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의 새로운 크루 ‘제이’ 이종찬 변호사를 소개합니다!
아래 인터뷰는 어필의 인턴 써니와 질문 형식으로 12월 30일 어필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인터뷰를 정리한 것입니다
제이,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10월부터 공익법센터 어필에 새롭게 합류한 이종찬 변호사라고 합니다.
MBTI는 어떻게 되시나요.
MBTI요? 제가 약간씩 바뀌는 건 T랑 F인데 최근에 한 건 INFJ였고요 주로 대학교 때는 INTJ가 나왔습니다.
3개월 정도 되셨는데 어필에 오기 전까지는 어디에서 일하셨나요.
어필 직전에는 SK그룹사에서 사내 변호사로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사법연수원, 군법무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근무했습니다.
변호사 10년 차 직장생활 10년 차 어디론가 새로운 결심을 하실 때인 것 같기도 한데 공익 변호사로 진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것 같아요.
사실 맞아요. 주변에서도 많이 여쭤보시기도 하는데요. 변호사를 되겠다고 시험 준비할 때부터, 그리고 연수원이나 군법무관에 있을 때도, 굳이 공익이라는 이름 붙이지 않아도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마음, 돕고 있다는 인식 그런 것들로 채워진 일들을 하고 싶었던 때가 늘 있었고요. 기회만 되면 한번 그런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처음 제가 선택한 직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인데 그때도 동천이라든지 태평양 공익위원회라든지 좋은 모델과 선배들을 봐서 태평양으로 가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서 로펌 주니어로서 나름 힘들게 일하면서 원래 하고 싶었던 바를 이루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변호사로서 전문성을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이 좀 쌓였습니다.
그 후 SK그룹사에서 사내변호사 하면서는 직접 공익적 활동은 하긴 어려웠고, 거의 그냥 주어진 제 일만 하는 상황이 되더라구요. 지친 마음도 있었고, 엄두를 내기 어려웠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제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될까?’라는 고민이 마음 한 켠에 계속 쌓였죠.
그런 차에 개인적으로, 가족사적으로, 지금까지의 삶이나 앞으로의 삶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결혼할 때부터 지금까지 공익변호사로 사는 삶을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배우자가 곁에 있었구요. 그래서 앞에 계신 이일 변호사님 그리고 제가 예전에 태평양에 있을 때부터 만나고 배우던 좋은 선배님들 조언을 들으면서 공익업무에 헌신하는, 그것이 전업이든 병행이든, 변호사의 다양한 모델과 단체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공익변호사의 여러 모델과 경로 중에 어필로 오게 되신 이유는 무었일까요.
사실 그전까지 제 업무 베이스는 기업법무였어요. 회사법,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과 기타 사업과 관련된 법률들, 그리고 주로 M&A와 관련된 계약과 법제를 다루는 일을 10년 가까이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배경과 경력을 가진 사람이 난민 일을 하나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공익변호사로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되면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 경로를 배웠어요. 그러면서 공익 변호사로서 풀타임으로 사는 길도 있고(그 분야도 다양하고), 기존 변호사 업무와 공익업무를 조화롭게 하면서 열심히 자기 길을 걸으시는 분도 있고(그런 조화를 표방해서 로펌을 설립하여 잘 운영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플랫폼/허브로서 일반 변호사들과 공익업무-프로보노를 연결해 주는 분들도 있고 다양하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업무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체들이 어디인지도 포함해서요. 그 후로는 그 중에서 어떤 게 제일 제게 적합할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제야 왜 어필인가에 대한 답변인데, 사실 답정너 같이 듣는 분이 힘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이 알아보고 고민할 때 여러 선택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골라서 간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고, 제가 어디를 가고 싶다고 말하고 준비하고 어필할지를 의미하는 선택지입니다^^), 서너 가지 경로가 있었지만 어느날 ‘아 어필에 내가 갈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이 든 순간부터는 사실은 쭉 어필에 가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첫 번째로 제가 그전까지 목말라 했던, 누군가를 구체적으로 돕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직업으로 삶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뭐랄까 부럽게, 최적화되게, 그리고 가장 따라 하고 싶게 하시는 분들이 여기 모여 계셨고, 저는 그 과정을 오랫동안 후원하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필에 대한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었구요.
아예 새로운 난민 조력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조금 되었지만, 멋진 분들이 어필에 계시니, 그 일의 종류가 비록 좀 새롭고 어려워 보여도 한 번쯤 가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빅펌에서 부띠크펌으로 옮긴다든지 개업을 한다든지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든지 등과 같이) 새롭게 진로를 시작하는 많은 선후배 변호사들도 좌충우돌하면서 결국 잘 적응해내시는 걸 보았기도 했구요.
결국 내가 뭘 이 시기에 제일 하고 싶지 라고 했을 때 1번이 어필에서 일해보는 거였어요. 많이 길어졌는데, 결국 “가장 매력적이었던” 어필로 왔습니다.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현재까지는 어필에서 즐겁게 일하고 계신가요.
정말 좋고요. 그러니까 그런 건 알게 됐어요. 결국에 일한다는 것, 그리고 뭔가 이렇게 의미 있는 걸 한다는 것은 과정 전체가 다 즐거워야 한다든지 아니면 과정 전체가 뭔가 다 의미로 충만해야 한다든지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이거는 제가 얼마 전에도 저희 아내랑 한 얘기인데 최근에 취미로 등산을 하려고 했거든요. 조금 하다가 다시 추워서 못하고 있지만. 아무튼 하면서 느낀 거는 등산은 너무 좋은 취미고 가서 올라가서 보면 너무 즐겁고 내려올 때 그 충만한 보람이 있거든요.
근데 올라갈 때는 진짜 힘들어요. 올라가는 행위 자체는 힘들어요.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근데 저는 어필에서 일하면서 몇 개월 안 됐지만 그걸 느낀 것 같아요. 이 일이 주는 기쁨과 보람이 분명히 있고 즐겁고요. 그 덕분에 즐겁게 지내고 있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일 모든 것들이 일하는 과정 과정이 예컨대 제가 서면을 쓰는 내내 기쁘다든지 아니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 혹은 힘겹게 대화하는 길에 그 모든 게 막 기뻐서 미칠 것 같고 그렇지는 않아요. 그 자체는 어쨌든 결국 똑같이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하나하나 에너지가 들고 힘들 수도 있구나 그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그걸 제가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거거든요.
그냥 누구를 만나도 즐겁고 누구를 만나도 너무 편하고 아무것도 아니면 사실 그것은 보람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냥 편안한 상태 그 자체일 뿐인 거지. 그래서 저는 어필에서, 어쨌든 제가 하루 24시간 중에 일부 시간을 일로 보내고 있는데 그 또 일로 또 급여를 받아서 가족을 먹여 살리고 그 자체가 보람된 일기도 한데, 또 하필 그렇게 하는 일이 누군가를 만나서 에너지를 전달하고 혹은 법원에 호소하는 데 에너지가 들어가고 정부나 국회에 호소하는데 에너지가 들어가고 그 들어가는 에너지가 어떤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들을 보는 것, 이 자체가 주는 보람이 있어서, 이런 것을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일의 즐거움이라고 하는가 보다 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게 있어요. 여기 계신 분들 정말 많이 고생하시는구나 아까 말한 것처럼 등산 너무 재밌지만 올라가는 거 힘든 것처럼 여기 와서 보니까 정말 다들 동네 뒷산이 아니라 히말라야 이런 데 올라가시는 분들 같아요. 정말 고생 많이 하고 계시고 힘겨워 보이는데 한 분 한 분 갖고 있는 그런 어떤 일에 대한 어떤 그런 충만한 보람, 충만한 기쁨 이런 것들을 저도 같이 좀 느낄 수 있어서 3개월 짧았지만 재밌게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비즈니스 변호사로 살아오다가 공익 변호사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사실 제가 진심으로, 그런 말 할 자격은 진짜 없는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궁금해하시는 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까 제가 어떻게 어필이 오게 됐나요 라는 거랑 좀 중복되는데,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너무 두려워하실 필요 없다는 걸 첫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여전히 배우고 있고 배우면서 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것은 비단 공익 관련 일 뿐만이 아니라 특히 변호사분들이 이걸 생각하신다면 변호사로서는 언제든지, 설령 직장을 안 바꾸더라도 그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일의 변화, 변모가 있거든요. 저도 그런 과거의 경험들이 있었고 또 직장을 바꾸더라도 그게 굳이 공익이 아니더라도 완전히 안 해본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을 것 같아요.
공익 변호사로서 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고 그래서 이제까지 내가 그 업무를 해본 적이 없는데 혹은 내가 이제까지 해온 업무가 너무 다른데 이런 거 할 수 있는가 라는 당연한 고민이 드실 텐데, 짧게 해봤지만 그런 고민이 물론 당연하고 합리적인데 충분히 극복 가능하고 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진지하게 이런 일에 대해서 좀 생각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계시다면 어쨌거나 일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경제적인 기반도 필요하고 또 계속할 수 있겠다는 어떤 미래에 대한 그림도 그려져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면에서 가족이 계시다면 가족과, 혹은 혼자 계시다면 혼자 스스로의 어떤 계획들을 세우실 때 내가 언젠가는 이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기회가 올 텐데 그때 내가 이걸 잡으려면 뭘 지금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기준을 세우시기르 추천 드립니다. 그 기준에 따르다 보면 기회가 올 때가 있고 그 기회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게, 누구에게 조언을 드릴 만큼 명확하고 훌륭한 건 전혀 아니었지만, 이를테면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맞벌이 하는 아내와 함께 서로 돈을 얼마나 벌고 있고 얼마나 쓰고 있는지, 앞으로 지속가능한지 살펴보면서 이 일을 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일을 하고자 할 때 혹시 걸림돌이 될 만한 것들은 미리 치우면서 사는 것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예컨대 살고자 하는 모델이 있고 그 모델대로 살고자 할 때 맞추어야 할 소비 생활의 기준이라든지, 재테크 관점에서는 빚을 낼 수 있는 만큼 내어 자산에 투자하는 게 맞을 수 있겠지만 그 레버리지가 향후 올 기회를 막아설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런 수준의 레버리지는 포기한다든지 하는 기준 같은 건데요. 저축을 하고 주거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당시 무언가 결정할 때에는 별 것 아니게 보였지만 지금 이러한 삶을 살기로 결정함에 있어서 중요한 디딤돌이 됐습니다.
앞으로는 어필이란 공간에서 어떤 활동을 해가고 싶으신가요?
난민 분야에 얼마나 법률가 및 활동가의 조력이 필요한지, 어렴풋이만 알던 것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어필에 계신 크루분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계신지도 알게 되었구요. 그 고생이 이어져 그 동안 어필이 이룩한 놀라운 성과, 소금과 빛 같은 역할을 해오신 것에 정말 찬사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렇게 잘 차려진 밥상에 수저 나르는 일부터 배워가면서, 어필이 이제까지 슬프고 억울한 자들을 위해 더운 밥과 맛있는 찬을 내놓으며 격려하던 아름다운 전통을 잘 이어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난민들을 만나고 같은 편이 되어주고, 작은 전문성으로 필요한 도움을 드리는 것. 경계를 넘어 이 땅에 들어오자 정체성과 자존감이 옅어지고 언어가 상실되어 버리는 난민들을 환대하는 것. 그런 환대가 한국 사회에 스며들게 하는 것. 혼자 할 수 없지만 어필과 함께 잘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필의 인적구성에 변화가 생기고 감사하게도 브라이언임팩트 2기로 선정되기도 하면서 어필의 도약과 변화를 이야기하는 시기에 마침 제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러한 변화와 도약에 이제까지 제가 외부에서 경험한 것들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업 법무 베이스로 공익 분야에 기여할 수 있고 그것이 지금 어필의 업무와 연계, 확장될 수 있는 업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해보고 싶기도 하구요.
마지막으로, 어필에 계신 모든 분들이 과로의 늪에서 벗어나 자발적 헌신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일하실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어필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존경과 격려의 마음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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