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은 11월 1일(수) 오후 2시 난민인권센터의 ‘난민인권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했습니다.
1부는 난민인권센터의 박경주 활동가, 김연주 변호사, 이현주 활동가가 (1) 난민현황통계와 난민 권리예산으로 보는 난민인권상황, (2) 권리침해의 사례를 통해 난민인권상황, (3) 통역 모니터링으로 본 난민인권상황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먼저 1부 첫 발표는 박경주 활동가가 맡았으며, (1) 난민현황통계와 난민 권리예산으로 보는 난민인권상황에서는 2022년 통계에 대한 난민인권 중심적인 해석과 여러 쟁점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먼저 난민인정률은 2%로 성장함에 있어 의의가 있지만, 난민인권중심적으로 분석해보면 실질적으로는 “난민인정자 175명 중 재정착난민 67명과 가족결합 64명을 제외하면 심사를 통한 인정은 36명이 전부"라는 점에서 다른 측면에서 실태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쟁점으로는 신청사유에 있어, “‘기타' 사유를 ‘협약 상 인정사유가 아닌 신청’으로 취급하며, ‘사인 간의 분쟁' 등을 근거로 불인정결정을 내려온 것”을 환기해주셨는데, 이 점이 어필에 문의 주시는 분들 중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떠올라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이전에 전화받았던 난민신청자 분들께도, 자칫 보면 개인적인 사유 같지만 설명을 들어보면 금전적 분쟁이 있었던 상대방이 부패한 정부관계자였던 경우나 가정폭력 피해자이신 경우에 해당 국가에서 가정폭력 자체가 상당히 구조적인 문제이거나 사실은 가해자가 정부관계자여서 국내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등 다양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기타’ 사유로 단순 ‘사인 간의 분쟁'을 이유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으시거나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으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필에서 뵀던 분들 역시 이러한 배경이 일회적인 상황이 아니라, 정책적 한계로 겪게 되신 상황이라는 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발표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난민 예산 집행률 관련이었는데, 최근 4년간 난민예산의 평균집행률이 69%이라는 점과 가장 낮은 집행률 대분류 항목이 “난민신청자의 처우"였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이 항목에서는 2021년 통계에서도 가장 낮았고, 이때 집행률은 11.5%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또한 50%미만의 집행률 항목은 난민심사관 전문성 강화 예산, 난민 통번역원 상용임금, 난민신청자 기초 건강검진, 난민(신청자)의료비 (집행률: 14%), 난민신청자 생계비, 생활 한국어 및 한국사회이해 등의 난민교육, 재정착난민 국내정착교육비 등을 포함했는데, 이러한 항목은 사실 인도적 처우를 위해 당연히 필요시 집행되어야 하는 예산인 만큼 미래의 난민 신청자분들과 난민협약 합치성을 위해서라도 꼭 관심이 필요한 개선점이라고 느꼈습니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김연주 활동가가 직접적인 난민분들의 권리침해의 사례를 통해 난민인권상황을 브리핑했습니다. 난민신청, 난민심사, 난민신청자 처우를 중심으로 절차상 명백한 인권 침해 사례를 소개했는데, 이 중에서 공통된 쟁점은 지속적인 통번역 지원의 부족과 정보의 제공이었습니다. 먼저 통번역 지원의 경우에는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난민신청부터, 재판 과정에서까지 일괄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사례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또 난민의 경우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기초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여 언어 구사가 어렵거나, 소수 언어를 구사해서 통번역 인력이 아예 없는 등 다양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실무적 어려움에도 발표자분들께서 강조했듯이 분명 정책적 방안 개발과 집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보의 제공 경우에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신 난민분들께서 낯선 나라에서도 마련되어 있는 정책적 지원이나 절차적 과정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실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정보 제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난민신청 후 생활비 지원이나 행정 절차상 필요한 과정에서 이러한 정보의 제공은 반드시 적절히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제공이 부재하여 과거에 마련된 예산이 집행되지 않거나 주거 등 기본적인 생활 여건 마련을 하실 수 없었던 수많은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이현주 활동가가 맡은 세 번째 발표에서는, 지속적으로 환기했던 통번역에 대한 난민인권상황과 해결방안에 대해 난민면접 아랍어 통역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발표했습니다. 난민법 제2장 5조 3항에서 공무원은 신청자가 신청서를 작성하는 데에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현재 통번역 쟁점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법적으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아랍어의 경우, 지역마다 아예 다른 언어처럼 뜻과 발음이 상이한 경우도 많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형태가 있는 등 특수한 점이 있기에 더더욱 관심이 필요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난민면접조서가 신청자가 의도한 의미대로 최대한 작성될 수 있도록 심사관과 공무원 모두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어서 2부에서는 1부에서 논의된 지점에 더해 다루어야 할 주제에 관한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사단법인 두루의 김진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지림 변호사, 그리고 피난처의 김진수 활동가가 각각 토론을 맡았습니다.
먼저 김진 변호사는 ‘한국의 난민법과 이주구금 제도’를 주제로 토론을 이끌었습니다. 김진 변호사는 법무부가 2021년 발의한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한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난민 제도가 난민신청자, 그 중에서도 특히 난민 재신청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미 난민 재신청자의 경우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하여 3개월마다 출국기간 유예 조치를 부여하여 이들이 한국에서 기본적인 생활도 영위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데, 발의안에서는 이것에 더해 난민 재신청자들이 난민인정 신청을 할 시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에만 난민인정심사 절차를 받도록 하는 ‘심사 적격 여부’를 확인할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김진 변호사는 위조문서 제출자를 처벌하려 하는 법안의 조항(제47조) 또한 난민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난민협약에서는 박해를 피해 급하게 도망쳐야 하는 난민의 특수한 상황을 인지하여 ‘불법으로 입국하거나 또는 불법으로 있는 것을 이유로 형벌로 과해서는 안 된다(제31조)’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개정안에 따르면 난민은 심사 받을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주구금 제도에 대해서 김진 변호사는 특히 무기한 구금을 사실상 가능하게 하는 절차상의 문제, 국제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온 아동 구금의 문제, 그리고 보호소 내 인권침해의 문제를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지림 변호사는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 집단인 ‘난민’ 중에서도 소수자로서, 이중적인 차별과 박해를 경험하는 ‘성소수자 난민’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난민인정률이 극도로 낮은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난민신청자는 특히나 더 난민 인정을 받기 어려운 집단입니다. 대법원에서도 명시했듯이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인 난민신청자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혹은 트랜스젠더인 난민신청자가 성별정체성으로 인해 본국에서 박해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난민협약과 난민법의 해석 상 한국에서도 난민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김지림 변호사는 법무부와 법원에서 박해 가능성을 인정받기 위한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두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동성애자의 경우 출신국에서 이미 자신의 성적 지향이 공개되고, 공개된 성적 지향으로 인해 출신국에서 구체적인 박해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만 ‘박해 가능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김지림 변호사는 HIV/AIDS 등 낙인의 위험이 있는 질병을 사유로 난민신청을 하고자 하는 난민 또한 난민 인정을 받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특정 질병이나 장애로 인한 난민신청을 하여 인정된 사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캐나다 법원에서는 HIV 양성판정을 받은 개인이 난민사유 중 특정사회집단 구성원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한 바가 있으며, 캐나다 이민청은 HIV로 인해 낙인, 차별, 혐오 등의 대상이 되는 경우 난민인정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난민 인정률 자체가 낮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둘러싼 편견으로 인해 더더욱 난민 인정을 받기 어려운 성소수자 난민과 HIV/AIDS를 앓고 있는 난민의 문제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볼 문제임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난처의 김진수 활동가는 난민신청자가 난민인정 신청 과정 동안 한국에서 체류하는 구체적인 현실과 그 속의 어려움, 그리고 박해를 피하고자 하는 난민 개인에게 난민인정 절차의 대안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설명했습니다. 김진수 활동가는 난민신청자들이 난민 인정을 받는 것이 논의의 기본 전제이자 핵심 과제임에 동감했습니다. 그러나 난민인정률이 극도로 낮은 현 상황에서, 지금까지도 낮은 확률을 뚫기 위해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난민들의 고충을 이해해보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임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난민인정 절차를 전부 거쳤으나 결국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거나, 대안적 체류 방안을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미등록장기체류 아동구제책’과 ‘인도적 특별 체류’ 정책이 구제 대상의 사각지대를 낳지 않고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난민인권센터에서 발간한 ‘난민인권보고서’는 한국 사회의 난민을 둘러싼 현실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도출된 귀중한 자료라는 의의를 지닙니다. 10여년 간 난민현황통계를 정리한 정량적 연구뿐만 아니라, 난민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인터뷰와 난민 면담에 직접 참여하는 모니터링을 통해 확보한 정성 연구 또한 이루어져 향후 난민 분야의 활동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풍부한 자료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필 또한 이번 ‘난민인권보고서’ 발표회에 참여하며 새롭게 알게 된 내용,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으나 다시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된 내용 모두 앞으로 해결할 과제로 기억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번 발표된 난민인권보고서와 발표회에서의 토론이 앞으로 한국 사회 난민의 실질적인 권리 보장, 그리고 난민 제도와 정책의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이소운, 박지향 인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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