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우즈베키스탄 현지조사 활동기

2013년 10월 7일

[수확한 면화를 수송하는 트럭]

   어필 변호사들은 9월 24일에 출국하여 10월 5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일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해외 주재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조사”연구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는데요. 위 연구는 문헌연구와 현지조사로 나뉘고, 현지조사는 필리핀, 버마,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여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어필이 좋은기업센터(http://csr.action.or.kr/)와 함께 방문한 마지막 현지조사 국가였습니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추후 발표될 공식보고서들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기에 방문조사의 활동상만 간략히 스케치 해보겠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인권상황의 특징

해외 주재 한국기업들에 의해 자행되는 인권침해는 다양합니다. 현지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침해, 노동자들에 대한 성추행등의 범죄 행위, 사업진행에 수반되는 토지의 강제수용 절차 과정에서의 갖가지 인권침해, 환경오염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행위 등이 언뜻 떠오르는 일반적인 사례들인데요. 우즈베키스탄은 이러한 일반적인 인권침해 양상과 구별되는 독특한 정치적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0년부터 초헌법적인 3선연임을 통해 23년째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는 이슬람 아브두가니예비치 카리모프 대통령의 독재체제와 구 소련 연방 공화국 시기부터 이어왔던 집중적인 면화 생산(세계 6위의 생산국, 세계 5위의 수출국)이 서로 결합되어, 국가가 국민들을 초저임금으로 강제 동원하여 목화를 수확하고 이를 국제시장에 매도하는 형태의 산업이 국가의 중추산업이 되어 있는 국가입니다. 특히 국제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되는 아동강제노동을 만18세 미만의 학생들(일반적으로 고등학생 이하)에게 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들에게 학업을 중단시키고 전국가적으로 목화 수확기에 강제로 동원하여 노동에 종사하게 하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많은 비난이 있자, 우즈벡 정부는 이러한 인권 risk를 관리하여 해외수출에 차질이 없게 하고자 조금씩 강제노동형태에 불법성이 없는 것처럼 분식(扮飾)을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즈벡 정부에게 ‘면화’에 대한 조사라던지, 접근은 금단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번 현지조사와 이와 같은 인권침해가 맞닥뜨리는 지점은 이러한 아동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면화를 한국 기업이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어서 간접적으로 이러한 강제노동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점이었는데요. 부하라(BUKHARA)와 페르가나(FERGANA)에서 면사 및 직물을 생산하는 면방공장을 운영하는 D사. 그리고 위 D사와 K공사가 합작하여 면펄프를 생산하는 G사가 그러한 대표적인 회사들입니다. 이 외에도 우즈베키스탄 현 정부와 한국의 지난 MB정부는 유난히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고, 이에 환전문제, 거버넌스 등의 측면에서 투자환경이 매우 불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임에도 여러 한국기업들이 우즈베키스탄에 투자를 늘려오고 있다는 기이한 사실도 우즈베키스탄에 대하여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일례로, K공사는 우즈벡석유가스공사와 합작으로 초대형 가스전 및 가스화학플랜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 건설에 한국의 대형 건설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우즈벡 역사상 최대의 건설 프로젝트로 불리웁니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어떤 기업인지 금방 알 수 있는 기업들이나, 엄밀한 보고서가 출간되기 전까지는 연구용역의 취지 및 제약상 부득이하게 대상기업의 구체적인 이름은 이니셜로 처리하겠습니다). 

   현지조사활동의 개략과 어려움   

   현지조사활동은 주로 현지 인권활동가들의 면담조사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일정은 크게 두 주로 나누어, 전반부는 타슈켄트, 지자흐, 부하라, 사마르칸트 등의 대도시에서 활동가들을 만나고, 후반부는 수도인 타슈켄트에 소재한 기업들과 한국대사관 기타 단체들을 만나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공개적으로, 그러나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활동가분들에게서는 우즈벡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뿐 아니라, 뜨거운 열정 또한 배울 수 있었는데요. 한 블럭 건너마다 경찰이 한명씩 배치되어 있고, 모든 언론을 정부가 통제하며, 일체의 집회 및 시위가 금지되어 있는 환경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권활동에 대한 열의는 저희 모두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조사활동은 간단치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원칙적으로 한국기업에 의해서 자행되는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우즈벡 정부는 저희들의 동향을 엄격하게 추적했습니다. 

현지 인권 활동가들에 대한 감시는 몹시도 삼엄했습니다. 가택연금 중이던 한 활동가는 저희들과의 미팅 이후 사복 경찰들에게 잡혀가 조사를 받은 적도 있었으며(우즈벡 국내에선 접속할 수 없는 UZnews 기사 http://www.uznews.net/news_single.php?lng=en&sub=hot&cid=2&nid=23899), 통상적으로 가능해야할 인권실상을 해외에 공개하기 위한 영상촬영, 사진촬영 역시 제한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목화밭의 실상을 알기 위해 접근했던 어필의 변호사들 역시 현지 경찰에게 잠시 억류되었다가 훈방된 적도 있었습니다.(http://www.cottoncampaign.org/2013/10/02/police-detain-south-korean-visitors-uzbek-human-rights-leader/).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자료로 직접 필요한 사진들을 제외하고는 포스팅할만한 재미있는 사진들을 모두 챙겨오지 못하고 대부분 삭제하였는데, 이것도 돌아보면 아쉬운 기억입니다. 

  

[웃는 얼굴을 잃지 않는 조사단]

   기타, 다른 기업들에 대한 조사들도 있었습니다. 재개발 건축 과정에서 불거진 한국 업체에 의한 탈법적인 수용보상금 지급 및 용역고용등이 사실인지, 투자 위험성 평가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석연치 않은 해외투자의 내용이 적정한 것이었는지등이 그것입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정부 사이의 관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긴밀해보였고, 투자는 광범위했습니다. 

   아직도 여전한 아동강제노동, 그리고 새로운 아동 임노동의 출현

아동강제노동은 여전했습니다. 점진적인 정부의 개선의지를 보여주기 위하여 고등학교 1학년은 수업에 남기고 2,3학년만 목화밭에 투입시키고 있었지만, 일부지역에서는 1학년 역시 나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작년에 비해 부족해진 노동력을 벌충하기 위해 대부분의 공무원 등 관료들이 동원되었고, 학교 선생님들도 대부분 동원된 덕택에 학교에 남아있던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초중등학생들 역시 제대로된 수업은 두달여되는 수확기 동안 받을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아동 임노동도 출현했습니다. 돈은 있으나 뙤약볕 속에서 이뤄지는 매우 힘든 노역을 피하고자 하는 성인들은 돈을 주고 아동들을 고용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할당량을 채워, 강제노동 의부가 부여되지 않은 아동들이 임금노동의 형태로 다시 투입되는 일들도 관측되었습니다. 정부가 할당량을 부여하여 통제하는 한, 비공식적으로 일부 저연령 아동들에게 강제노동이 부과되지 않더라도, 비공식적으로는 노동이 강제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기이한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러한 상황과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이러한 명백한 아동강제노동에 대해서 일부러 눈을 감거나,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형태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국가의 특수성을 이해해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한국 업체들을 비난해서는 안되고 보호해줘야한다고, 2000년대 서구의 인권기준을 낙후된 국가에 들이미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분들은 왜 아동의 눈으로, 피해자의 눈으로 이야기 하려 하지 않고, 국가 또는 국익의 눈으로, 경제의 눈으로, 경영자의 눈으로 이야기하고 있던 것일까요? supply chain의 아래 고리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것을 억울하다고 하면서, 도대체 한국에 의한 대규모의 투자는 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의문들은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수확중인 목화밭]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한 조사과정은 이곳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감시국가, 경찰국가가 보여주는 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결코 쉽지만은 않았으나 그만큼 가치로웠습니다.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조사결과들은 앞으로 잘 갈무리해서 훌륭하게 정리해내겠습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관련 활동분야

한국기업 인권침해 피해자 관련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