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한국에 보호를 요청한 시리아 난민들의 잃어버린 8개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2016년 7월 5일

 

2016년 7월 4일 오늘 법무부 난민인정심사를 받지 못해 인천공항에서 몇 달간 ‘숙식하던’ 시리아인 28명 중 26명에 대해 입국 조치하였고, 법원의 판결에 항소하여 적법성에 대한 판단을 다시 한번 받을 예정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법무부의 표현과 달리 ‘숙식하던’이 아닌, ‘공항에 구금되어 있던’ 이 난민들이 오늘 한국 땅을 실제로 밟게 된 것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한국정부에 보호를 요청한지 약8개월만이며, 심사를 거부당하자 사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소를 제기한지 약5개월, 그리고 입국을 허가하고 난민심사기회를 부여하라는 취지의 승소판결이 인천지방법원 두 재판부에서 선고된 지 각 17일, 10일, 세계 난민의 날이 14일 지나서다.

이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한지 약8개월, 20-30대가 대부분인 나이를 고려할 때 이들은 이미 살아온 자신의 인생의 약5%의 기간을 난민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로 이미 퇴로없이 한국의 공항에서 갇혀 있었다. 그동안, 그리고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을지, 왜 심사를 못 받고 갇혀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 고, 소송은 잘 종료될지, 과연 언제 끝날지, 고국으로 쫓겨나 공항에서부터 구금되고 고문 받지 않을지 불안해하며 기다리는 동안 몸과 마음은 심각하게 병이 들었다. 대부분의 난민들에게 정신과적 진료가 요청되는 상황이어서 자원의사를 밝힌 시민들을 통해 의료진료를 준비하고 있으며, 그 중 한 명은 적시에 신경치료를 받지 못한 심각한 치아 통증으로, 한 명은 기존의 심각한 화상으로, 한 명은 적시에 수술을 받지 못 한 치질의 악화로 물리적인 고통을 감내해왔다. 모두들 인천공항에서 반군의 수도인 알레포를 포함한 자신들의 고향에 폭격이 개시된 소식을 들었고, 그 중 한 명은 동생이 시리아에서 죽은 소식을 송환대기실에서 들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울부짖었다.

그 동안 한국정부는 작년 11월 말부터 전쟁터의 참화를 피해 가족과 떨어져 피난처를 찾아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들에게 특별한 법적 근거없이 국경을 걸어 잠근 채 공항에 이들을 가둬왔고, 법정에서는 이들이 명백히 난민이 아니며, 안전한 국가에서 왔기에 대한민국이 굳이 보호할 의무나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이들이 인천공항 구석 보이지 않는 송환대기실에 구금되어 있던 바로 그 같은 시간, 한국정부는 그동안 국제사회에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보호의지를 반복적으로 천명해왔고,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한국에 도착하여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한국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오히려, 한국의 많은 시민들의 연대가 빛났다. 많은 시민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 똑같이 존엄한 인간인 위 난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의료, 음식, 입국, 입국 이후에 함께 도울 수 있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질문해왔고, 실제로 이들의 어려움에 함께 고통을 느껴왔으며, 함께 목소리를 높여 그들을 도와왔다. 앞으로도 기록하고, 위로하며, 곁에 설 것이다. 수많은 국제적 인권단체들과 언론들이 한국정부의 처사에 주목해오며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고, 전세계에 흩어진 이들의 가족과 친지들이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정부가 소송에서 승소한 난민들에게 입국은 허가하였지만 아직 난민심사기회를 부여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밝힌 기계적인 항소입장은 이미 오랜 기간 고통받아온 난만들의 불안정한 지위 속 고통의 시간만을 연장시킬 뿐이다. 한국정부는 신속히 남은 난민들에 대해서도 입국을 허가하고, 항소를 중단하며, 공항 난민신청제도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정밀하게 운영하여, 향후에도 공포의 위험에서 피해온 난민들에 대해 막연한 우려를 부당하게 전가하며 불필요한 염려를 사회에 확산시키지 말아야 한다. 존엄한 인간인 이들이 고통 속에 잃어버린 8개월의 무게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 그동안 고통받아온 이들, 난민들을 올바른 방식으로 잘 보호하여 사회 속에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가장 취약한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모든 시민들이 함께 더 평화롭게 살아가며 더 나은 한국사회를 만들어나갈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16. 7. 4.

난민지원네트워크(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난민인권센터, DREAM, 세이브더칠드런, 에코팜므, 아시아평화를 향한 이주 MAP,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재단법인 동천, 피난처, 한국이주인권센터, 휴먼아시아)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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