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리뷰: 난민과 비자발적 이민에 대한 이해를 돕는 그래픽 노블

2021년 8월 4일

안녕하세요.
공익법센터 어필의 20기 미디어 인턴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를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 Marjane Satrapi
                                                                                                   출판년도: 2000
                                                  수상경력: 하비상, 타임 선정 2003년 최고의 만화, 알프아르상, 알렉스상, 뉴욕타임스 노터블 북
                                                                                                2007년 애니메이션화

 

1. 장르의 이해- 그래픽 노블

페르세폴리스는 그래픽 노블입니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단어는 소위 말하는 코믹과 차별을 두기 위해서 만들어진 표현인데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코믹(Comic)은 유아나 청소년을 주 독자층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텍스트가 간단하고
히어로나 로맨스, 학원 일상물 등 흥미로운 픽션이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재나 이미지 등이 더욱 현실적이고 자극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코믹보다 텍스트의 비중이 더 크고 분량도 길어 이야기의 완결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래픽 노블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림으로만 전달되는 시각적 정보와 문장으로만 표현되는 문학적 감성이 비슷한 밸런스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화가이자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마르잔 사트라피는 이런 그래픽 노블의 장르적 특성을 굉장히 잘 활용하여 페르세폴리스를 만들어서
읽으면서 인상깊은 문장들도 많았고 오랜시간 들여다보며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는 그림들도 많았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만화라고 했지만 사실 그래픽 노블은 좀 더 깊은 내용을 담고 사회적 사안에 대한 시각을 제공하는 르포르타주적 성향을 띠는 작품들이 많다 보니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 교과서로 쓰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르포르타주(Reportage)는 프랑스어로 탐방기사, 현장보고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사회적 사안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르포만화는 기록문학의 범주에 속하며 대표작으로는 유대인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아버지를 인터뷰하는 내용을 담은
아트 슈피겔만의 가 있습니다.


                                                                                                       작가: 아트 슈피만겔
                                                                                                출판년도: 1980-1991년 연재

2. 페르세폴리스 줄거리

 

페르세폴리스는 다수의 그래픽 노블과 같이 르포만화 즉 기록문학인 동시에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성장만화이기 때문에
마르잔 사트라피는 작가인 동시에 책의 주인공입니다.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는 이란계 프랑스인이고 1969년 생으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던 1979년 9살(만 나이)이었습니다.
샤를 몰아내기 위한 시위에도 참여하셨고 자유를 억압하는 이슬람 정권에도 반대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마르잔은
정치범 수용소에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사살되었던 주변 사람들과 이란-이라크 전쟁을 경험하며
정치와 이념, 삶과 죽음 등에 대한 사색을 자주하는 청소년기를 보내게 됩니다.

정부의 이슬람 정권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자
이란에 머무르는 것이 자유로운 생각을 하는 마르잔의 배움을 방해하며 안전마저 위협하게 되어
14살의 나이에 홀로 오스트리아로 떠나게 됩니다.
4년간의 오스트리아 생활 중 극심한 외로움, 정체성의 혼란, 죄책감 등의 감정에 시달리다가
결국 한겨울에 두달간 노숙생활까지 경험한 후에 다시 이란으로 돌아옵니다.
마르잔 사트라피는 그렇게 6년정도 다시 이란에서 생활하면서 대학도 나오고 결혼생활도 해 보았지만
결국 이란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을 견디지 못하고 이번에는 프랑스로 영영 떠납니다.

이상, 작가의 9살부터 24살까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페르세폴리스의 기본 줄거리였습니다  

 

3. 시카고 공립중고등학교에서 금지도서로 선정된 이유

페르세폴리스는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수업자료로 많이 쓰이지만
2013년부터 시카고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금지도서로 정하여 많은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유는 책에서 묘사되는 일부 고문장면이 학생들이 보기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반발하였고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는 중고등학생들도 생각을 할 수 있다며
영화나 인터넷 상에서 이미 다양한 이미지를 접하고 있는데 사진도 아닌 디테일하지 않은 흑백의 그림이
잔인해서 부적절하다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페르세폴리스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청소년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청소년들에게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표현은 조금 아이러니해 보이기도 합니다.

 


                                                                (페르세폴리스 도서를 금시시킨 것에 대해 항의하는 이미지, 책에서 발췌함)

 

 

4. 책의 구성

이 책은 총 4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각 파트는 10개 정도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대여섯장 정도의 분량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각 파트별로 한 두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선정하여 리뷰해보려 합니다.

 

Part 1

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첫 파트는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던 1979년, 9살 마르잔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샤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고 문화혁명이 일어나던 1년을 이야기하다
1980년 9월 22일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하여 이란-이라크 전쟁의 시작을 알리며 마무리가 됩니다.

                                                                                             Iranian Revolution of 1979
                                                                      1979년 이란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이슬람 혁명이라고도 불린다.
                                                                                               팔라비 왕조(샤)가 물러나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게 된 사건.
 
                                                                                           Iranian Cultural Revolution
                                                                                                          1980-1983
                                                                               학계가 서구와 비 이슬람적 영향을 제거하도록 하여
                                                                                    이슬람 정권의 정책에 부합하도록 만든 혁명
                                                                                          이를 위해 3년간 대학을 폐쇄하고
                                                                                             수많은 학생과 교수를 제거함.

 


에피소드: 페르세폴리스

먼저, 책의 제목과 동일한 제목을 가진 페르세폴리스 에피소드입니다. 

페르세폴리스는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였고
기원전 333년 경에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 대왕에 의해 폐허로 변하며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현재 이란 시라즈에서 북동쪽으로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그리스어로 페르시아인들을 의미하는 페르세와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스가 합쳐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페르세폴리스가 왜 이 책의 제목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조금 힘들었는데요.
페르세폴리스 에피소드를 읽으며 몇가지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먼저 정체성에 대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는데요.
페르시아인의 도시라는 의미인 페르세폴리스는 단어의 뜻에서부터 정체성의 개념이 들어가 있습니다.
페르세폴리스 에피소드도 마르잔의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해 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왕조와 샤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도 하며 개인으로서의 역사와 나라의 역사에 대한 언급이 뿌리에 대한 암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정체성은 중학생 때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갔을 때에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이란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마르잔 사트라피에게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었습니다.
아마 이란계 프랑스인으로 살아가는 지금까지도 마르잔의 인생에서 정체성이란 개념이 선사하는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로 저는 모순과 혁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1971년 이란정부는 페르시아(이란)왕조 창건 2,500주년 기념행사를 페르세폴리스에서 성대하게 열었는데요.
뿌리를 기억하는 민족을 위한 행사라는 명분과 달리 실상은 요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샤 본인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기 위한 일이었고
정작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행사들에 막대한 나랏돈을 사용하였습니다.
페르세폴리스는 뿌리인 동시에 혁명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죠.
그런데 마르잔 사트라피는 정부의 모순만 그려내지 않았습니다.
시위를 하다 군인의 손에 사망한 젊은이 뿐만 아니라 암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시신까지 순교자로 둔갑시켜 시위에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해는 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모순적인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시신, 암, 죽음, 살인마 등의 단어가 들어가는 대화를 나누며 웃고있는 부모님에게서 모순을 느끼는 마르잔의 모습도 그려지는데,
그러한 모순을 느끼고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 혁명의 원인이라는 책을 읽는 어린 마르잔을 보며
어쩌면 마르잔 사트라피에게 정체성과 뿌리가 중요한 만큼
끈임없는 검열과 성찰을 통해 모순과 부조리함을 드러내고 바꾸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모순에 대한 부분에서 정부나 사회의 모순 뿐만 아니라 부모님 그리고 본인 등의 모순을 어떤 합리화 없이 포함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자전적이고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임에도 객관성이 드러날 수 있는 것이
마르잔 사트라피가 성찰을 자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에피소드: 축제

또 다른 ‘축제’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드디어 시위대가 바라던 대로 샤가 물러나는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앞서 말한 모순적인 분위기가 많이 드러나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위기감에 샤가 민주주의를 시도할수록 국민들이 더욱 격렬하게 시위를 한다든가
맹목적으로 샤의 물러남만을 바라고 이루어지자 축제를 열지만
금방 사람들 사이에 벽과 다툼이 생긴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이런 모순과 아이러니함을 그래픽 노블의 장점으로 잘 표현한 장면도 있는데 (45페이지에)
텍스트는 ‘자유를 만끽해야지,’ ‘이제야 그 악마가 떠났군’ 등의 표현을 썼지만
그림으로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마르잔 가족을 악마처럼 보이는 뱀 같은 것이 둘러싸고 있는 부분입니다.

제목은 축제이지만 앞으로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에피소드: 양떼

양떼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로 첫 파트가 끝납니다.
샤가 물러나고 석방된 거 같았던 정치범들이 이슬람 정권을 세우려 하는 권력자들에 의해 다시 잡혀들어가거나 사살당하는 과정에서
살기 위해 양떼 속에 숨어 다른나라로 도망치는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마르잔이 나의 영웅이라고 부르던 삼촌 아누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서(스포자제^^)
마르잔의 내면의 상실과 함께 이란-이라크 전쟁의 시작을 알리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Part 2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두번째 파트는 이란-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에피소드: 열쇠

열쇠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는 가난한 동네의 소년들에게 천국을 약속하는 열쇠를 목에 걸어주며 전투에 투입시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천국의 열쇠를 목에 걸고 지뢰밭에서 폭사하는 아이들의 이미지와
체인과 징이 박힌 목걸이를 하고 난생 처음 파티에 참석해 춤을 추는 마르잔과 친구들의 이미지의 대비는
제가 고등학교에서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강렬하게 뇌리에 꽂혔던 이미지 중 하나입니다.
같은 전쟁국가에서 살고 있어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삶과 어느 정도 부와 지위가 있는 사람들의 삶은 천지차이라는 부조리한 현실이 깊게 와 닿는 장면입니다.



에피소드: 담배

담배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는 이라크가 종전을, 사우디아라비아가 피해배상금 지급까지 제안했지만
이란정부가 거절했던 것에 대한 사트라피의 분노가 표현됩니다.
정권에 반대하는 자들을 체계적으로 체포 및 처형하고
‘순교자로 죽는 것은 사회의 동맥에 피를 주입하는 것이다’ 따위의 슬로건을 내걸며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순종을 강요하기 위해서는
전쟁이라는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인데요.
이 슬로건은 두번째 파트 마지막 에피소드인 지참금에서 다시한번 언급됩니다.

 

에피소드: 지참금

지참금 에피소드에서는 오빠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수비대에 쫓기던 닐루파르라는 소녀가
결국 잡혀서 처녀를 죽이는 것을 금하는 법률을 근거로 혁명수비대원과 강제결혼 후 강간을 당하고 처형당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르잔은 닐루파르는 순교자였지만 왜 그녀의 피는 사회의 동맥을 살려내지 못했는지에 대한 모순으로 힘들어했고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지자 마르잔의 부모님은 그녀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오스트리아로 유학보낼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의 마지막 이미지는 덤덤하게 유학을 진행시키지만 마르잔이 공항으로 들어가자 기절한 엄마를 안고 가시는 아빠의 모습이었습니다.

담배 에피소드에서 마르잔이 담배를 처음 피움으로써 유년기와 작별했다는 언급을 하는데
지참금에서 그 화에 언급되었던 슬로건을 다시 사용하였다는 것이
오스트리아로 떠나며 진정으로 마르잔의 유년기와 작별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합니다.

 

 

Part 3

세번째 파트는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14살부터 18살까지 마르잔의 오스트리아 유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외로움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이방인으로서 받았던 상처들, 극복하고 훌륭하게 살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이 많습니다.


에피소드: 히잡

세번째 파트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이 히잡인 것이 인상깊었는데
히잡은 첫파트 첫 에피소드의 제목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더 이상 오스트리아에서 버틸 수 없었고 집이 절실했던 마르잔에게 그래도 다시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면서도
그토록 혐오하던 히잡을 스스로 다시 쓰는 마르잔의 모습이 서글펐던 아이러니한 장면을 마지막으로 세번째 파트가 마무리 됩니다.

 

Part 4

마지막 파트는 다시 이란으로 돌아온 마르잔이 대학도 나오고 결혼도 하며 살아가보려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프랑스로 영영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농담

농담 에피소드에서는 전쟁의 결과로 팔과 다리를 잃은 소꿉친구와 했던 실없는 농담을 이야기합니다.
멀리서 보면 실없어 보이지만 그 친구의 입장이 되어 바라보면 사실
‘한계를 넘어서는 어려움 속에 있을 때 견딜 수 있는 방법은 그냥 웃어넘기는 것이다’
라는 마음으로 주고받던 농담이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에피소드: 스키

스키 에피소드에서는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란여자 이란에서는 서양여자
결국 어디에서도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존재의 의미마저 잃어버린 마르잔이
절망의 끝을 본 후, 앞으로 나아가 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에피소드: 양말

양말 에피소드에서는 빨간 양말을 신었다고 위원회에 온종일 붙잡혀 있는 사회 속에 살면서
공적인 행실과 사적인 태도가 다름에서 오는 정신적 분열,
그것을 잊으려 여는 파티,
파티를 열었다는 이유로 끌려가는 것이 무섭지만
정부가 심으려 하는 그 두려움에 지지 않으려 일종의 반항으로서 다시 여는 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에피소드: 결론

마지막 에피소드는 결론이라는 제목인데요.
삶을 살기 위해서 이혼을 하고 프랑스로 떠난다는 결론을 담았습니다.
마르잔은 프랑스로 떠난 후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할머니를 단 한차례 밖에 뵙지 못했고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문장으로 책을 끝맺습니다.

 

 

5. 어필에서 페르세폴리스를 추천하는 이유

마지막으로 어필에서 페르세폴리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마르잔 사트라피가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순간들이 난민과 비자발적 이민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돕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르잔의 오스트리아 유학생활 이야기와 다시 이란으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를 읽으며
제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부당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할 수 있는 인식에 대해서 인지하게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본국에서 힘든 상황을 겪고 어렵게 다른나라로 올 수 있게 되었으면 더 열심히 잘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그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무감각하고 폭력적인 시선이었다는 것을 마르잔의 죄책감에 공감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사실 본국에서 사회적, 개인적 자유를 박탈 당하고 생명에 위협을 느껴 다른나라로 이동한 사람들은
다른나라에 왔다고 안정적이고 편안한 ‘집’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당연히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만이 주어진 것이지
외국인이라는 문제, 이방인이라는 문제 그렇기에 더 힘들어지는 먹고사는 문제, 정서적 안정을 찾는 문제 등등
어쩌면 본국에서는 가지고 있었던 권리들을 자유라는 권리 하나와 바꾼 것이기에
그와는 또 다른 그러나 결코 덜하다고는 할 수 없을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마르잔은 페르세폴리스에서 여러번, 심지어 마지막 문장으로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본국에서 살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다른나라에서 살게 되면 더 열심히 잘 살지 않을까하는 인식은
결국 오스트리아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방황했던 마르잔의 삶을 비판하는 시선이 되는 것인데
책을 읽으면서 저는 그 시선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도 그게 현실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왜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느껴집니다. 

요즘 웹툰을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페르세폴리스는 분량이 짧지 않은 그래픽 노블이기는 하지만
에피소드 하나 하나는 그 주제가 분명하고 분량이 짧기 때문에
다른 삶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싶으시디면 하루에 웹툰 한 편 본다는 생각으로 에피소드 하나 씩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28LMB_oHiY&t=116s

                                                                                                                                               [공익법센터 어필 20기 미디어 인턴 정수하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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