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 21년 9월] #20. 최고의 보살핌 – 이가영 인턴

2021년 10월 6일


지난달 초에 병원 응급실에 입원하게 되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응급실에 한 사람만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엄마는 밤새 저와 함께 계셨습니다. 예전부터 이 역할을 맡은 엄마지만, 그날 밤엔 공식적으로 제 ‘보호인’이 되어 주셨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엄마가 간호사에게 질문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저를 위해 걱정하시고 가능한 최고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신 것에 매우 감사합니다.

그때 엄마가 저에게 주신 최고의 보살핌은 어필의 변호사님들이 매일 수행하고 있는 일들에서 잘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지리아에서 박해를 피해서 한국으로 온 킹다비드님의 집을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동안 어깨도 다치고 임신한 부인과 떨어져 있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어두운 시간 속에 선물 같은 어필과의 만남을 통해 난민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킹다비드님과 같은 어필을 찾아오는 수많은 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이러한 보살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님들이 사무실 소통창(슬랙)을 통해서 난민분들 위해서 제출할 서류를 공유했을 때 저도 희망이 생기며 응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모든 분들을 다 도울 수 없다는 현실도 직면했습니다. 도움을 요청한 어떤 한 분의 상황을 검토했지만 결국엔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전할 수밖에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여러 번에 걸쳐서 전화로 그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 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것에 좀 지쳤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끊은 후,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매우 답답하고 급박할 수 있다고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렇게 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자기의 사정을 용기 내서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세상으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보다 자신의 삶의 가치를 믿고 그것에 알맞은 대우를 추구하는 그들의 인내와 용기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우는 이 사람들의 인내심과 끈기를 존경합니다. 그들이 혼자 싸우는 상황에 머물지 않도록 어필에서 우리는 그들을 위한 보호자가 되어 동행하고 대신 외쳐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더 큰 공감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어필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과 사람들에 대해 감사하고, 앞으로 몇 달의 시간도 기대됩니다.

(공익법센터 어필 21기 인턴 이가영 작성)

최종수정일: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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