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한국에서 인도적체류자로 살아가기 보고대회

2019년 12월 11일

2019년 11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2019 <이주 인권가이드라인>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 한국에서 인도적체류자로 살아가기”에 다녀왔습니다. 인도적체류는 5가지 사유에 국한된 난민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고문이나 전쟁 등 다른 사유로 인해 여전히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을 보충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인도적체류자는 난민협약상 난민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난민과 같이 당장 삶의 기반이 마련되어있지 않은 보호국에서 장기 체류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수준의 보호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난민법은 인도적체류자의 처우에 관해 “취업활동 허가를 할 수 있다”는 조항 외의 보호를 마련해두고 있지 않습니다. 기타(G-1)에 해당하는 임시 체류자격 중 하나인 G-1-6 체류자격을 받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국에서의 삶은 체류자격만 주어졌을 뿐, 체류를 넘어서 살기 위해서는 높은 장애물을 계속 넘어야 합니다. 
 
이번 보고회는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발행한 이주 인권가이드라인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와 그에 대한 토론 및 제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총 39 명의 인도적체류자와의 면접을 통해 실시된 실태조사는 1) 정보접근 및 행정적 조치, 2) 가족, 3) 아동, 4) 건강 및 사회보장, 5) 취업과 노동, 6) 영주 및 귀화, 7) 체류자격 및 보충적 보호라는 일곱 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에코팜므의 이유민 활동가,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의 김영아, 조주연 활동가, 사단법인 두루의 김진 변호사,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 변호사가 발제를 맡았으며, 공익법센터 어필에서는 전수연 변호사와 김세진 변호사가 각각 ‘영주 및 귀화’와 ‘체류자격 및 보충적 보호 영역’을 발제했습니다.

 
본격적인 모니터링 결과를 듣기 전 아시아를 향한 이주(MAP)의 활동가이기도 한 인도적체류자 알카이피 야스민의 당사자 발언이 있었습니다. 예멘 출신의 알카이피 야스민 활동가는 특히 가족 결합과 귀화에 관해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인도적체류자는 가족결합 프로그램을 통해 본국 혹은 제3국에 있는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해올 수 없으며, 귀화를 위해 필요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 야스민 활동가는 이러한 제도는 인도적체류자가 희망도 가지지 못하게 막는 것이라 하며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변화가 생겨야 하며, 아이들의 정체성이 G-1으로 규정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내 이름은 G-1이 아닙니다” 알카이피 야스민 활동가의 당사자 발언 

1. 정보접근 및 행정적조치 
난민인정자와 다르게 인도적체류자는 언어장벽 뿐만 아니라 행정조치와 정보접근성이 큰 문제라고 합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통역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면접 참가자들은 그런 서비스가 존재하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어 교육 또한 열의는 있지만 생계유지와 가족을 돌보는 일에 우선순위가 밀리기 마련이고 사회통합프로그램에 관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있었지만 생계유지나 가족을 돌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위한 규칙적인 시간 할애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도적체류자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하더라도 귀화 신청을 할 수 없으니 그 효용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한 편, 행정적 조치의 주된 문제점은 본인증명할 수단의 부재였습니다. 여권이 만료되었으나 국적국의 여권을 갱신하지 못하는 처지의 인도적체류자들은 그 외의 본인증명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특히 은행업무를 볼 때나 핸드폰을 개통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현행 법제도를 찾아보면 현재 난민법에는 인도적체류자의 처우에 대해 명시된 바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보제공와 언어에 관한 부분 모두 난민신청에 관한 내용에 국한되어 있어 인도적체류지위를 인정받은 후의 삶에 대해서는 고려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여권에 관해서도 현행법 상으로는 여권의 정의와 휴대, 제시에 관한 내용만 있어 인도적체류자의 여권이 만료되었을 시에 대한 대안을 알 수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난민”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과 함께 인도적체류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 적응 지원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권 만료시 난민여행증명서나 대안적인 증빙서류를 제공해 본인증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유민 활동가의 발제: 인도적체류자의 정보접근/언어장벽과 행정적 조치

 
2. 가족 
많은 난민이 고국으로부터 피신할 때에 가족을 두고 떠날 수밖에 없지만, 인도적체류자는 난민법상 가족결합권이 명시되어있지 않아 헤어져있는 가족과 다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사실상 박탈 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실태조사에 참여한 인도적체류자 중 대부분이 고국이나 제 3국에 가족이 남아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경우라도 인도적체류자의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에게는 인도적체류자의 체류자격(G-1-6)에 의존적인 체류자격(G-1-12)을 부여하고 있어 취업이 금지되어 있으며, 인도적체류허가자의 체류자격이 취소되거나, 사망하는 경우, 가족이 와해되는 경우에 그 체류자격이 더 이상 부여되지 않을 불안감이 있습니다. 게다가 본인 증명조차 어려운 인도적체류자에게는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가족 재결합에서의 문제는 곧 일상생활에서의 정서적 지지 결여로 이어지고 이는 곧 취약성과 사회통합의 장벽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인도적체류자로 장기간 체류하게 된 난민에게 보충적 보호 지위와 같은 “준 난민”에 속하는 지위를 인정하고 가족 구성원 간의 비자타입이 분리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더이상 본국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진 사람들이 한국에서 정착해 장기간 거주해야 할 때,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일상을 되찾으려면 가족과의 삶에 안정성을 찾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김영아 활동가의 발제: 인도적체류자의 가족결합 
 

3. 아동 
대한민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로, 아동권리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보호가 인도적체류자 혹은 인도적체류자의 자녀에게는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인 아동은 아동수당이나 보육수당 등을 통해 보육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인도적체류자의 아동은 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보육이지만 어린이집에 갈 수 없는 인도적체류자 아동은 집에 방치되거나 부모 중 한 명이 경제 활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인도적체류자의 아동은 의무 교육에도 적용이 안돼 취학통지서가 가지 않는 등, 의무교육을 위한 독려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학 진학에 있어서도 G-1 비자의 대학 진학 제한에 G-1-6 비자는 예외를 적용받지만 G-1-12 비자를 갖고 있는 인도적체류자의 자녀들은 어떻게 될지가 불명확합니다. 이는 인도적체류자가 G-1비자를 받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이러한 비자 제한 때문에 대학 진학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길 여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의 여자아이가 본인보다 훨씬 나이 많은 남성과 혼인하게 되는 경우에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법적으로는 혼인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는 14세, 15세부터 혼인 생활을 하며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어린 나이에 출산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부가 정부가 개입하여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습니다. 13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에는 개입이 가능하지만 14세 이상은 학대로 규정하지 않는 이상 정부의 개입이 불가능해 한국 사회가 그러한 준비를 어서 마련해야 합니다. 조혼에 관련해서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유엔 아동권리협약 위원회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육과 교육, 조혼에 관한 문제를 아울러 모든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김진 변호사의 발제: 아동의 “인도적 체류” 
 

4. 건강보험, 사회보장제도 
지난 7월 16일부터 인도적체류자의 지역건강보험 당연가입이 의무화되었습니다. 인도적체류자의 건강권 보장를 위한 제도여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차별적이고 인도적체류자의 실상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으로 인해 건강권 보장에 앞서 생계에의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첫째로 내국인은 재산, 소득수준을 고려하여 건강보험료가 산정되지만 외국인은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보험료가 생계에 큰 부담이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세대주 인정 기준 또한 내국인에 비해 훨씬 협소한 범위만을 인정해줍니다. 고령의 부모님이나 성인 자녀 등의 부양가족도 세대원으로 인정이 되지 않아 더 비싼 보험료를 내야만하는 것입니다. 세대원 등록을 위한 가족관계 증명에 있어서도 보건복지부는 인도적체류자가 전쟁 상황 또는 박해 우려에 대한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대사관 등에서 가족관계증명 서류를 받을 수 없는 점을 인정하여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로 가족관계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실무적으로는 그러한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보험료 체납자는 그 다음달부터 바로 보험급여가 중단되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내국인의 경우 미납한 보험료를 분할납부할 수 있지만, 인도적체류자나 난민인정자는 분할납부가 불가능해 결국 목돈이 있어야 완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목돈을 마련하려면 불가피하게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미납되는 보험료가 더 많아져 결국 완납이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18개월 이내에 완납하지 못하면 체류연장을 불허하는 규정으로 인도적체류자에게는 건강보험이 보호보다도 장애로 기능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모든 문제에는 언어장벽이 상황을 한층 더 악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부족한 정보제공과 통역서비스 미비로 세대원 등록을 하지 못하는 가정들이 매우 많습니다. 
지역건강보험 당연가입이 인도적체류자를 더욱더 궁지로 내몰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건강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보험료 산정기준과 세대원 인정기준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해야합니다. 보험료 체납 시에 체류연장을 제한하는 규정 또한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는 난민법이나 난민협약, 고문방지협약, 자유권규약에도 명시되어 있는 인도적체류자에 대한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직장건강보험의 가입을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지역가입자와 같이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절차에 대해서 적절한 정보제공과 언어서비스가 부재하는 점도 큰 장애가 됩니다. 특히, 부당이득환급과 임의계속가입자 신청에 대해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을 신청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정보제공과 함께 이용에 관련된 안내를 다양한 언어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도적체류자는 전반적인 사회보장에서 배제되어 많은 수가 높은 보증금이나 월세로 인해 주거에 관련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동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보장 공백이 큽니다.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용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도적체류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평등한 복지혜택을 보장해야 하며 제공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주연 활동가의 발제: “건강보험제도 및 사회보장제도의 문제점과 제언” 
 

 
 

5. 취업, 노동 
 
인도적체류자의 취업과 노동은 관련 제도나 정책이 미비해 겪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취업활동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근로계약이 필요한 것부터 인도적체류자의 취업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사업주의 협조가 없는 경우 불법노동에 놓이게 됩니다. 또한 매번 G-1-6 체류자격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사업주에게 이해시켜야하며 체류기간 연장시마다 다시 취업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에게 눈치가 보이고 수수료도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있었습니다. 2019년에는 인도적체류자에 대해 건설업 취업제한이 생겼다가 없어졌습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한 명은 이 직종제한으로 인해 일이 중단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외에도 영어교육 등, 인도적체류자가 취업을 하는데 있어 제한을 받는 직종과 그렇지 않은 직종이 무엇인지 정확한 정보제공이 되지 않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근로를 하고 있더라도 내국인에 비해 낮은 임금 등 차별을 받는다고 응답했으며, 취업 연계 관련해서 상담 등의 도움을 받아본 응답자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졸업증명서나 자격증을 구하지 못하는 인도적체류자의 취업은 실질적으로 단순노무에만 취업활동이 국한되어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인도적 체류자는 단기간 단순노무직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장기간 정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는 곧 생계와 안정적인 삶, 사회와의 통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행 취업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관련 정보제공도 강화하여 안정적인 취업과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김연주 변호사의 발제: “인도적체류자의 취업과 노동” 
 

6. 귀화, 영주권 
2017년 개정된 국적법은 귀화를 신청하기 위해 영주자격을 먼저 취득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영주자격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에 ‘인도적체류자’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인도적체류자는 귀화신청이 불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난민협약 제34조에는 난민의 동화 및 귀화를 최대한 용이하게 해야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인도적체류자는 난민에 준하는 지위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귀화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이 제도적으로 막혀있습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 명 중 9명이 5년 넘게 한국에서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장 19년을 거주해온 응답자도 있었습니다. 국적법 개정되기 전에는 이들 모두 귀화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개정 전에 귀화신청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인도적체류자도 귀화신청이 가능한지 몰랐다는 응답이 대다수였으며, 그 외에도 생계능력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거나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와 시험을 치뤄야한다는 것이 부담되었다는 응답이 있었습니다. 국적법 개정에 대해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은 전체 응답자 중 단 2명 뿐으로, 국적법 개정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인도적체류자들에게 그 사실이 법무부 출입국측으로부터의 공식적인 경로로 공지되거나 홍보된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난민인정자의 경우에도 영주권신청을 하려면 2년 이상의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일반 영주자격 신청은 5년) 난민인정심사 절차로 이미 적어도 4~5년 이상을 거주했을 난민인정자에게 2년의 거주기간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귀화허가를 받는 절차에 있어서  범죄경력증명서나 국적포기각서와 같은 서류를 제출하는 것 또한 큰 걸림돌이 됩니다. 특히 정치적 박해사유가 있는 난민들의 경우,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수배 중인 경우가 많아서 본국 대사관에 가서 범죄경력증명서 발급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범죄경력증명서와 국적포기각서 서류 제출 요건이 난민인정자에게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인도적체류자들의 안정적인 정주를 위해서는 인도적체류자 그리고 난민인정자와 인도적체류자의 가족도 영주권 신청 대상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난민인정자의 경우 영주권 신청을 위한 거주기간 2년 요건도 삭제하거나 줄이는 것이 난민협약 취지에도 부합합니다. 장기간 정주가 예상되는 인도적체류자가 안정적으로 새로운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법제 개선이 필요합니다. 
 
전수연 변호사의 발제: “인도적체류자의 귀화 및 영주권” 
 

7. 체류자격 
인도적체류자의 G-1-6 체류자격은 난민인정자의 G-1-5와 같이 외국인등록증에 G-1으로만 기재되어 있으며, 인도적체류자 지위 인정 증서가 따로 발급되지도 않습니다. 신분증에 체류자격이 모호하게 나와있기 때문에 난민신청자로 오해를 받고 그로 인해 고용이 거부되는 등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은 사례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핸드폰 구입, 보험 가입, 카드 가입 등에서 G-1이기 때문에 거절당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인도적체류자는 1회 1년씩 체류자격을 연장해야하는데 이 기간이 너무 짧아서 불편하고 본인의 체류가 불안정하다고 느낀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연장 때마다 내야하는 연장 수수료도 부담입니다. 게다가 최대 연장기간인 1년이 아니라 3개월, 6개월, 8개월씩 연장받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어 난민신청자와 다를바 없이 느껴집니다. 심지어 전산상의 오류로 체류자격이 난민신청자로 되어있었는데 외국인등록증에는 단순히 G-1이라고만 되어 있어서 전산상 오류가 있는지도 모른채 살다가 건강보험 가입을 하려고 보니 그제서야 전산상 인도적 체류자로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현재 인도적체류지위는 난민불인정처분에 수반되어 재량으로 주어지고 있습니다. 인도적체류지위에 대한 별도 신청제도도 없다보니, 인도적체류지위 불인정 처분에 대해서도 이의신청제도도 없으며, 처분의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또한 현재 법무부는 시리아와 같이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온 사람들의 경우 전쟁이 난민협약 상의 난민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인도적체류지위를 주고 있는데,  난민편람에도 나와 있듯이 전쟁 중에는 협약상 난민 사유에 해당될 가능성이 더 크므로 개별적 심사를 통해 난민 해당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체류자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처우 관련된 문제는 인도적체류지위자에 대한 별도의 체류자격을 부여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으나, 처우 일반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해외에서도 많이 시행되고 있는 보충적 보호 제도를 마련해 난민에 준하는 보호를 제공해야 합니다. 
 
김세진 변호사의 발제: “인도적체류자의 체류자격 유형의 문제 및 보충적 보호지위 신설의 필요성”

 

발제가 모두 끝나고 이어진 토론 및 제언에서는 채현영 유엔난민기구 법무담당관,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정동재 한국행정연구원 박사, 최계영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참여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의 채현영 법무담당관은 보충적 보호지위와 관련한 국제 기준과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 사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보충적 보호는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난민보다 덜한 체류자격이나 처우 수준을 하는 것은 그 취지에 맞지 않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가능한 난민에 준하는 안정적인 체류 자격과 처우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따라 국가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자녀가 있는 비혼 여성의 열악한 환경을 강조했습니다. 아동 돌봄이 제공되지 않을 때 취업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입니다. 인도적체류자 여성에게 돌봄 수당이 없다면 생계와 아이는 양립 불가능한 것이 되어 아이는 방치되거나 생계의 위협 중 어느 선택지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난민신청자와 인도적체류자 모두 차이가 없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보호하는 아동인권은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보장되어야 하며, 인도적체류자의 정주를 허가하는데 이렇게 열악한 상황으로 치닫게 두는 것은 사회 통합에도 우려가 된다고 합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체류자격의 틀 안에서 사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인도적체류자에 차별적인 건강보험과 사회보장서비스의 문제점들을 짚으며 “사람이 처한 상황을 보는 게 아니라 그의 체류자격을 보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모든 이주민에게 내국이과 동일한 보험료 부과 기준, 가족 인정 범위 등을 적용하고 이주민이 국내에서 가족관계를 등록하고 증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하며, 난민인정자와 마찬가지로 인도적체류자에게 국민에 준하는 사회보장이 적용되어야한다고 합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정동재 박사는 난민법 개정을 통해 난민 인정/불인정 외에도 보충적 보호, 인도적 보호 등으로 보호지위를 세분화하고 G-1 비자로 오해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난민에게 별도의 비자를 부여해야하며, 이러한 제도상의 변화가 내부지침이나 시행명령 등으로 다시 바뀌지 않도록 상위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난민 지위를 인정하고 받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떻게 사회적 통합을 이룰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는 인도적 체류허가를 할 것인지 여부나 인도적 체류자에게 어떠한 지위를 부여할 것인지 여부가 행정청의 재량에 달려 있다는 사고방식, 그리고 인도적체류자의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에 대한 이해가 형식적인 것에 그친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재량으로 체류를 허가해주는 인도적체류허가와는 구분되는 보충적 보호지위를 새로 신설해야한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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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어필의 사무실에서 모니터링 실태조사를 위한 면접을 통역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꼭 가고 싶었던 보고회였습니다. 인도적체류자 지위를 인정받고 한국에서 몇년째 살아가고 있는 분의 삶에 어찌나 장애물이 여기저기 함정처럼 도사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한글로 적힌 건강보험료 고지서, 급여명세서도 읽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실눈만 뜨고 함정을 피해 조심조심 걸어가는 기분일 것 같습니다. 가족과 재결합할 수 있는 권리도 보호받지 못하고 영주권이나 귀화를 신청하지도 못하는 인도적체류자는 위험을 피해 안전을 찾아왔지만 안정을 찾을 길은 막혀있는 것 같습니다. 한 공간 내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게다가 높기만한 장애물에 가로막혀 절망한 이가 한국을 떠나 다시 위험에 노출되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는 세월 동안 함께 살아갈 사람들에게 안전 뿐만 아니라 안정과 일상이 가능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어필 조진서 캠페이너)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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