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 20년 12월] #11.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속에서 – 장예윤 인턴

2021년 1월 6일


  어쩌면 모두가 힘들었던 작년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저는 어필에서의 아랍어 인턴을 시작했습니다. 모두 함께 일했던 환경에서부터 코로나 19의 대 유행이 다시 시작되며, 주 2회 순번 출근 제에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오기까지, 항상 환하고 북적일 것만 같았던 어필 사무실의 공간에 사람이 점점 줄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재판이 여러 번 미뤄지는 것을 듣기도 했고, 예전보다는 자유롭게 난민 분들의 내방 및 통역을 도와드리지 못하는 점 등, 상황이 점점 심각해질수록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영역 또한 더 좁혀져 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필과 한 달 남은 이 시점에서 어필 인턴 기간을 돌아보니 재택근무를 하면서 오히려 어필의 여러 멘데이트 속에서 더욱 더 많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권경영 관련된 몇 시간 회의의 회의록을 정리하면서도, 감금되어 도움을 호소하는 멀리 파키스탄에서의 보내주신 영상 속에 난민 분도, 자신의 이야기를 용기 내어 말씀하시는 전화 녹취록 속의 이주 어선원 분도, 혹은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호소한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난민 분들과 연락을 하면서도, 통역 및 번역 일을 하면서 가장 직접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듣고 정리하면서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그들의 용기가 생생히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한 난민분과 변호사님과의 내방에서 제가 통역 일로 함께 들어갔던 날, 난민분이 돌아가시면서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이 인상에 남습니다.

  ‘제가 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 이유는, 이렇게 저와 함께 (재판에서) 싸워 주시듯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저와 같이 다르게 생긴 이방인을 보고도, 다름 보다는 저로써 봐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서 하는 것도 있어요.’

  저는 상황이나 환경이 악화될수록 예전보다는 직접적으로 난민 분들을 만나지 못하면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또는 제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발버둥 쳤을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혹은 전화기 넘어서의 밖에 전달해드리지 못하는 여러 환경을 탓하며 때로는 제가 맡고 있는 자리에 책임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어필이라는 공간에서 일을 하며 얻어가는 것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이 공간에서 제게 주어졌던 수많은 경청을 통해 여러 개인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배운 존중과 배려, 공감도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한켠에 용기를 얻어 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모조리 다 이해할 수는 없을 수 있지만, 조금은 더 나은 것을 바라고 만들고자 꿈틀거리는 사람들의 수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는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치열하게 용기를 낸 과정이자 결과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사회에 나가게 되었을 때도, 제 작은 발걸음들이 지나간 이 공간을 항상 기억하며 매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공익법센터 어필 장예윤 인턴 작성)

최종수정일: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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