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의 미디어팀에는 큰 난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일 변호사님과 제이슨, 단 두 명이지만 모든 사고 회로가 유튜브 채널로 귀결되는 열정의 어필 미디어팀은 이 난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이따금 한밤중에도 업무용 메신저에 영상 아이디어를 던지고 사라지곤 합니다. 아마 간혹 후원자분들이 ‘이런 영상은 왜 올리는 걸까’ 싶은 영상이 어필 유투브 채널에 올라오는 이유일 것입니다. 바로 ‘사람들이 굳이 찾아 듣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를 어떻게 듣게 하고 공감을 이끌어낼까’ 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비단 어필만의 난제는 아닐 것입니다. 어필 이전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계속되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이 고민은 어쩌면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말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어 착취당하고 고통받고 있으며 이들을 위해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요구해야만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은, 특히 이들의 착취로 편리와 부를 지탱하는 주류 사회의 모두에게 변화를 만들어낼 책임이 있기에 더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더 나아가 변화를 위해 행동해달라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됩니다. 어필 미디어팀이 새로운 구독자를 유입시키기 위해 K팝 커버 영상부터 각종 브이로그까지, 유튜브 알고리즘을 밤새 연구하는 것도 그러한 고민의 일부일 것입니다. 그리고 미디어팀은 아니지만 이주어선원 인권 옹호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로 저도 부쩍 많이 드는 고민입니다.
어필이 지난 11월부터 여러 단체들과 함께 진행해온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캠페인 또한 외면하고 싶을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국물용 멸치부터 오징어 볶음, 고등어 구이, 연어 덮밥, 회까지 우리의 일상적인 식생활에 빠지기 어려운 해산물이지만 그것을 잡는 사람들에 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한국어선에는 15,000여명의 이주민들이 매일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고 있으며, 이들의 모집 및 고용 단계에서의 착취적인 노동조건들을 종합해보면 한국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인권상황은 인신매매 혹은 강제노동에 가깝습니다. 사실, 저 멀리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어떻게 이렇게 비교적 싼 가격에 쉽게 사먹을 수 있게 되었나 생각해보면 제게 오기까지의 과정에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고 착취당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쉬이 수긍되기도 합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윤근휴 팀장님과 저는 캠페인 홍보 방안을 고민할 때마다 이 복잡하고 듣기 싫은 이야기를 어떻게 듣게 할까 시름했습니다. 연예인을 섭외해야 하는 걸까, 바이럴 마케팅은 어떻게 하는 걸까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저희가 했던 고민들을 모두 모아보니 결국 무관심에 맞서 싸울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두 개인 것 같습니다.
첫째는 아직 이 이야기를 접하지 못했을 뿐, 알게 된다면 함께 분노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데에 동참해줄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주어선원의 상황에 관해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에 그들에게 이러한 문제가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알릴 수만 있다면 그들도 함께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를 알릴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미 형성한 사람들입니다. 이미 캠페인에 참여한 분들이나 어필의 맨데이트에 공감하고 지지해주시는 후원자분들 모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는 동료로서 주위에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변화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동참하기를 함께 요청한다면 그 무엇보다 가장 파급력 있는 홍보가 될 것입니다. 변화는 소수가 아닌 다같이 요구해야만 이루어지기에 어필의 맨데이트에 공감하고 지지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이 운동을 함께하는 동료가 되어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설득하는 일에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캠페인에도, 현재 입법예고가 진행 중인 난민법 개정에도 우리의 관심과 액션이 필요한 곳은 너무나 많습니다. 모든 이슈가 각기 복잡하고 시급하여 때로는 이 모든 것을 내가 어떻게 다 아나 싶지만 한 명 한 명이 모두 함께할 때에 비로소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익법센터 어필 조진서 캠페이너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