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 24년 10월] #60. 복귀인사 - 이일 변호사

2024년 10월 10일

안녕하세요? 작년 가을, 너무나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오랫동안 미뤄왔던 안식년의 기회를 시작했다가 다시 업무로 복귀하였습니다. 그간의 소식을 공유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약간 늦었지만 인사를 드립니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친 상황에서, 제가 쉴수 있도록 기꺼이 일을 웃으며 나누어 짐져준 어필의 동료들, 난넷의 동료들, 다 적을 수 없는 분들 덕분에 어떻게 멈출지 모르고 달려왔던 몸을 잡아 세우고, 회복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급적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며, 어쩌면 훌쩍 지나갈 시간 전에 더 가까워 지기위해 이곳저곳 다니며 추억을 쌓고, 너무 크게 자라 품을 훌쩍 떠나기 전 알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안식년 기간동안, 이민법 분야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늦깎이로 진학해 행정법 석사과정을 시작하여, 배움 없이 달려왔던 시간을 돌아보고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었고,

20년만에 돌아간 학교에서 낭만아닌 낭만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보고, 학생증을 찍고 우왕좌왕하며 교실에도 들어가 보고, 수업을 들으면서도, 한창 젊은 같은 수업 듣는 학생들에게 식사도 대접해보기도 하고, 학관 식당에서 줄서서 밥도 먹어봤습니다.

루트 임팩트의 이스린 펠로우십에 선정되어 제 활동 반경 바깥의 멋진 활동을 펼쳐가는 분들과 자주 올드스쿨 형태로 자주 직접 만나 교류하며 생각을 넓히고, 쉬면서 배우고 재충전하고, 다른 방향으로 활동의 미래도 그려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그래도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틈틈이 옥스포드에서 나온 한 난민법 교과서의 번역을 마쳤고, 다행히 홍진기 법률연구재단의 사업에 선정되어, 아직 교정 중이지만 벽돌과 같은 책 한권을 낼 준비를 하게 되었고,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늘어져 있거나 무료하거나 빈둥거리는 시간도, 보고 싶은 드라마와 책들도 오랫만에 보며 시간도 많이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선물과 같은 시간을 갖게 해준 어필 동료들에게 감사합니다. 일년동안 많은 고생 속에서도, 든든한 노력을 해주어 수십여명의 난민들의 한국에서의 안전과, 자유, 가족과의 만남과, 든든한 디딜곳들을 얻는 판결들과 결정들, 멋진 옹호활동들이 켜켜이 쌓였고, 자랑하고픈 마음,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이 넘칩니다.

이렇게 쉰 맘큼 몸은 건강해졌고, 마음은 더욱 여유로워졌습니다. 이제야 쉬는법, 노는법을 조금 알겠다라는 생각이 들때쯤 일년이 끝이났네요 :)

어떻게 일을 했었는지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지만, 잘 추스리고 다시 gear up 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와 바람 속 제가 기대 쉴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 그만큼 또 다른 활동가 분들의 짐을 나눠지고, 동료들도, 후배들도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 너른 품과, 한편 소진하면서 어두워지지 않도록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일들을 지혜롭게 챙겨가며, 사건적으로 만나게 될 한국의 보호 없는 많은 난민들에게 다시 든든한 곁이 되겠다고 다짐해보며, 다시 한번 뚜벅뚜벅 걸어가보겠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이일 작성)

최종수정일: 202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