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는 인신매매와 관련하여 어떤 법률이 있을까요? (Part 2)

2013년 6월 5일

호주에서는 인신매매와 관련하여 어떤 법률이 있을까요? (Part 2)

이번 포스팅에서 살펴볼 조항은 271조 ‘인신매매와 채무노역(Trafficking in persons and debt bondage)’ 입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살펴보았던 270조 (노예, 성적노역과 성적노역을 위한 사기적 고용 – Slavery, sexual servitude and deceptive recruitment into sexual services) 와 271조 두 조항이 어떻게 보안이 되어 올해 개정안이 통과되었는지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호주형법 270조와 271조 두 조항 모두 인신매매를 다루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항이지만, 270조는 피해자가 착취당하는 것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271조는 피해자를 이동시키는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엄밀히 말하면 노예(slavery)는 착취를 당하는 상태이고, 인신매매(trafficking)는 착취로 이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271조에서 인신매매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한번 볼까요?

271조에 의하면 호주의 인신매매 개념정의는 다음과 같은 4 가지 유형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무력 또는 위협을 가해서 타인의 이동(호주로 입국, 인수 또는 입국계획, 출국 또는 출국계획)을 도모하거나 알선하여 타인이 이를 받아들인 경우,
  2. 이동을 도모하거나 알선하는 자가 타인의 착취여부에 대해 부주의한 경우 (또는 미필적 고의),
  3. 타인의 이동이 성적서비스나 착취, 채무노역, 여행서류 내지 신분증 압수를 수반한다는 사실에 대해 속일 경우,
  4. 이동을 도모하거나 알선하는 자가 호주에서 성적노역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알선되어 있다는 것, 제공될 성적 서비스의 성격,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는 재량의 정도, 성적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 있는 재량의 정도, 자신의 거주지를 벗어날 수 있는 재량의 정도, 채무가 있을지의 여부, 그리고 착취, 채무노역 또는 여권이나 신분증의 압수 등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속일 경우, 인신매매에 해당하며, 위의 네 가지 경우 모두 12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271조의 인신매매 정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나라 형법의 약취유인 및 인신매매죄 조항에는 인신매매의 ‘수단’에 대해 따로 언급이 없는 반면, 271조에서는 수단에 있어서 ‘무력’이나 ‘위협’뿐만 아니라 타인을 어떻게 속일 경우 인신매매에 해당하는가에 대해 굉장히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금년 3월 호주에서도 인신매매관련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는데, 인신매매 의정서를 반영하여 ‘수단’의 범위가 이전보다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271조가 적용된 케이스도 하나 살펴볼까요?

R v Dobie (2009) 케이스에서 태국에서 온 2명의 피해 여성들은 자신이 성적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약속과는 달리 쉬지 못하고 장시간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금액의 급여를 받지 못했고, 감금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언어와 문화 그리고 가난으로 인해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호주 법원은 2명의 태국 여성을 속여서, 곧 사기적 고용을 하여 자신의 업소에서 성적 서비스를 제공시킬 목적으로 여성들을 데리고 온 피고의 행위는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여 유죄선고를 내렸습니다.

이 케이스에서 피해 여성들은 비록 자신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271조에서 언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항들에 대해 여성들을 속여 호주로 이동시킨 행위는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점은 우리나라 사건들과 비교 했을 때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왔다는 기획사나 업주의 주장은 인신매매 범죄 성립을 어렵게 하고 있고, 이것으로 인해 피해 여성은 속아서 온 다른 사항들로 인해 착취당한 부분에 대해서도 구제받을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호주의 인신매매 관련 형법에서 ‘동의여부’에 대한 조항은 금년에 신설되어 전에는 없었지만, 위와 같이 피해자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된 조항 덕분에 성적 서비스에 대한 동의여부와 상관없이 인신매매 범죄가 성립된다는 판결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지배, 관리 간주규정‘ 마저도 여권이 자발적으로 제공되었다는 명목으로 지배관리 간주규정이 성립되지 않는 상황을 보면 도대체 누구를 위해 만든 조항인지 모르겠습니다.

271조에서도 여전히 인신매매를 규정하고 있는 범위가 노동착취를 포함하지 못하고 성적 착취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인신매매 의정서를 반영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인신매매 관련 조항의 여러 부족한 점들이 지적되어 2012년 5월 형법개정안이 하원에 제출되었습니다. 2012년 8월 하원은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금년 3월 상원에서도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통과된 개정안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270조 (노예, 성적노역과 성적노역을 위한 사기적 고용 – Slavery, sexual servitude and deceptive recruitment into sexual services) 조항이 ‘노예와 같은 상태(slavery-like condition)’라는 조항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기존의 ‘성적 노역’범죄를 ‘노역(servitude)’범죄로 개정하고,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태’에서 ‘노동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태’로 개정하여 성적 착취뿐만 아니라 ‘노동착취’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 강제노동에 대한 조항을 별도의 범죄조항으로 신설하였습니다. 참고로, 개정된 ‘강제노동’의 정의를 보면 강제노동이란, 강압, 위협, 속임으로 인해 노동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태를 말하며, 이로 인해 노동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중단할 수 없고, 노동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없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탈출이 가능한 상황에 있었거나 탈출을 시도하려 한 사실과 관계없이 ‘강제노동’상태에 있을 수 있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셋째, 수단에 있어서는 이전의 ‘무력이나 위협’에서 ‘강압, 위협 그리고 속임’으로 개정하고, ‘강압(coercion)’의 의미를 더욱 자세하게 규정하였습니다. 강압을 무력, 협박, 감금, 정신적 압박, 권력남용, 피해자의 취약성을 이용한 것으로 정의하여 인신매매 의정서의 수단을 최대한 반영하였지요. 그리고 인신매매의 행위가 자세히 다루어 지지 않았던 점이 반영되어 행위에 있어서 피해자를 은닉하는 행위를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하여 피해자를 은닉, 인수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넷째, 강제결혼에 대한 조항이 별도로 신설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은 동의하에 결혼은 했지만 결혼 후에 일어날 수 있는 성착취나 노동착취와 같은 소위 ‘노예적 결혼(servile marriage)’은 포함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별도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섯째, 피해자가 동의했다는 사실은 범죄성립에 있어 방어로 작용할 수 없다는 구체적인 조항을 포함시켜서 피해자의 동의와 상관없이 인신매매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밖에 호주형법 271조(인신매매)의 착취의 개념이 확장되어 270조에서 언급된 노예, 노예와 비슷한 상태, 노역, 강제노동, 강제결혼, 채무노역을 모두 포함하였고, 이것을 목적으로 인신매매한 경우 처벌받도록 하였습니다.

정말로 많은 부분들이 구체적으로 개정이 되었네요! 얼마 전 한국에서도 인신매매관련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지만, 호주에서 통과된 개정안을 보니 참 많이 부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통과된 개정안을 보면, 가장 기본적으로 ‘동의여부’가 상관없다는 내용의 조항이 없고, 무엇이 ‘인신매매’인지, ‘노동착취, 성착취’에 해당하는지 등 여러 개념들을 명확히 정의하는 규정도 없고, 수단에 있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 많네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호주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위 포스팅은 형사정책연구원과 어필에서 공동으로 연구하여 발간된 “인신매매 방지 및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제화 연구” 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저자:어진이, 최민영, 발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더욱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www.kic.re.kr/html/pub_data/publication_list.asp)

(변호사 어진이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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