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 23년 3월] #38.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김세진 변호사

2023년 3월 1일

안녕하세요?
입춘을 지나니 정말로 바람에서 찬기가 누그러졌습니다.
입춘을 지날 때마다 봄이 올 것처럼 날씨가 저절로 풀리니 참 신기합니다.

김종철 변호사님께서 떠나실 때만 하더라도 제가 이렇게 뒤를 이어 1년만에 어필을 떠날 줄은 몰랐는데, 건강상의 이유가 있긴 하지만 저도 뒤를 이어 자연스럽게 퇴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필에서 맡았던 첫사건이 기억납니다. 정치적 사유로 난민신청하셨는데 결국 소송에서는 패소했습니다. 패소 소식을 전하러 직접 난민 분 집에 찾아갔을 때 고개를 못들고 있는 저에게 제 잘못이 아니라고 하시며 오히려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난민분은 최근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제가 만난 대부분의 난민들은 그 누구보다 용기가 있고,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 고귀함을 잃지 않는 분들이었습니다. 어필에서 많은 난민분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으며, 받았던 깊은 애정들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부족함으로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했던 난민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필에서 일하면서 도움을 주신 많은 감사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감사를 드리고 싶은 분들은 역시 후원자님들이십니다. 고속터미널 역 근처에서 작게 시작하였던 어필이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후원자님들의 지원과 격려와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코로나라는 힘든 시기 속에서도 어필에 대한 애정을 가지시고 꾸준히 후원해 주신 분들 그리고 후원을 중단하셨지만 그래도 어필을 끝까지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인턴, 연구원, 자원봉사 등등으로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난민사건은 절대 변호사 혼자서 감당이 안됩니다. 그간 저를 통해 나왔던 좋은 열매들이 있다면, 그것은 뛰어난 인턴, 연구원 및 자원봉사자님들께서 번역, 통역, 리서치, 및 형사, 의료 등 각자 전문분야에서 훌륭하게 뒷받침 해주신 결과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많이 아껴주고 깊은 우정을 보여주신 동료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동료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많은 시간들이 생각납니다. 다들 바쁘고 정신 없이 힘든 중에 이렇게 떠나게 되어 미안한 마음 가득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변호사님들과 함께 어필이 더욱 멋진 곳이 될 곳을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이 편지는 ‘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이름으로 어필에서 쓰는 저의 마지막 글인데요, 어필을 떠나기는 하지만 어필에서 배운 것들 잊지 않고 계속 삶 속에서 정의를 짓는 일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간 보여주신 모든 애정과 격려들에 감사를 드리며,

2023년 2월
김세진 올림.  

일상에 정성이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일상 속에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주의하며,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 감사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나의 일상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일상 속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의 일상의 누군가에게는 쉼이 되었으면 하는 김세진입니다.
최종수정일: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