으로, 그리고 인권침해 비판에 따른 면피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항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독일 체류법은 장기구금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조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체류법 62조의 마지막 문단의 두 번째 문장에서 “3개월 이내에 강제퇴거명령이 집행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면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규정된 부분이 그렇습니다. 이 조항은 출입국관리법 63조 4항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3개월 이내에’라는 단서 때문에 매우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독일의 경우 송환의 불가능성을 실질적으로 고려해 구금이 3개월 이상 이어질 것이 예상된다면 애초에 구금은 불가능하게 됩니다. 예컨대 난민소송을 제기한 외국인의 경우 소송의 종료까지 통상적으로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므로 구금이 집행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체류법 상으로 구금은 기본적으로 6개월까지만 명령될 수 있으며 외국인에게 책임있는 행위로 송환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조차도 구금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면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구금에 있어서 송환 가능성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결국 구금을 최대한 억제하는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독일에서 외국인이 구금되는 경우는 장기구금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이 빠른 시일 내에 실제로 강제송환집행이 가능하고, 그리고 강제송환되는 경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과 체류법의 이러한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구금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반면 독일에서는 최소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구금상한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출입국관리 및 통제가 사실상 마비된다는 반박을 하지만, 독일에서는 구금상한 규정을 두고 있어도 출입국 통제 및 관리라는 국가정책이행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구금상한 규정이 있다고 하여 출입국 통제 및 관리라는 국가행정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독일은 어떤 제도를 통해 출입국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고 있을까요? 앞서 잠깐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독일은 ‘Duldung’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부여하고 이 지위를 가진 외국인에게 몇 가지 제한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한들은 그러나 결코 본질적인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생각보다 많은 자유와 재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Duldung에 대해서는 이에 이어질 포스팅에서 다른 궁금증들과 함께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원봉사자 김태욱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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