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 22년 5월] #27. 어필이 걸어온 길, 계속 걸어갈 길 - 김세진 변호사

2022년 5월 4일

 
 
 안녕하세요? 김세진 변호사입니다. 오랜만에 편지를 드려요. 
안식년 돌아와서 편지 드리고 거의 1년 만에 편지를 쓰게 되었네요.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그 중 가장 큰 일은 다들 아시겠지만, 어필의 창립자이신 김종철 변호사님께서 사직하신 것이에요. 김종철 변호사님께서 사직하시며 작성하신 편지(https://apil.or.kr/?p=23144)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실 편지뿐만 아니라 김종철 변호사님의 삶 자체가 감동이었고, 그래서 지금 어필에 근무하는 구성원들 중 상당수가 김종철 변호사님의 삶에 반해서 어필에 들어왔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어필에 들어오기 전에 난민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다만 로스쿨 들어가기 전부터 공익파트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는데, 기독법률가회 모임에서 만난 김종철 변호사님께서 난민들을 돕는 단체를 만드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필에 인턴을 지원하게 되었어요. 짧은 인턴 기간이라서 난민 일에 대해서는 사실 깊이 깨달았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웠지만 확실한 것은 어필의 구성원들이 함께 배려하면서 아껴주면서 서로 격려하며 일하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이런 어필에서 나도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변호사 시험을 마치고 어필에서 일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감사했어요. 
 
 어필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도 참 좋았어요~ 김종철 변호사님께서 2014년 작성하신 ‘어필이 일하는 법_공익변호사 라운드테이블 발제문(https://apil.or.kr/?p=5327)’을 보면 어필의 일하는 방식이 자세히 적혀 있어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이슈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즐겁게 일하자는 모토 하에, 수직적인 관계,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분위기를 지양하고 일종의 놀이터가 되게 하자/ 변호사 사무실의 뿌리 깊은 변호사와 직원과의 이원 구조를 극복하고자 변호사가 실무적인 것도 다 맡아서 하자/ 모든 문서가 공유가 되기 때문에 꼭 사무실이 아니어도 일할 수 있게 하자/ 감각적인 홍보를 하자/ 난민들의 웰빙뿐만 아니라, 동료들 더 나아가 인권침해자들의 웰빙까지 고려하자. 등등. 
 위와 같은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서 어필은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NGO 계의 구글(Google)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할 정도로 구성원들이 즐겁게, 또 창의적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잘 해왔던 것 같아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직의 외연이 커지면서 계속 유지할 수 없는 부분들도 생겼어요. 특히 변호사가 행정 업무까지 같이 하는 것은 어필이 일하는 사람 수도 늘고 후원자 수도 늘면서 세무나 회계 관련 구멍이 나기 시작했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서 행정팀장님을 모시게 되었어요. 지금은 행정팀장님께서 이런 분야들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고 계시니 어필 후원과 재정이 더욱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되었어요.
 
 김종철 변호사님을 이어 정신영 변호사님이 대표로서 너무나 훌륭히 섬겨 주셔서 어필은 더욱 단단한 단체로 성장하였어요. 후원자 수도 1천 명 정도로 늘었고, 변호사들과 행정팀장, 펠로우 변호사, 실무수습 변호사, 인턴까지 일하는 사람 숫자도 많이 늘었어요.
 
 그리고 올해 4월 총회를 통해서는 제가 대표로 되었어요. 어필의 대표는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어서 올해는 제 순서가 되어서 하게 된 것이에요. 사실 어필의 대표가 된다는 것이 어깨가 무거운 일이고, 앞서 두 분처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간 이미 두 분께서 길을 잘 닦아 놓으셨기 때문에 닦아 놓으신 길을 잘 따라가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걱정보다는 스스로를 다독여 보려고 합니다. 
 
 사실 어필은 이미 취약한 이주민을 돕는 사업에 있어서는 각자 구성원들이 너무나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대표로서는 어필이 그간 추구해 온 즐겁게 일하기를 유지하면서 또한 확대된 조직을 어떻게 잘 관리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당장 해결할 문제로는 코로나로 인해서 신규 후원자 수는 줄고, 해지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후원자 관리와 또 김종철 변호사님을 이어서 새로운 변호사님을 모시는 것도 중요한 과제예요. 이러한 과제들을 차근차근 구성원들과 함께 잘 해결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어필이 세워진 이후로 지금까지 어필을 응원하고 지지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려요. 후원자님들의 지지와 응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어필이 될 수 없었을 거라는 것을 저희 구성원들 모두 잘 알고 있어요. 앞으로도 어필은 후원자님들의 응원에 힘입어서 한국 사회의 취약한 처지에 있는 난민과 이주민을 돕는 일에 계속해 나갈게요. 계속적인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려요! 
 
 

김세진 올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김세진 작성)

최종수정일: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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