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바다에 빠뜨리다

2018년 5월 29일

최근 이주어선원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충격적인 영상이 공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2018년 3월 29일 밤에 제주도에서 갈치잡이 배를 타면서 일하던 베트남 어선원을 선장이 바다로 밀어 빠드린 것을 베트남 출신의 다른 동료가 찍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베트남 어선원의 주장에 따르면 선장과 선주의 친척이 이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것은 예사이고, 흉기를 가지고 협박을 하고, 폭행을 하고, 상습적으로 성추행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권침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이들을 피해자로 보호하기는 커녕 아직도 이들에 대한 사업장변경을 허가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2018년 5월 29일 공익법센터 어필은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외노협, 녹색당 등과 함께 청와대 앞에서 제주 베트남 어업이주노동자 폭행 사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위 기자회견에는 많은 기자들이 참석을 했는데요. 기자들에게 배포한 아래의 <보도자료>를 보시면 사건의 개요와 시민사회단체가 촉구하는 내용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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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자회견에서는 이주노조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가은 사무국장 등이 규탄발언을 했고,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도 아래의 내용으로 힘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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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베트남 선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한국에 왔을까 한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마 베트남 선원들은 한국에 오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돈을 썼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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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노동착취와 인권침해입니다.  
베트남 어선원들이 선장과 선주 가족에게 겪은 인권침해가 정말 끔찍합니다. 
욕설은 일상이고 흉기를 들고 협박하고 폭행하고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고 심지어 바다에 빠뜨려 생명까지 위험에 빠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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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끔찍한 인권침해라는 말로는 뭔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러한 인권침해는 한마디로 강제노동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강제노동이 무엇입니까? 
사업장에서 심각한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베트남 어선원들이 선장에게 이러한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참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탈신고해버린다. 본국으로 보내버린다”라고 선장이 협박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베트남 어선원들이 당한 이러한 인권침해가 만천하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권침해 피해자로서 보호를 받기는 커녕 그 끔찍한 곳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사업장 변경 요청 조차 받아들이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강제노동이 아니면 무엇이 강제노동이라는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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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강제노동을 한 것은 선장이고 선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제노동이 가능한 이유는 정부, 특히 노동부와 법무부가 묵인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단순히 묵인 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강제노동에 정부는 방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두 가지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하나는 근로기준법에 어선원들에게는 노동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는 노동 21세기에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될 것입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그렇게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다는 말은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라는 말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선주로 하여금 노?동자들을 착취해도 된다는 면제부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정부는 법과 지침을 통해 사업장 변경이 어렵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니 선주는 그러한 약점을 이용해서 계속 이주어선원들을 노동착취하고 인권침해할 수 있고, 이주어선원들은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계속 일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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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선원들이 당한 노동착취와 끔찍한 인권침해 그리고 강제노동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이러한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인권침해는 이주어선원들에게 너무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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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작년에 한국 어선을 탔던 베트남 선원들을 여러 명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들로 부터 구전되어 오는 시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 일부를 한번 읽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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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 불빛이 내 태양이 되고 나는 파도와 친구가 되어요/ 작업이 시작되면 쉬지 않고 18시간 동안 일해요/ 이제, 한국을 이해했어요/ 그들은 손이 빠른 사람을 좋아해요/ 손이 느리면 씨발놈이에요/ 밥을 먹을 때도 항상 명령해요/ 씹지 마라, 그냥 삼켜라/ 아무리 급하게 밥을 넘겨도/ 그들이 말하는 ‘빨리’ 보다는 느려요/ 한국, 이 나라에 올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을 거에요/ 내게 천금을 준다고 해도/ 당신이 과부가 되고, 내 아이들이 고아가 될 수 있으니까요/그들이 주는 건 보너스가 아니에요/ 내일 소처럼, 개처럼 사는 대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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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나 인터뷰 했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배를 탔던 사람들인데 이 시를 모두 외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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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주어선원이 처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작년 유엔사회권 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어선원들의 노동조건을 제조업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더 열악하게 하지 말아라. 이주어선원들이 착취당하고, 구금당하고 폭행 당하는 것에 대해 조사를 하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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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마치면서 저는 정부에 4가지 촉구를 하고 싶습니다. 앞의 둘은 단기적인 것이고 나머지 둘은 장기적인 것입니다.
첫째 정부는 가해자가 상습강제추행하고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협박하고 폭행하고 물에 빠뜨려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것에 대해 반드시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둘째 베트남 어선원들을 강제노동의 피해자로 보호하고 무엇보다 신속하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세째는 시간 제한 없는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기준법을 변경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사업장 변경을 가로막는 법과 지침을 변경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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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규탄 발언을 마치고 이주공동행동의 정영섭 집행위원 등은 아래의 질의서를 청와대에 전달했습니다. 
질의서(red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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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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